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담소는 지금

[후기] 친족성폭력에 맞서 '광장'을 여는 액션 워크숍 <가족-학대-성폭력의 '현장'> 2장

친족성폭력에 맞서 '광장'을 여는 액션 워크숍 [가족-학대-성폭력의 '현장']

2장 권리를 요구하는 주체로서 연대의 광장 만들기

유튜브로 다시보기 ☞ https://youtu.be/6U1eF2V-jyU

 

친족성폭력에 맞서 '광장'을 여는 액션워크숍 두번째 시간이 71일 저녁 730분에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열렸습니다.

 

2장 <권리를 요구하는 주체로서 연대의 '광장' 만들기>는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님, 미디어 인권연구소 뭉클의 김언경님, 친족성폭력 생존자이자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액션 공폐단단 활동을 하고 있는 푸른나비님, 명아님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지금껏 기다린 가장 마지막 미투라고 일컬어지는 친족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유튜브 실시간 생중계를 통해 많은 참여자 분들도 소통의 자리에 함께해주셨습니다.

 

 

첫 번째 발표는 인권운동사랑방 미류님"광장행 버스를 타겠다" 였습니다.

 

미류님께서는 학자 린 헌트의 "인권은 오직 대중들이 타인들을 동등하게 생각하도록 배울 때만이 번성할 수있다."라는 말을 인용해주시며, "차별받는 사람들은 말하기를 어려워한다. 사회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고, 문제가 없다며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 제기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동등한 존재임을 잊게 되는 원인은 차별적인 구조에 있고, 차별적인 구조 안에서 어떤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되는데, 그 사람들에게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무슬림 등과 같은 꼬리표를 붙이고 각 개인의 이름표는 지워버리는 현실 속에서 다양성은 잊혀지고 각기 다른 개인이 가진 각기 다른 이야기에는 귀기울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차별받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미류님은 범죄 취약계층은 약한 것이 아니라 보호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에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차별적인 구조가 그들을 보호받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말하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증오하는 입』의 저자 모로로아 야스코는 "소수자는 약해보이고 싶지 않아서 피해를 말하는 것을 주저하기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어떤 곳에서 차별 받는자 또는 약자의 위치에 처해있었을 때, 피해를 받았음에도 일부러 피해받지 않는 척 외면하고 회피한 기억이 떠올라서 마음이 씁쓸해졌습니다. 그러나 미류님은 우리가 광장으로 나가야하는 이유는 우리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며, 증거자인 우리가 세계의 부정의와 폭력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도 친족성폭력의 생존자 중 한 사람으로서 미류님의 발표에 용기를 얻었다고 미류님의 언어와 함께 고백하고 싶습니다. “세계를 다시 세우는 것은 피해자의 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고 가장 늦게까지 답을 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여전히 답을 찾고 있는 이 과정이 언제 끝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어 때로는 어려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광장으로 나가는 이유는 우리가 그 증거자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훈장으로 새길 것입니다.

 

 

두 번째 발표는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의 김언경 님께서 성폭력 피해 생존자를 위한 언론대하기, 언론되기'였습니다.

 

