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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소 29주년 생일축하: 활동가 환갑맞이 질문코너 5 본문

시끌시끌 상담소

상담소 29주년 생일축하: 활동가 환갑맞이 질문코너 5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2020. 4. 17. 17:00
지난 2월 25일, 한국성폭력상담소 SNS에 ↓이런 게시글이 올라왔었는데요, 혹시 기억하시나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함께 환갑을 맞은 두 활동가에게 무엇이든지 물어보는 코너였습니다.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 등 다양한 채널에서 들어온 18개의 질문을 활동가가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9주년 생일을 맞아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질문의 대답이 업로드될 예정이오니, 두 사람의 인터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매일 오후 6시를 기대해 주세요!

인터뷰이: 사자(), 지리산()

인터뷰어: 닻별()

Q16. 어떤 죽음을 맞고 싶은가요?

누구나 다 겪어온 일이고 우리도 겪을 거니까...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어떤 느낌일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도 소원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지 않은 죽음을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죽는 일이 너무 힘들지 않고 그냥 견딜만한, 그렇다고 자는 듯이 죽고싶다면 너무 욕심이라 하니까 거기까지는 바라진 않고, 견딜만하다가 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어요.

이것도 욕심이겠지? 깨끗이 주변을 정리한 이후에 죽을 수 있다면. (웃음)

  그렇게 말했더니 너무 큰 욕심이라고 하더라고. 깨끗하게 다른 사람의 신세 안 지고 자는 듯이 죽고 싶은 건 모든 사람의 로망인데.

  그 때 가면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면 너무 감사하지만 안 생겨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스스로를 불행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아, 이 정도는 아프고 죽지 뭐' 이런 생각할 수 있을 정도면. 그게 바람이예요.

 

제28차 정기총회에서 동료와 포즈를 취해주는 사자. (왼, 2019) 오른쪽은 상담팀 조은희 활동가.

 

  다 있는데 선생님 없는 게 있잖아.

  뭐? 아, 손자~ (웃음)

  나이가 60이니까 손자가 있는 사람들이 많지.

  그래도 뭐~

  상상이 돼요? 지리산 손자 손녀?

상상은 되는데... 넘 부럽지만 제 뜻대로 되는게 아니니까. 그리고 지금 나한테 절실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깐요. 지금 죽으면 안 돼, 너무 억울해. 이런 일은 없다는 거지.

 


 

Q17. 비혼의 중-장년 활동가들에게 선배로서 '꼭 이건 해라' 라고 권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내가 답을 내놓으면 해결이 될까? ...그래도 한 가지 꼭 권해야 한다면, 저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운동이 나의 건강과 취미를 함께 잡을 수 있는 방향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운동(exercise) 말하는 건가요?

  어차피 우리는 운동가니까.

  다른 운동(movement)도 하니까. (웃음)

  우리가 다른 운동을 하면서 몸을 잘 안 움직이게 되잖아요. 내 몸과 마음을 잘 돌볼 때 다른 사람을 지원할 수 있고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나 자신을 잘 보살피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은 꼭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전에 젊은 활동가한테 강력하게 주장했던 건, 늙어도 혼자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돈이 없는 사람이 그래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내집 마련 방법은 청약 저축이 있었죠. 그 때는 아주 조금만 돈을 모으면 할 수 있어서, 그리고 작은 평수를 분양받는 건 별로 크게 어려움이 없었어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래서 혼자 살 만한 21평이나 22평 정도의 임대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 한 달에 5만원 정도의 저축은 꼭 할 것. 인기 지역이 아니더라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할 것. 제가 아는 두 사람은 주택청약으로 집을 얻었어요. 그 다음에 또 하나는 아픈 경험 때문에 생긴 일이지만, 활동가 중에 암 때문에 치료비가 없어서 되게 고생 많이 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모두에게 꼭 말하는 건 암 보험을 들자.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들어서 한 2~3만 원 대 비용으로 적어도 80살까지 보장 받는 암 보험을 들자. 지금은 나라에서 건강보험을 잘 해서 암 환자 자기부담이 5%밖에 안 되요. 근데 그 때는 암에 걸리면 집이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 두가지를 강력하게 주장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이 달라져서 잘 모르겠어요.

  그런 점에서 또 사자는 선견지명이 있지.

  혼자 살려면 돈은 안 벌어도 집은 있어야 할 것 같은거야.

