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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6월 활동가 인터뷰: 활동가, 먹고 살 만 한가요? 3편 본문

시끌시끌 상담소/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인터뷰

6월 활동가 인터뷰: 활동가, 먹고 살 만 한가요? 3편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2020. 7. 1. 22:46
지난 4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9번째 생일을 맞아 상담소의 두 환갑활동가인 지리산과 사자를 인터뷰했습니다.
둘이 합쳐서 47년. 오랜 활동경력만큼 재치있는 입담과 케미로 많은 분들께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 주었는데요, 이번에는 반대로 상담소에 들어온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활동가 3인을 2년차 활동가 닻별이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인터뷰는 이번주 금요일까지 총 5회 연재됩니다.
활동가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먹고 살 만 한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로서 일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매일 오후 6시, 함께 지켜봐 주세요!

인터뷰어: 닻별()

인터뷰이: 주리(), 유랑(), 낙타()

 

Q12. 부서 등 로테이션 근무를 하시나요? 개인의 성향이나 선호를 고려한 업무 분장이 되는 분위기인가요?

: 구체적인 질문을 많이 해 주셨어요. 질문해 주신 분 분명히 시민단체 경험이 있다! 싶은 질문입니다. 저희 대답이 도움이 될까요? 되길 바라며 대답해 봅시다.

: 우리 로테이션 근무를 하고 있진...않죠?

: 그쵸. 다른 팀으로 가고 싶을때 옮겨갈 수는 있어요. 그런데 바로 옮길 수 있는 건 아니고, 가고 싶은 팀에서도 공석이 있어야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타이밍도 엄청 중요합니다.

 

업무 영역은 달라도 관심 있는 집회 참여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삼성의 직원 연말정산 후원내역 사찰 규탄 집회에 참여한 낙타. (왼, 2020)

 


 

Q13. 점심시간은 개인적인 행동/자율성이 반영되는 분위기인가요? 모두 함께 움직이는 분위기인가요?

: 우리 다들 하고싶은거 하고 있지 않아요? 소파에서 쉬고 싶은 사람은 드러누워서 쉬고.

: 산책가고 싶은 사람은 산책가고.

: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하고.

: 그게 일하고 싶어서 일하는 걸까요?

: 지리산 있잖아요.

: 일을 하면 가슴이 뛰니까요.

: 제약이라면 제약이지만, 우리 중 일부가 상담소에서 밥을 해먹다 보니까 그 주 밥당번이 되면 업무가 오버되는 건 있는 것 같네요. 오전에는 밥하다 시간 다 가고. 그 외에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 점심시간에 무조건 다같이 이걸 해야 한다! 이런 건 없습니다.

 

상담소의 점심 풍경. 1층 소파에 누워 휴식하는 활동가(왼, 2020) / 빵집 산책을 나온 불쌍한 아기새 무리(오, 2020)

 


 

Q14. 성폭력상담소에서 일하다 보면 피해자들의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힘들지는 않은가요? 나만의 대처방법이 있는지?

: 직접지원 팀에서 활동하는 두 분이 대답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 음.

: 낙타랑 유랑은 조금 다를 것 같아요. 낙타는 아무래도 쉼터에서 일하다 보니 유랑보다는 피해자와의 접촉면이 넓은 편이잖아요.

: 제가 제일 머니까 제가 먼저 대답할게요!

: 그래요.

: 저는 일지를 많이 보니까, 글로만 (사건을) 읽는데도 자연스럽게 오는 정신적 충격이 있어요. 가해자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소름이 돋기도 하고. 그럴 때는 동료들이랑 진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요. “이래서 사람이 밖에 나가면 안돼. 다 집에만 있어라.” 이런 식으로요.

: 여성주의상담팀도 일지를 읽으면서 드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이야기하면서 바로 해소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퇴근하면 최대한 업무시간에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집에 가면 취미생활을 하거나 잠을 일찍 자려고 하는 것 같고요.

: 일찍 안 잡니다, 이 사람.