김언경님은 이번 발표에서 소개할 가이드라인은 사실 성폭력을 보도하는 언론인이 지켜야 할 사안이지 성폭력 피해생존자나 반성폭력 활동가가 지켜야 할 사안이 아니므로 혹시 가이드라인 대로 하지 못했어도 자책하지는 않으시길 바란다고 발표 초반에 거듭 당부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를 통해서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여러가지 유용한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선, 일반적인 언론 대응으로는 보도자료, SNS 등 글쓰기 중심 대응과 기자회견, 유튜브, 팟캐스트 등 말하기 중심 대응, 그리고 얼굴이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인터뷰, 방송 출연 등이 있다고 다양한 방법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부당한 언론보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심의 민원 신청하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기' 등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언론시민단체에 제보하거나 본인이 직접 시민기자로서 기사를 기고하거나 SNS에 발표하는 등의 적극적인 항의를 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인상깊었습니다. 다양한 언론 대응 방법을 알게 되어서 앞으로는 언론을 조금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한편,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 중에는 성폭력에 관한 낸이 가장 많은데, 그 이유는 성폭력 관련 보도에서 가장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2018에서 발간한 「성폭력, 성희롱 사건보도 실천요강」에 따르면 "가해자의 변명을 그대로 전달하여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아야하며 낯선 사람의 접근만으로도 일상적 심리의 평온이 깨질 수 있는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먼저 이해하고 다가가야한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노출하였다고 하여 본인의 동의없이 무분별하게 신상정보가 부각시키는 보도를 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성폭력 생존자들이 언론으로부터 가십성 이슈로 소모되는 등의 2차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보다 더 신중하고 신뢰성 있는 취재와 기사작성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에서 제시하는 보도지침에 따르면, 장애여성을 무성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기, 장애여성이 성적인 존재고 자신의 선택권,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합니다. 저도 장애로 인한 능력의 제한을 절대적인 무능력함으로 바라보거나 장애여성을 지나치게 무능하고 무력한 존재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은지 비판적인 시각에서 언론을 지켜볼 것입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언론이 지침에 맞게 성폭력 생존자를 대하고 있는지,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지는 않았는지 의식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발표는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액션 공폐단단 활동가들의 그것을 알린다였습니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라는 의제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수도 있는 공폐단단은 친족성폭력 공소시효를 외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그 의지를 단단히 하고자 '단단'이라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이 액션모임은 자발적이며 정해진 인원이 없고 이를 위해 행동하는 모든 참여자를 공폐단단 활동가라고 칭합니다. 이 가슴뛰는 활동에 저도 한명의 공폐단단 활동가로 동참하고 싶어졌습니다. 여러분도 이 공폐단단에 참여해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공폐단단은 20191221일부터 활동액션을 시작하였으며 플래시몹 액션, 국회 앞 1인 시위, 매마토 정기 1인시위 등의 연대활동을 지속해왔습니다. 매마토는 지막 요일 광화문 앞 낮 12시에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해 누구든 1인 시위를 진행할 수 있는 연대활동입니다. 2021년에는 424일 민지님, 58일 어버이날 맞이 특별 1인 시위로 영서님, 529일 명아님, 626일 이파리님 등의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친족성폭력의 인식개선을 위해 민지님은 블로그를 운영하며 매마토 후기를 올리고 있고, 명아님은 성폭력 피해를 당당히 하자며 성피당당’이라는 유튜브에 매마토 활동 영상을 연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명아님은 인터뷰시 생존자에게 중요하다고 느낀 점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는데, ▷사전에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하여 인터뷰 당사자가 동의나 거부를 할 수 있는 권리 갖기, ▷보도 전 생존자가 먼저 원고를 확인하여 삭제나 수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하기 등이 있었습니다. 생존자가 보도되길 원하는 방향으로 언론사에 직접 요청하는 방법도 시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이제 공폐단단 액션을 위해서 우리도 함께 풀어나가야할 질문들이 있습니다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안에서 발생하는 친족성폭력을 어떻게 인권으로 연결할까?”, “각자의 트라우마가 있는 생존자들이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개인인 공폐단단활동가로서 자력으로 활동할 때 소진되지 않고 연대하는 방법은?” 공폐단단 활동가들은 활동하면서 느낀 질문과 고민을 솔직하게 나누어주셨습니다.

 

 

그 이후 미류님, 김언경님, 푸른나비님, 명아님을 모시고 짧은 시간이지만 깊이있는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워크숍를 마치며 친족성폭력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까지 헌신과 열정을 보태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미류님이 발표 마지막에 읽어주신 "집을 나서며" 라는 시의 몇 문장들을 묶으며 워크샵 참여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지독하게 겁도 많은데 광장행 버스를 타겠다. 세상 바닥이야 으레 차가웠으니 그러려니 하겠다. 요구하겠다, 듣든 말든 미치도록 하고싶던 말을……"

 

세상에서 차별받고 소외된 사람이라 느꼈을, 어딘가에 계신 모든 친족성폭력 생존자 분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명의 개인으로는 겁이 많았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가해자들처럼 비겁한 사람이 아니기에 함께 연대합시다. 오늘도 살아서 언젠가 광장에서 만납시다!"

 

<이 후기는 자원활동가 하윤님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