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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반성폭력운동, 포괄적 성교육과 적극 만나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2021. 6. 1. 18:35

 

[후기] 반성폭력운동, 포괄적 성교육과 적극 만나야

한국다양성연구소 '모두를 위한 성교육' 콜로키움 참여를 하고 

 

 

https://youtu.be/p6vVau0Ue0Q

 

올해 상담소는 본격적인 '강간죄 개정' 운동 3년을 맞이하여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가 발족하고 상담소가 사무국 활동을 시작한 게 미투운동 다음 해인 2019년이었지요!) 동의 X 동의, 적극적 합의! 캠페인을 펴고 있습니다. 강간죄의 인정 요건이 '폭행 협박'이어야 하고, 그것도 피해자의 저항 유무를 따지고 심문하고, 물리적인 저항이 적으면 피해로 인정하지 않고 무고를 의심하는 성폭력적 사회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기 위해 '성적 동의'라는 화두를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포괄적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은 국제적으로 제시, 개발되어 온 성교육의 개념입니다. 유네스코에서 안내하고 있기도 하고요. 생물학적 과학적 생식기적 내용 만이 아니라, 그것 자체를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사회적인 배경과 지식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성교육의 주체들이 태도, 지식, 실천-기술을 골고루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며, 어떤 자원이 사회적으로 존재하는지 알고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전문가부터 지역사회까지 함께 기획하고 평가하고 환류할 수 있는 사회적 역동성을 중시하고 있기도 하고요. 

 

한국다양성연구소는 한국 사회에서 포괄적 성교육 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 중 한 곳입니다. 유네스코 제시 포괄적성교육 핵심개념을 장별로 나누어 그에 대한 한국적 맥락의 코멘트, 보완, 해설, 논의를 덧붙이는 콜로키움이 열렸습니다. (위 유튜브에서 전체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18년 개정판 국제성교육가이드의 한국어 버전은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번역해주셨어요. 

 

 

이 콜로키움이 열린 2021년 5월은 어떤 시기였는지로 발표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월 6일, 학생 대상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체벌에 대한 징계를 앞두고 목숨을 끊었던 교사의 유족이 교육감을 상대로 냈던 민사 손해배상소송이 기각됐다. 재판부는 교사의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체벌에 대해 진술했던 학생들이 경찰에서 번복했던 것은 해당 교사 등의 압력 때문이었고, 실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겪어왔다고 심리상담에서 여러 차례 호소한 것이 설득력이 있다고 보았다. 
평범한 성평등 교육자료를 증거라며 “페미니스트 교사 지하조직이 학생들을 세뇌한다”고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8만명을 넘었다. 교육부는 해당 주장을 경찰조사까지 의뢰했다. 포괄적 성교육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교육부에 ‘국가 수준 성교육 표준안’은 언제 폐기할 것이고, 포괄적 학교 성교육은 추진하고 있는지 되질의했다. 
텔레그램 상에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 유포, 판매하고 수십만명이 연루되었던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주범이 그동안의 평균적 판결과 전혀 다르게 높은 형량을 받았다. 그러나 기생산된 영상이 유포되고 재유포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같은 피해자에게는 새로운 사건과 새로운 수사, 재판 대응이 생성 또 생성중이다.  

폭력, 안전, 건강과 복지 정책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성평등과 인권기반 관점은 백래시 공격을 받고 있고,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이를 근거삼아 제도적 투여를 모르쇠하고 있다. 포괄적 성교육은 건강권, 평등권, 통합성, 성적자기결정권, 재생산권 등의 권리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교육권이자 정보접근권이다. 정책, 제도, 예산에서는 가장 ‘나중에’로 밀려있지만, 바로 그러한 현실로 인해서 현재 사회 곳곳에서 시급하고 절실한 것이 포괄적성교육인 상황이다. 
혐오와 차별, 폭력이 여러 모습으로 변주하고, 인권과 성평등을 기득권으로 간주한 역차별 주장이 정치적 영향력으로 결집되는 지형 속에서, 기성 정치권과 정부와 언론이 도리어 부추기고 책임성을 조각하는 방편으로 삼는 사이, 그럴수록 더욱 포괄적성교육은 이에 대한 설명과 해석, 토론을 포함하여 지금 필요한 건강, 복지, 안전, 폭력에의 대응을 논의하고 준비하며 전개해야 한다.

 

발표자의 자리에서 본 영상 중계, 문자통역, PPT 스태프님들의 모습

발표자료 / 사진 / 유네스코 가이드라인 다운로드 받기

https://diversity.or.kr/data/?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6745802&t=board

 

 

여러 논의를 전개했는데, 자료집을 다운로드 받아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몇가지 논의 내용을 살펴볼까요.