: 왜 그러세요. (웃음)

: 그래서 다음날 “어어, 피곤해.” 이러고.

: 아, 상담일지나 판결문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보거나 그러면 그 상황이 집에 가서도 구체적으로 떠오르기도 하거든요. 주리가 동료들이랑 아무말 하면서 푼다고 하는거 보고 생각난 사례가 있는데. 판결문 보다 보면 가해자가 자기 변명이랍시고 웬 음란소설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동료 활동가랑 아무말 하면서 분노를 털어내기도 합니다. (웃음)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요. (* 많이 순화한 버전임을 알려드립니다.)

: 자세히 못 넣는거 너무 아쉬워요! 진짜 웃긴데!

: 아무튼 화나면 화난다, 황당하면 황당하다고 동료 활동가들이랑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 저도요. 그래서 일하다가 2층에 내려가면 뭘 읽었구나 하시면 됩니다. (* 연구소는 3층에 있음)

: 저도 상담팀 방에서 일지 읽다가 “아, 어이없어!” 할 때도 있어요.

: 열림터는 어때요?

: 상황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고요. 영향을 많이 받았던 시기에는 월요일에 봐도 되는 문서를 굳이 주말에 새로고침 하면서 곱씹어 고민했어요. 쉴 때 쉬고 일 할 때 일해야 하는 건데 마음처럼 안되고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제 시간을 확보하고, (연락을) 읽지 않으려고 의식하고 동료들과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선택하기 어렵고 지원 방향이 고민될 때는 서슴없이 물어보고 같이 고민하고 방향을 잡으면서 혼자 과하게 몰입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 영향을 오래 끌고 가지 않으려고. 덕분에 지금은 일-생활 균형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 다들 자기 시간, 오프 시간에는 뭐 해요?

: 게임. TV. 청소. (화색)

: 거짓말 하지마세요, 진짜.

: 목소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음성이 거짓말하고 있어.

: 청소. (꿋꿋)

: 저 알아요. 다꾸. 정확히는 다이어리 꾸미기 관련 물품 사기. (웃음)

: 게임기 사기.

: 게임기는 하나밖에 없어요. (비즈니스 말투)

: 게임기 ‘는’ 요?

: 그래요, 그냥 좀 누워있고.

: 두 사람은 뭐해요?

: 제가 할 얘기를 주리가 다 했어요. 저도 게임과 드라마와 영화보기를 좋아하고.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 볼 에너지도 없어서 아주 짧은 유튜브 영상이나 글을 봐요. 기운이 없을 때라 그렇고요, 친구 만나는 것도 좋아합니다.

: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 상담팀의 별명은 술담팀입니다. 상담팀 활동가들이 다 술을 좋아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 저는 친구 만나거나, 잠을 자거나, 운동을 합니다. 서울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는 교외, 한적한 곳으로 나가서 커피 한 잔이라도 하고오곤 합니다.

: 전 ‘교외’라고 해서 ‘Church’인줄 알았어요.


Q15. 내부 활동가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충분히 있나요?

: 활동가 교육이 있네요. 2019년부터는 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교육 일정을 기획하면서 중요하게 염두해 둔 점은 상담소 활동가들의 강의/발제/토론 역량강화입니다. 한국 사회나 상담소 내부에서 활동가들이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을 기대하는데, 정작 실질적으로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은 별로 없었더라고요. 그래서 실전 강의 투입! 같은 느낌으로 작년부터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2019년 이전에는 활동가의 사진촬영 스킬 교육이나 애니어그램처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도 활동가 교육에 포함되었어요. 지원이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체계적으로 지원하려고 합니다. 활동가가 신청하면 서고에 책을 구비하기도 하고요.

 

상담소가 연대단위로 참여하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운동 방향과 활동에 필요한 제반 지식을 공부하는 활동가들. (2020)

 

: 활동가들이 업무를 하다 보면 당연히 역량강화를 위해 전문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럴 때 강좌를 들을 수 있게 지원하기도 합니다.

