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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상담소 회원 김지은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2020. 12. 30. 19:34

 

[2020년, 한해를 보내며 연말 편지]

안녕하세요, 상담소 회원 김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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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상담소 회원 김지은입니다.
힘겨웠던 지난 시간 동안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신 동료 회원분들께 작은 인사를 올리고 싶어 편지를 드립니다.

거친 폭풍우에 맞서 아무것도 없이 서 있던 제게 깊은 연대와 굳건한 지지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3년 동안 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여러 회원분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정성스럽게 써주신 편지와 포스트잇에 담긴 응원 메시지, 직접 기르신 건강한 먹거리와 손수 만들어주신 생활용품까지 제게는 너무나 큰 선물들을 받으며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횡행하는 거짓과 욕설, 그리고 비난들로 인해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내려놓고 싶던 절박한 순간순간들마다 여러분께서 내밀어주신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남은 삶을 이어가게 해주신 여러분들께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2

 

노동자로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생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것이 파괴된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직접 느끼며 살아 왔습니다. 그리고 그 암담함을 마주했을 때 어려움을 함께 나눠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신뢰를 보여주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바로 상담소의 활동가 선생님들이셨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검찰 조사와 고통스러운 법정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로 제 손을 잡아 주셨고, 제 바로 옆 자리에 앉아 계셔 주셨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순간마다 저를 대신해 싸워주셨습니다. 처음 미투를 한 후 “잘하셨어요” 라는 말씀을 건네주신 이미경 소장님, 방송 이후 되돌아 갈 곳이 없었던 제게 늦은 밤 선뜻 집을 내어 주신 김혜정 부소장님, 쉼터에 지낼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살펴주시는 정정희 원장님을 비롯한 여러 활동가 선생님들이 계셨습니다. 상담소의 활동가 선생님들은 따뜻한 동네 언니였고, 지치지 않는 투사였습니다. 선생님들이 그렇게 당당하게 제 곁에 서 계셔 주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상담소의 회원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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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원에 다니며 기술을 배우고 있고, 작은 잡무를 돕는 연구보조 일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일했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경력을 살려 일하고 있지 못하지만, 지금 제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조금씩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꼭 다시 일상을 되찾아 여러분께 받은 도움을 저보다 더 힘든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분들과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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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이후 곳곳에서 성폭력에 의해 고통받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의 작은 말하기로 인해 큰 힘을 얻으셨다는 분들의 편지도 받았습니다. 여전히 세상으로부터 거짓과 험한 말들로 고통받고 있지만, 언젠가 곳곳에 계신 분들과의 연대를 통해 이 모든 어려움들을 극복해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연대만이 안은영의 광선검보다 더 큰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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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 회원 여러분께서 주신 도움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받은 도움들을 여러분들처럼 나누며 살아가겠습니다.

꼭 건강히 살아내겠습니다. 회원 여러분도 건강하세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함을 잉크 뒤에 꾹꾹 담아 전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김지은 올림

 

6

 

사진설명

1/ 많은 분들이 후기를 남겨주셨던 - "호떡을 사먹어도 될까요?" <김지은입니다>, 240쪽 (출처_pixbay)

2/ 2018년 3월부터 많은 분들이 전해주고 보내주시는 손글씨, 편지들. 

3/ 끝없이 외모 품평을 받던 환경에서 운동화를 신어도 되는 곳으로, <김지은입니다>, 122쪽

4/ 삶의 구체성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첵 <김지은입니다> (반성폭력이슈리포트 14호 서평)

5/ 언니네트워크 책방 꼴에서 제작하신 포스터, 마치 광선검 같아요.

6/ 조혜민 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활동가, 故 로이 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가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모습

 

 

글_ 김지은 (<김지은입니다> 저자)

사진 배치, 편집_ 김혜정 활동가

7 Comments
  • 프로필사진 응원 2020.12.31 00:12 선생님께서는 이미 지나치게 많은 도움을 나누셨습니다. 감사드리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프로필사진 순돌이 2020.12.31 17:20 <김지은입니다>를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김지은이라고 검색을 했는데...이 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음...뭐랄까...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요...

    날이 많이 추워요. 그래서 오늘은 저희집 강아지 순돌이랑 산책도 안 했어요. 혹시나 순돌이 발이 얼거나 그럴까봐요.
    순돌이가 옷이든 신발이든 뭐든 몸에 걸치는 걸 너무 너무 싫어해서...한 겨울에도 그냥 데리고 나갈 수 밖에 없거든요 ^^

    오늘처럼 차가운 날,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포장마차에서 견과류가 잔뜩 들어간 뜨끈한 호떡을 한 입 콱! 깨물면
    안에 있던 뜨거운 설탕물이 입안으로 들어와 혀가 뜨거운데도 호오 호오 하고 입김을 내뱉으며 먹으면 정말 맛있을 거에요 ^^

    호떡을 먹고 뒤돌아섰는데 마침 맛있는 커피집이 있는 거에요.
    달달한 호떡을 먹고 나서 쌉싸름한 커피를 한 모금 한다면 정말 좋을 거에요.
    직접 대접해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고...마음만 보냅니다. ^^

    새해에는 더 많이 기쁘고, 더 많이 웃으며, 더 많이 행복해지시길 빌어요.
    힘내세요^^
  • 프로필사진 루카 2020.12.31 21:22 김지은 선생님이 용기 내주셔서 모두가 큰 빚을 졌습니다. 일상속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시며 미래를 도모하고 계시다는 얘기를 들으니 무척 기쁩니다. 늘 응원하고 함께하겠습니다.
  • 프로필사진 옆에 함께 2020.12.31 21:38 지은 님,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해요. 맛있는 것도 챙겨 드시고 운동도 하시면서 연휴 보내시길 바라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프로필사진 참꽃마리 2021.01.01 15:25 '김지은입니다' 읽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용기가 고맙고 잘하셨고 빨리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 프로필사진 상드 2021.01.02 16:49 어렵고 힘든 이야기 꺼내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2021년에는 성폭력이 사라지고 성평등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앞으로 나아가요~~
  • 프로필사진 우리가김지은이다 2021.01.03 20:20 지은님 발언해주시고 일상을 이어가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하고 같이 곁에 있고싶어요. 멀리있어도 마음으로 항상 느끼고 응원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같이 욕쟁이할머니가 되든 치매할머니가되든 뭐가 되든 각자의 할머니가 될때까지 함께 늙으며 살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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