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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후기] 성폭력 사건 해결의 '법시장화' 비판과 '성폭력정치'의 재구성에 관한 연구 박사논문 발표회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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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성폭력 사건 해결의 '법시장화' 비판과 '성폭력정치'의 재구성에 관한 연구 박사논문 발표회 후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2021. 9. 30. 11:27

지난 915일 수요일 저녁, 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의 책임연구원인 김보화(파이)님의 박사논문 발표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발표자가 성폭력 사건 해결의 법 시장화비판과 성폭력 정치의 재구성이라는 긴 제목의 논문을 요약해서 발표한 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서혜진 변호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노선이 활동가의 토론, 그리고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박사논문 발표회 알림 웹홍보물!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나요! 

 

 

성폭력 사건의 해결이란 무엇일까.

꽤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물음입니다.

대학생 때 처음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조력하면서 더 많은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형사절차를 진행할 때에 피해자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저는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로서의 시작을 상담소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상근변호사는 아니지만 반상근(?) 비스무리한 그런 형태로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와 공익펠로우변호사 활동 등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어요! (사진) 란 부소장/ 이도경 변호사/ 오매 소장

 

그렇게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파이의 논문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을 로스쿨에 가기 전에 읽었으면 저는 아마 지금쯤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법도 딱히 내가 생각한 그런 길이 아닌가 봐! 하면서요.

 

 

논문은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들과 그들을 변호하는 변호사, 끊임없는 수요와 점점 더 전문화되어가는 공급에 의해 형성된 시장의 모습을 짚어냅니다. 성범죄 전담법인의 등장과 함께 가해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활용되는 다양한 전략들을 드러내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인 절차에서 자신의 피해를 증명할 것을 요구받는 피해자들의 상황을 돌아봅니다.

사건 해결과 피해회복의 과정으로 선택한 법적 절차에서 오히려 더 고통을 받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얻게 된 재판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조력하는 역할만을 강요받게 되는 반성폭력 운동의 위치성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습니다.

 

 

발표회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논문의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하며 활동가와 주변인, 피해자 등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가지고 있던 고민들을 나누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행사였는데도 많은 분들이 끝까지 함께해주셨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같이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걸 깨닫기도 했습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성폭력 사건의 해결이란 무엇일까요.

논문의 문장을 옆에 두고, 저는 저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겠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해결은 종언될 수 있는,

완성된 상태로 인식하기보다 오히려 해결과 치유의 의미를 연대와 투쟁의 언어로서 전유할 수 있는

‘성폭력 정치’의 장이 구성되는 하나의 경로로서 의미화할 필요가 있다.”

 

 

매순간, 어디에서든,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간절하게 사건 피해자의 회복을 바랍니다.

어떤 방식의 해결이든 그 과정이 오롯이 피해자의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피해자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은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법적 용어들과 수많은 증거들로 굳이 나의 아픔을 증명해내지 않아도,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그런 기대를 하기에 지금 우리 사회는 피해자에 대한 법적 지원조차 아직 부족한 사회여서 암담합니다만, 이런 훌륭한 글들과 그 글을 읽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사회도, 삶도,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겠지요.

그 조금을 위해, 모두 잘 살아봅시다.

 

 

 

<이 글은 공익펠로우 이도경 변호사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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