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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는 지금

[후기]차별금지/평등법 4월 제정을 위한 평등텐트촌과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

4월 11일 월요일 오전 국회 2문 앞에서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인권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차별금지법이 15년째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4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입법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국회에 전달하기 위해 평등텐트촌과 단식투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혐오와 차별이 아무런 제동없이 행해지고 있는 지금 이 시점 차별금지법이 만들어갈 사회적 안전망이 더욱더 필요하기에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그러나 평등텐트촌을 치는 것부터 난항을 겪었습니다. 국회가 천막 반입을 막는 바람에 마찰이 생긴것인데요. 최대한 동요하지 않고 차별금지법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협의가 진행되고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같이 이야기를 보태주어 다행히 천막이 설치될 수 있었습니다.

 

평등텐트촌 설치를 위해 국회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담소 활동가들

곧이어 11시 평등텐트촌 단식행동 돌입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는데요.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섹 알마문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기선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표 등 인권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모든 사람이 성별,장애,나이,언어,출신국가,출신민족,인종,국적,피부색,출신지역,외모,혼인여부,임신 또는 출산,가족형태,종교,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법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경험한 차별을 이야기하고, 차별금지법과 함께 만들고 싶은 사회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발언들 속에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더욱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리사수를 통해 쟁취한 평등텐트촌!

기자회견 말미에는 단식행동에 돌입하는 두 활동가의 평등선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 차별하지 말자고 약속하자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등을 앞당기기 위해 단식 투쟁에 돌입합니다. 저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때까지 싸우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일상의 차별 속에서 존재하는 대로 당당하게 살고자 부당한 대우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자 그리고 사람답게 살아보고자 행동에 나섭니다. 
(......)차별 금지와 평등을 위해 행동하는 시민들이 그 힘이 얼마나 매서운지 국회가 볼 수 있도록 평등텐트촌으로 와주십시오. 우리의 투쟁은 언제나 그랬듯이 함께 같이 살자는 것입니다. 차별과 혐오에 짓눌려 길들여져 사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를 지킬 수 있도록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며 함께 사는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평등을 위해 함께 힘을 냅시다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우리가 기필고 쟁취합시다.

이종걸(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어깨를 펼 수 있을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이 있는 나라를 상상하며 누군가 했던 말입니다. 어깨를 펴는 어쩌면 사소한 순간 단식 투쟁을 시작하며 누군가 움츠린 어깨 뒤를 펴던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차별 당한 사람이 차별 당한 경험을 말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일까요. 아닙니다. 말을 꺼내면 억지를 부린다거나 불쌍한 척한다거나 유난을 떤다는 반응이 돌아오는 건 지금 한 정치인의 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차별은 없다” 그 선언은 차별당했다는 말은 듣지 않겠다는 엄포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기어이 용기를 내어 말하기 시작합니다.  깊숙이 자리 잡아 잘 보이지도 않던 무언가에 차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어깨를 펴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순간은 빛이 납니다. 우리가 망각당해온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존엄하다는 진실을 기억시키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힘겹게 싸운 이들이 누구보다 기꺼이 자신의 어깨를 내주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고 돌보는 방법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약속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요구는 이렇게 평등을 불러냈습니다. 국회에 무슨 말을 더 해야 할까요. 대한민국 헌법에 누구든지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는 걸 더 읽어줘야 합니까 많은 나라들이 차별금지법을 통해 만들어온 변화를 더 소개해야 합니까 차별하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표를 주지 않을까 봐 차별하지 말자는 법안 심사를 미루는 일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더 설명해야 합니까 혐오 선동이 정치의 풍경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위태롭고 불안한지 더 호소해야 합니까
국회에 요구합니다. 어렵사리 어깨를 편 사람들이 일으켜 세운 평등을 더는 망치지 마십시오. 국회 밖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뭐라도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데 국회 안에서는 혐오의 줄을 대느라 눈치만 보는 일을 멈추십시오. 국회의원들에게 전합니다.
당신들도 차별을 알고 평등을 배울 권리가 있습니다. 4월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합시다. 평등이 밥입니다. 차별의 일상에서도 우리는 평등을 지어왔습니다. 이제 상은 다 차려졌습니다. 혐오에도, 빼앗기는 일에도 길들여지지 않게 고르게 존엄한 사회에서 더 빛나는 평등을 꿈꾸며 함께 드십시다. 밥상 앞으로 와서 앉으십시오. 저도 숟가락을 내려놓고 기다리겠습니다.

미류(인권운동사랑방)

 

마련된 평등텐트촌은 차별금지법 쟁취를 원하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무엇이 차별인지 그 기준을 세우는 법입니다. 정치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차별선동을 하고 있는 시기에 꼭 필요한 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차별금지법 제정을 한 이후에도 우리에게는 엄청 많은 논의와 제도적 마련이 필요합니다. 지금껏 “이건 차별이다”라고 이름도 붙이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에 현존하는 차별을 어떻게 시정하고 더 평등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어떤 장치를 만들것인지 구체적인 상을 만들어가야하는 과제가 산적해있습니다. 

 

이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되어줄 차별금지법이 더욱더 기다려지면서도, 평등의 기초를 세우는 일에, 평등을 앞당기는 일에 단식행동으로서 결의하는 두 활동가들을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의 곁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매서움을 국회에 보여줄 수 있도록 평등텐트촌으로 와달라는 종걸님의 초대의 말에 더욱 힘을 내어 봅니다.  

 

국회는 지금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평등의 봄 쟁취하자!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동은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