 

4장 폭력과 안전

 

가이드라인은 5세부터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난 폭력을 인지할 수 있고 알릴 수 있게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 한국성폭력상담소 2019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친족성폭력 관련 내담자 중 55.4%가 피해를 겪고 첫 상담을 하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생애주기 전반에 대한 가족주의 영향을 고려할 때 친족성폭력 공소시효는 배제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현행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목적조항은 '가정폭력 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되어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 전반의 패러다임이 가정의 유지와 보호에 초점이 맞추고 있으며 가정폭력에 대한 형사법적, 사회적 개입이 늦추고 있지요.
- 현재 성교육표준안 초등학교 중학년 24쪽은 가-활동1 ‘가정은 소중해요’ 1. 가정이란 무엇인가요? 2. 나에게 가족이 없다면 나는, 다-활동3 화목하게 지내요 1. 가족 간에 화목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적어봅시다. 가 제시되어 있고, 가정은 소중하고, 가족이 없으면 안된다는 담론 속에서 가족간 화목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정상가족담론에 무비판적이거나 이를 전제로 하는 교육은 친밀한 관계의 폭력과 학대를 예방할 수 없습니다.

 

위 학습목표를 실현하고자 할 때, 교육자는 우선 편견을 성찰하고 점검해야 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가 발간한 ‘친족성폭력 피해청소년지원 – 나침반을 찾아라’는 학력, 가족상황, 결혼과 성 세 지점에서 다음와 같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아무래도 사회생활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나요? 나는 혹시 능력과 관계없이 소위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에 대해 호감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요?, 노후에 가족 말고는 믿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나요? 주변 친지들의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 학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여자는 성을 절제하는 편이 미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 아이(가 있다면)만큼은 여기에 온 아이들과는 다르게 순진하고 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31-33쪽 참조, 일부 발췌) 

동의에 대한 장입니다. 섹슈얼리티에 대한 향유할 권리는 7장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이 장에서의 동의는 경계에 대한 감각, 협상, 가시화 등의 내용에 집중하고 있을 수 있는데요

 

- 성적 동의에 대한 담론과 교육, 참여 활동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한국에서의 성폭력은 ‘폭행과 협박이 극심하고, 저항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로 있었는가를 중심으로, 피해자의 행위를 심문하며’ 승인되는 개념이었습니다. 이는 화간의심을 중심으로 한 강간이데올로기가 지속되었기 때문이고요.


- 성적 동의는 갈등이나 권력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힘, 조건, 권력, 이에 대한 자각과 자각의 힘겨움이 오가는 현장을 더욱 논의하는 개념입니다. 제기되어야 하는 질문은 성적인 행동이 일어날 때 (길거리캣콜링, 직장내 성적 괴롭힘, 랜덤채팅에서의 성적 제안 등) 상대의 힘/권력은 어떻게 느껴졌나. 동의를 말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은 어떤 게 있을까. 동의에 대한 욕구나 역량이 없다고 여겨지는 존재(장애인, 어린이, 노인 등)의 의사표현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나, 등입니다.

 

- 경계를 설정할 때 경계 이면을 구성하는 것은 순결, 정조, 임신과출산을위한몸 (‘소중한 몸’), 여성의 몸 등의 편견적 개념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계의 내부를 구성하는 것은 통합성이며, 인격권, 신체권, 의사결정권, 자기운명결정권이고요, 따라서 경계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환경과 조언, 관계 속에서 바뀌고 갱신되고, 그 속에서 존재하고요.  따라서 위에서 언급하는 ‘프라이버시’는 경계를 강화하는 방향만이 아니라 경계를 바꾸고 타인을 포함하면서 계속 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프라이버시 담론은 수치심을 강화하고, 프라이버시가 깨졌을 때 두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프라이버시는 존엄함을 지키는 개념이고 그것이 깨졌을 때 일어나는 것은 분노와 문제의식이고 존엄성과 권리에 대한 보장이 복구 방향이고요. 


- 경계선은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형성되고,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하는 것이므로 경계에 대한 인식과 경계에서의 감각과 대응은 인지적으로만 진행되면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활동범위를 넓히고, 경험을 중시하며, 성적 실천과 관계를 시뮬레이션 하고, 몸을 움직이면서 감각하고 표현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성평등과 인권관점의 ‘자기방어훈련’이 효과적이고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하지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빠르게 변화합니다. 플랫폼도 바뀌고, 그 안에서의 기술을 이용한 행위와 문화, 유향은 변화무쌍하며, 거기에서 생성된 콘텐츠와 변형 콘텐츠, 밈은 ‘변형 가공 편집 합성’을 본질로 삼고 있습니다.

