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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는 지금

[후기] 차별금지법 제정하여 평등의 봄 쟁취하자(1편)

46일의 싸움 속에서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 모두의 존엄과 권리를 지지하는 동료시민들의 연대가 고르게 평등한 사회의 방향을 밝혔다. 이 법을 만드는 주체는 국회와 정치가 아니라 시민들의 힘임을 오롯이 확인하였다. 농성장에 다녀간 동조단식 참여자들은 1천 명에 육박하고 발표된 성명의 연명자는 5천명이 넘는다. 국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스무번이 넘고 이 곳에서 열린 문화제와 집회까지 모두 떠올릴 때 더 이상의 셈은 의미가 없다. 그뿐인가. 충남 이진숙 활동가의 21일 단식, 임푸른 활동가 17일 단식, 경기 박광온 의원 지역사무실 점거농성 10일, 대구시당 1박 2일 점거투쟁, 그 외에도 전국 모든 광역시도 단위에서 동조단식과 1인시위가 이어졌다.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은 함께 싸우며 평등을 더 깊이 배웠다. 차별에 대한 자기 삶의 경험과 평등을 향한 바람들은 동등한 동료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길을 내며 이전보다 강해진 투쟁의 힘으로 우리 안에 남아있다.

5/27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를 위한 46일 농성&단식투쟁 마무리 기자회견 “정치의 실패다.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끝까지 투쟁한다.” 기자회견문 중에서 (더보기: https://equalityact.kr/press-220526/)

 

411일부터 526일까지 이어졌던 46일간의 단식 투쟁 및 농성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농성이 마무리 되었지만 여전히 국회에는 차별금지법/평등법안 4개가 심사도 되지 않은 채 계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장혜영, 이상민, 박주민, 권인숙 의원안).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는 6월 지방선거가 시작 되고 국회의 원 구성이 바뀌기 전에 법안의 심사를 시작하고 제정하라고 요구해왔습니다. 지난 426일 공청회 계획서가 채택되었지만 일정은 비어있는 계획서였고, 더불어민주당 박광원 법제사법위원장은 공청회 일정을 여야간사의 합의에 따르겠다는 답변으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습니다. 525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차원에서 공청회 일정이 잡혔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하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마저 거부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는 공청회를 넘어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여 심사기간을 정해두고 논의와 심사를 시작하라고 요구했지만, 답변 기한은 25일 낮12시까지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무응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27일 하루 전 26,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단식 투쟁 및 농성도 기자회견과 함께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패한 것은 차별금지법 제정 입법 운동이 아니라 정치였음을 농성장에 한 번이라도 왔던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모두가 최선을 다해 정치의 역할을 요구했고, 우리 스스로 살고 싶다는 마음과 살겠다는 의지로 농성장을 매일 가득채웠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선거유세를 시작하며 자신의 지역구로 가 유세하였지만, 어느곳보다 정치적인 공간이 국회 앞 차별금지법 제정 농성장이었습니다. 평등, 자유, 존엄, 연대 라는 정치적 구호가 살아 넘실거리는 곳이 또한 농성장이었습니다.. 평등의 봄을 쟁취하자는 목표는 이룬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국회의 실패를 함께 확인하였고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하여 5월 한 달 동안 상담소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마음을 다해 활동했습니다. 상담소도 이 과정에 함께했는데요. 1편과 2편에 나눠 5월 한 달 동안 어떤 활동들이 이어졌는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5/9 농성장을 지켜라

510일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의 앞두고 농성장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농성장이 강제로 철거될 수도 있기에, 많은 이들이 농성장을 지키기 위해 모였습니다. 상담소 활동가들도 밤새 몸으로 버틸 각오를 하며 짐을 꾸려 출근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차린 농성장인데 움직일 생각 없는 국회를 그대로 두고 대통령 취임식을 이유로 이 자리를 떠날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같이 다양한 사람들과 활동 영역의 의제가 이곳에 모였고 차별금지법과 만났고 정치적 책임과 응답을 요구하는 외침으로 드러나는 곳이었습니다. 다행히 수많은 사람들이 농성장을 지키겠다는 결의를 보여준 덕에, 강제 철거 없이 취임식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힘으로 농성장을 지킨 이 날 밤, 차별금지법 제정의 역사는 국회 안에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미류님의 발언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 5월 9일 야간집회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_zAaaYvG8uU