 

 


 

Q18. 사자와 지리산, 서로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둘이 앉혀놓고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하게 하는 건 너무 뻘쭘하지 않아?

  나갔다 올까요?

  그래, 한 명씩 나갔다 오자.

 

* 닻별과 사자-지리산 모두 말하는 사람을 보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나는 운동가로서는 지리산을 되게 존경하고, 또 지리산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은 모르겠어요. 국회의원도 아니고 장관도 못 될 것이고, 그런 건 아니지만 진심으로 존경하고 배우고 싶은 운동가의 모습이예요. 왜냐하면 옛날에도 그렇지만 사람이 언행일치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지리산은 언행뿐만 아니라 생각도 글도, 4가지가 다 같이 가는 사람이라서. 그건 활동가로서 되게 존경하는 점이고. 그리고 친구로서는 되게 서로 다른 성격이기도 하고 행동도 좀 다르게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있기도 하고 더 편하고 더 좋은 친구고. 아마 상담소 활동기간 동안에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면 지리산이 나를 - 난 한번도 그렇게 말해본 적 없지만 - 베프라고 말해준 것. 그게 나한테 제일 큰 선물이고 나중에도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아요.

(이번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이런 말을 하지 않겠어요.

나 말을 못하겠어......

  감동......

 

저랑 사자는 지금까지 두 번을 같이 일하게 되었는데, 2000년대(2005~9년)하고 2010(2018년~)년대, 그리고 2020년대까지 함께 활동을 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해요. 왜 꼭 세대가 같아서, 나이가 같아서만이 아니라 서로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같이 의논도 할 수 있는 그런 정말 좋은 파트너, 그리고 되게 지혜로운 여성이기도 하니까. 그런 사람과 함께 활동할 수 있었던 점에 감사하고, 내게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와서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내면서 우리 상담소를 만들어가고, 또 여성운동이라는 큰 운동체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자가 갖고 있는 직관력이나, 어떤 문제가 있어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면, 사자한테 가면 어려운 일도 쉽게 쉽게 풀리는 듯한 그런 순간들을 여러 활동가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자가 2009년 이후에 제주도로 생활 터전을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상담소에 와서 활동을 하는 것 자체도 너무 감사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사자의 결단 덕분에 우리가 함께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든든함과 감사함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봄맞이 소풍에서 먹거리를 자랑하는 사이좋은 두 사람. (2020)

 

  그리고 우리가 환갑을 이렇게 맞다니~ (웃음) 그래서 상담소에서 이렇게 환갑 휴가를 주는 것도 되게 감사하고요.

  맞아요.

  환갑 휴가 만든 사람이 그런 이야기 하니까 재밌다 (웃음)

그리고 우리처럼 60대가 된 사람들부터 20대까지, 열림터의 10대까지 만나서, 이 공간을 내 운동의 터전으로 생각하고 같이 어우를 수 있다는 건 상담소의 굉장히 큰 장점이기도 한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상담소 29주년 생일축하: 활동가 환갑맞이 질문코너'는 끝이 납니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한시간이 넘는 긴 인터뷰의 녹취록을 풀어주신 찔레님과 이 인터뷰를 기획/편집한 저, 닻별의 후기가 바로 아래에 이어집니다. 후기까지 놓치지 마시고, 다음에 또 재미있는 기획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기획/인터뷰/편집 : 닻별

녹취록 작성 : 찔레

 

찔레

'활동가'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직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돈이나 명예와는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지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열정과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환갑이 될 때까지 현장에서 활동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사자와 지리산의 인터뷰는 인상 깊었습니다.
인터뷰는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유쾌했습니다. 녹취록을 풀면서도 혼자 자꾸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자와 지리산은 성격이나 가치관 등에서는 다른 면이 있었지만,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열정만큼은 같았습니다. 이런 뜨겁고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활동가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변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함께 만들어나갈 변화도 기대됩니다.

 

닻별

이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상담소 활동가들이 재미있고 현명한 사람들이라는 걸 많은 분들이 알게 되었으면 하는 저만의 목표를 세웠었습니다. 목표가 잘 달성되었을까요?

질문을 받고 인터뷰를 하면서 활동가의 삶을 선택하기 이전에 제가 했던 고민을 마주한 분을 보기도 했고, 지금의 제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인터뷰가 해답까지는 아니어도, 각자가 품을 고민에 대한 실마리 정도는 줄 수 있는 인터뷰였기를 바라요.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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