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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내가반한언니 10월 모임 : 영화 <엘르> 이야기 나누기

*본 감상문에는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간략한 소개에는 성폭력 피해와 복수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복수극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혼란스러움과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해석도 다양했습니다. 문화적 차이가 있고 정서에 맞지않다는 후기도 보였습니다. 줌으로 엘르에 대한 감상을 나누면서 한 참여자는 영화가 굉장히 불편했고 뇌에 부화가 살짝 오기도 했다네요.

영화 소개처럼 복수극인가에 대해서 가해자가 아들을 발견하도록 유도했다고 보시는분도 있었구요. 미셸이 가해자의 정체를 알게된후 주도권을 쌓아갔다고 보시기도 했구요. 다른분은 등장 인물들이 대체로 상식적으로 하는 행동으로는 이해가 안되고 충동으로만 설명되어지는것 같다고 하셨어요.

저는 미셸이 성폭력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점을 여과없이 드러낸것이 불편함도 있었지만 솔직함으로 더 다가왔고, 미셸의 언행이 '성폭력 피해자는 어떻다'라는 규정으로 이어지기 않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미셸이 자동차 사고 현장에서 주변사람들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했으나 상황이 여의치않으니까 가해자에게 전화하여 구조를 받는 그런 장면에서는... 저 또한 그 통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대체 왜?' 라는 생각부터 들었으니 역시 나는 여성주의적 시각이 아직 부족한가라고 되돌아보기까지 되더군요. 저도 주인공의 일관되지 않고 모순되는 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여전히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피해 이후에도 가해자와 친밀함을 유지할수도 있고 양가감정 때문에 여전히 호감을 느낄수도 연민이 들수도 있는데 피해자다움은 이런 가능성 자체를 배제시킵니다.

가해자는 가학적 상황에서 흥분을 느끼는 성향이 있는데 이 성향 자체가 변태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S와 M은 취향이니까요. 하지만 상대방과 합의되지 않은 가학적 행위는 성폭력이 분명합니다. (때문에 가해자 역할의 배우가 외적으로 매력이 넘쳐서 영화 내내 호감을 느꼈던게 민망하기도 했어요)

오래전 이 영화를 혼자 관람후 누군가와 소통하며 의문점들을 해소하고 싶었지만 그럴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 의문들을 이번 줌 모임때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각자의 해석들을 들을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이 글은 내가반한언니 회원 '지은'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