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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는 지금

[토론회 후기] 권력형성폭력 대응, 우리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토론회 참석 후기]

권력형 성폭력대토론회, 우리는 변화했다!

2021년 11월 29일(월) 14:00 부산시의회 대회의실

 

상담소에서는 미투운동 이후 안희정 전 지사, 이윤택 연극연출가, 박원순 전 시장, 오거돈 전 시장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활동을 해왔습니다. 2018년 미투운동 이전에도 사회권력층에 의한 성폭력은 빈번했습니다. 예컨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01년 6월 '사회지도층에 의한 성폭력 집중 상담'을 한 결과 106건이 접수되었고 가해자들의 직업은 '고위공무원, 구청장, 검찰청직원, 경찰, 군인, 시의원, 동장, 국가단체장, 시인, 소설가, 방송국 국장, PD, 연예인, 목사, 스님, 신부, 사이비교주, 대학교수, 대학강사, 교장, 교감, 교사, 연구원, 학원장, 유치원장, 시민단체, 노동단체, 변호사, 의사, 변리사, 임상심리상담가, 대기업 간부, 사장, 회장 등' 이었습니다. 성폭력 자체가 가족, 학교, 직장, 친밀한 관계 등 사회적 단위 곳곳에서 젠더화된 권력구조, 권력화된 젠더구조를 기반 삼아 일어납니다.

 

그러나 2021년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사건, 지원과 대응을 하고 있는 사건들은 현재 지형을 발판 삼아 2차 가해 유형과 법적 판단 과정에서의 쟁투에 놓여 있습니다.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 그럼에도 사회가 변화해 왔음을 우리 스스로 확인할 필요도 있는 시간,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주최하신 '권력형 성폭력 대토론회'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첫번째 부산성폭력상담소 이다솔 상담팀장의 '오거돈 성폭력사건, 권력을 넘기 위한 순간들' 발표가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오거돈 사건 대응, 피해자 지원을 하면서 지원자로서 체감한 '권력'의 장면들을 담았습니다. 최근 2심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의 의료 진단서를 재감정하라는 피고인 측의 요구와 이를 승인한 재판부로 인해 오랜 시간을 더 대기해야 하는 상태에 놓인 피해자 소식을 전하며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습니다. 

 

이덕욱 변호사는 변호인단으로서 권력형 성폭력이 일으키는 2차 피해를 현재 법은 어떻게 포괄 할 수 있는지, 한계가 있는지 법적 대응 방안에 대해서 짚었습니다. 

 

박정희 부산민언련 사무국장은 미투운동 이후 언론보도, 특히 정치계 권력자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 언론의 보도 양태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모니터링해주셨고, 미투운동 이후 여러 언론사에서 젠더적 관점을 높이기 위해 신설한 젠더데스크나 젠더 이슈를 집중해 다루는 매체의 등장 등을 정리해 주셨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토론자로 참석한 김혜정/오매 소장은 현재 안희정 사건과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의 진행 상황, 피해자 상황을 간략히 짚었습니다. 2차 피해에 대한 법적 대응은 4년 째인 2021년까지 진행되었고, 도청과 가해자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피해자 신체감정 문제가 불거져 이의 부당성을 말했습니다. 가해자가 출소하는 시간에 따라 압박 받으며 피해자가 살아야 하는지 질문하며, 치유, 회복, 변화를 향한 '우리들의 시간'을 만들어갈 계획도 나누었습니다. 

 

미투운동은 법이 있음에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던 각 영역의 권력구조를 드러냈던 말하기였고, 앞선 사람의 이야기에 이어 말하는 것, 뒷 사람을 생각하며 말하기를 펼치는 행동 등 '연대'의 실질적인 실천을 강조하는 환경을 구성했습니다. 권력형 성폭력이 드러낸 것은 영역별 권력구조들, 심기보좌 노동이라는 성차별적 노동구조, '위력'에 대한 말하기와 인지, 법적 판단 등입니다. 향후 과제로 화력과 연대의 편향성(연대만이 우리의 힘이지만, 주목받지 않는 사건은 되려 부당하게 배제되고 해결과정의 적용을 받지 못할까 불안이 증폭되는 문제), 시민사회의 변화와 서울시장 사건 이후의 경색 문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형사적으로만 갈 것이 아니라 (성차별적) 노동구조, 조직문화, 2차 피해 등 조직적 대응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할 것, 피해자 개인정보 등 공격적으로 왜곡, 유포하는 행위에 대한 대응 등을 짚어보았습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 발표자는 인권이나 성평등 가치가 숫자로 말해질 수 없지만, 정치라는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영역에서 숫자는 여전히 중요한 지표라는 점을 말하며 시작했습니다. 정치권 내 여성폭력 문제 (여성정치인이나 여성 기자 등을 향한 성폭력 등) 는 중요하게 모니터링되고 가시화되고, 통계를 산출하고 연구되어야 할 영역임을 국내외 사례와 자료를 살피며 짚었습니다. 

 

권명아 (동아대 젠더어펙트연구소 교수) 발표자는 '애국'이라는 기반은 존재하지 않고 자당의 이익을 좇는 '모리배'가 한국정치의 매커니즘이었음을 짚으며, 이 속에서 제기된 성폭력 문제제기는 '성폭력 부정주의'라는 대응에 부딪히는 점을 분석했습니다. 지속된 연구에서 '신뢰자본'이라는 것이 어떻게 불평등하게 형성되고, '젠더화' 되는지, 누구의 말이 믿어지느냐가 윤리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처럼 축적되며 젠더화되며, 더욱 극단화됨을 향후 연구에서도 발표하실 예정이었습니다.  

패널 발언들도 소중했는데요, 가해자가 유명인이지 않은 사건, 서울이나 수도권, 광역시 이외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 얼마나 주목되지 못하는지 짚으며 내년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 내 사건들을 함께 분석하고 토론하는 전국 지역 연속 토론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또다른 분은 정치라는 것이 권력을 배분배하는데, 이 과정에서 허구의, 거대한 정상성을 만들고 재생산하는 것 같다고 짚으며 "가장 정상적이지 않은 집단이 정치를 해야 하고" 그들이 권력을 다시 해체하고 분배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활동가는 권력형 성폭력사건에서 2차 피해 문제를 제기하자 법적 판단과정에서 피해자의 피해가 '원 사건' 으로 인한 피해냐, 그게 아니고 '2차 피해'로 인해 발생한 것이냐? 라는 분할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반문이 일어났던 점을 말했습니다. 어느 하나를 말하면 다른 하나가 배제되거나, 가해자의 행위에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는 상황은 매우 부당한 것이지요. 

 

또 활동가로 오래 활동했던 참여자는 권명아 토론자가 말한 '미세감각'으로 권력을 감지하는 것은 피해자 뿐 아니라 피해자를 곁에서 지원하는 조력자, 활동가에게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고를 하는 자리인 듯 하다고 했습니다. 미세감각으로 권력을 느끼면서 말하는 우리들 역시 '정치'를 하고 있는 주체들이라고요. 

 

 

1년을 꼬박, 혹은 4년을 이어가며 해내고 있는 성폭력과 맞서는 싸움. 지치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들도 울컥했음을 여러 위치의 사람들이 고백하기도 하지만, 우리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기운을 서로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들의 힘은 거대한 파도처럼 앞에 나타나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섬세한 고민으로 미세한 감각으로 서로를, 세상을 두드리고 있기도 합니다. 모든 공대위와 피해자들과 연대자들과 으샤으샤 해나갈 힘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