: 제도적인 지원을 위해 고민과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 연구소에서 활동가 교육을 맡으면서 ‘체계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전의 교육이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서 그런 생각이 들었지 않나 싶어요. 실제로 활동하면서 필요한 실무적인 일은 직접 부딪치면서 배우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는 느낌은 충분하지 않네요. 그렇지만 상담소에서 점점 더 활동가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 활동가에게 최선인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요. 이 단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범위까지는 최대한 노력하는 것 같긴 합니다.

: 활동가 교육 말고 종결사례 포럼도 있잖아요.

: 종결사례포럼(*지원이 끝난 사건 중 활동가들과 피드백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례를 상근활동가들과 함께 복기하고 평가해 보는 포럼)이나 동료슈퍼비전(* 현재 지원중인 사건 중 다양한 이유로 지원자가 지원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적절한 지원이 무엇일지 이야기하는 회의)을 하면서 역량강화가 되기도 하지만, 활동가 소진을 방지하는 제도이기도 한 것 같아요.

: 상담팀 활동가들한테는 소진 방지의 의미도 크겠지만, 다른 팀 활동가한테는 역량강화에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슈퍼비전을 활동가에게 열어두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데, 공개된 경우에는 거의 참석하거든요. 저한테 엄청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 저도 사무국이니까 직접 피해자를 지원하는 팀은 아니잖아요. 종결사례포럼이나 슈퍼비전 같은 기회가 없었다면 우리 상담소가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는지, 지원할 때의 원칙이나 지향하는 점이 저한테 와닿지 않았을텐데 실제로 지원하는 활동가의 고민을 들으면 (처음의) 막연함이 해결될 때가 많아요. 전화상담부스에서 실제로 상담을 할 때에도 도움이 되었고요.

: 으악, 저도 잘 몰라요! (웃음)

: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 저도 계속 배우고 있어요. 2년은 짧은 시간인 것 같아요.

: 그럴 수 있어. 우리는 다 (연차가) 귀여운 활동가들이니까.

: (웃음) 뭐라고요? 귀엽다고요?

: 연차가 귀엽다는 뜻이었어요.

: 아, 국제교류협력도 역량강화를 위한 상담소의 지원책입니다. 해마다 두 명씩 해외에서 활동하는 NGO를 만날 수 있도록 일정부분 지원해 줍니다. 물론 이 제도도 나름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교류하고 싶은 단체부터 비행기, 숙박 등을 직접 찾아야 해서 정보가 기획력이 필요하고, 언어의 문제도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요.

: 올해가 베이징행동강령 25주년이 되는 해여서 전 세계적으로 관련된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아시아지역의 활동가 뿐만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다양한 지역의 페미니스트 활동가를 만날 기회였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취소가 되었어요. 예정대로 행사가 진행되었다면 상담소 활동가들에게도 아주 좋은 기회였을 거예요.


Q16. 업무를 하면서 받은 데미지를 회사나 단체차원에서도 어느정도 지원을 해주나요? (개인으로서의 대처방법도 있겠지만 그걸 단체에서도 활동가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서포트를 어떻게 해주는지가 궁금합니다.)

: 열림터나 상담팀처럼 피해자 직접지원하는 팀은 1년차, 3년차, 5년차였나. 해당 연차에 맞게 1년에 50만원의 소진예방을 위한 상담비용을 지원합니다.

: 맞아요.

: 그리고 재충전 휴가라고 해서, 특정 연차에 생기는 장기휴가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업비밀이니까 미래의 동료에게만 공개하기로 하겠습니다. (웃음) 자세한 내용은 상담소 채용 공고에서 봐 주세요!

: 상담소 재충전휴가 체계를 보고 친구가 “이 때까지 일하기 어려울거라고 생각해서 만든 휴가 아니야?” 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웃음)

 

4편도 3편에 이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3개의 질답이 업로드됩니다.

내일 저녁 6시에 또 만나요!

 

기획/인터뷰/편집 : 닻별

녹취록 작성 : 닻별, 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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