- 먼저 포괄적성교육 교육자들이 어디까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플랫폼, 컨텐츠의 양상, 밈과 문화, 용어와 사건들을 알아야 할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과 시기별로 알아야 할 것 등을 업데이트 할 필요가 있습니다. 랜덤채팅을 통해 성적 영상을 전송했다가 협박을 당했던 십대 여성의 경우 학교 상담실과 해바라기센터 등과 연결되었지만, 부모에게도 상담기관에도 본인이 받고 있는 협박의 양태를 자세히 알리며 해결적 도움을 받지 못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경우 경찰에 신고하러 갔지만 텔레그램이 무엇이며, 비밀대화는 무엇이고, 영상과 사진의 저장과 공유 기능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 수사기관의 반응의 대부분이었으며, 이는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한 문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청소년들에게는 인간관계를 독립적으로 이루고 있으며, 플랫폼의 컨텐츠 유통, 생산-수익구조와 알고리즘을 타고 평판 경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성별화된 방식으로 노동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십대여성의 디지털 노동과 '소녀성 산업'에 관한 연구」(김애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 박사논문) 참조. 반대로 디지털 기반의 남성중심적 ‘공유경제’가 이루어지면서 여기에서 발생하는 가시화된 문제에 대해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고요.

-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일어난 인권과 폭력의 문제에 대해서는 청소년들이 더 많은 사례를 알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이를 다루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을 어떻게 분류하고, 쟁점을 짚어내며 토론을 이끌어갈 지는 강사들의 지속적인 사례의 수합과 워크숍이 필요합니다. 

- 한국에서 최근 법률적인 변화들이 있는데요, 성폭력에 대한 형사적 대응에서 엄벌주의, 형량 높이기, 처벌위주의 대책에 대해 비판이 있고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디지털 매개 젠더폭력에 대해서는 형량이나 처벌 정도를 언급하기 보다 (법정형은 계속 변화하고, 사업자에 대한 과태료, 벌금 등 역시 계속 변경되고 있으며, 디지털 성폭력에서 법정형과 실제 선고의 간극은 크고, 피해가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규범적 지식이 계속 보충되고 있으므로) 무엇이 ‘위법’일 수 있는지, 경계를 인식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삭제 지원을 정부가 하고 있음은 꼭 정보로서 안내되어야 하고
- 소지죄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만 적용되었다가 이제 모든 불법촬영물을 저장, 시청, 소지한 것에 대해서도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법은 왜 도입하게 되었을까? 내 또래에게 이 법의 존재와 취지, 목적을 알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토론되었으면 합니다. 

 


5장의 내용은 협상, 대화, 자원 찾기, 미디어 해독력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 자료집에 상세한 논의내용을 꼭 참고해주시고, 더 양질의 토론과 방안 모색을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이 날은 관계, 신체, 섹슈얼리티, 젠더이해, 성과 재생산 건강 등 다른 핵심개념들에 대한 여러 패널들의 논의, 고민, 보완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성과 재생산 표현에서 '자궁이 있는' 이라고 할 수 있는 젠더프리한 표현을 '여성'이라고 말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는데요 - 이를 젠더 프리한 표현으로 쓰자는 제안이 인상 깊었습니다. 성적 욕망 성적 즐거움, 성적 향유를 더 말하지 않는다면 - 욕망과 쾌락은 가진자를 위한 것이 되고, 소수자들에게는 폭력과 고통 만 배치되는 구조가 재생산된다는 비판과 제언도 있었습니다. 가장 가장 자리에 있는 사람의 욕구와 욕망, 즐거움을 기준으로 유니버셜 디자인처럼 섹슈얼리티, 안전 등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토론이었습니다. 

 

반성폭력 운동이 그동안 억압, 폭력, 배제, 차별을 고발하면서 권리를 만들어 온 운동이라고 생각해왔지만,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넘어서 OOO할 권리, OOO를 향유할 권리, OOO를 만끽할 권리, OOO를 보장받을 권리를 더 많이 말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어 왔지요. 그러나 더 폭력과 힘에 대해서, 안전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할 수록 그것이 끼치는 해악과 만드는 장벽,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서의 피해는 욕구와 권리에 기반한 말하기와 분석하기와 한 장에 있다고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성폭력을 구성하는 힘 관계들을 더 세밀하게 말하다가, 성적 동의와 적극적 합의라는 새로운 기준과 지평을 말하게 되었고요. 

 

반성폭력운동이 포괄적 성교육과 만나야 하는 여러 이유들을 생각하며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교육부는 페미니즘 교육 지하조직 사건 의뢰를 할 시간에, 포괄적 성교육에 대한 진지한 접근, 적극적인 시행에 먼저 나서기를 간절하게 촉구합니다. 

시민들이, 시민사회에서 만들어가는 포괄적성교육, 그리고 여성폭력 반대 운동과의 만남도 점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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