국회 앞 피켓팅과 기자회견

5월 16일 국회 앞 피켓팅

21대 국회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회 본회의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의원총회를 앞두고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피켓팅을 국회 앞 정문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우리의 간절한 요구, 우리의 분노가 담긴 요구가 전해지기 바라며.

 

*[기자회견]  지방선거 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차별금지법 있는 나라에서 투표하겠다> 

피켓팅 다음 날 517,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지방선거가 핑곗거리가 된 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민주주의의 원칙은 무엇보다 '평등'일텐데, 평등을 일상과 사회에서 자리잡게 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일이 대의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선거 다음으로 밀리다니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어렵다’는 말처럼 이상한 말이 있을까. 그런 답변 앞에 15년이 미뤄진 것이 차별금지법이다. 촛불정권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탄핵 이후 차별금지법은 대선기간말고 ‘나중에’ 이야기 꺼내라는 주제였다. 대선, 지선, 총선을 거듭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야기하라는 ‘나중에’는 오지 않고 문재인 정권도 막을 내렸다. 그리고 또 다시 선거를 핑계로 차별금지법을 슬그머니 뒤로 미루려 한다. 시민이 권리를 행사하는 선거가 시민의 권리를 미루는 핑계로 작동할 수 있는 한국사회의 역설을 이제는 끝내야한다.(기자회견문 중에서) 
 일시 : 2022 5 17() 오전 11 / 장소 : 국회 앞 농성장

 식순
사회 :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발언1. 지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발언2.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발언3. 김혜순 (서울시 중랑구 초록상상 사무국장)
발언4.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발언5.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단식 37일차)
발언6.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단식 37일차)

이 날의 기자회견에서는 상담소 오매 활동가도 발언하였습니다. 상담소 김혜정 활동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발언문 및 기자회견문 전문 보기: https://equalityact.kr/press-220517/)

저는 지난 일주일 사이 네 번 국회에 왔습니다. 성폭력상담소에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국회에 옵니다. 왜일까요? 가장 불안정하고 가장 문제적이고 가장 한국사회에 해악이 될 수 있는 일이 정치와 국회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여론은 45.5%가 여성가족부 유지개편, 18.8%가 현행유지를 바랍니다. (2022.4 넥스트리서치) 국민 여론 39.5%가 여성가족부가 성차별 문제 대응 미흡하다고 지적합니다. (2022 한국여성정책연구원), 40.1%가 가장 심각한 차별이 성별 문제라고 합니다. (2022.3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 국민인식조사) 그럼에도 장관후보는 지난 주 국회에서 공약이니 무조건 폐지하겠다고 확언합니다.

성폭력, 직장 내 성폭력은 법과 제도로 금지되어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 등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법에 적용받지 않고 법치를 넘어서 성희롱 성폭력 2차 피해를 횡행하게 방치하는 곳이 국회와 정치입니다. 미투운동에서 정치영역 내 성폭력을 문제제기한지 만 4년이 지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정치 내 성폭력은 사건 하나도 안정성이 1도 보장되어 있지 않은 채 피해자와 조력자 국민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그리고 90.8% 국민이 누구도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나 그리고 내 가족도 언젠가 차별을 하거나 당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차별금지 법률 제정은 작년보다 15.6% 높아져 88.5%가 찬성합니다. (2022.3 국가인원위원회 혐오차별 국민인식조사) 72.4%의 국민이 우리 사회가 차별에 대해 현재처럼 대응하면 차별은 구조적 고착되어 사회 갈등이 심해질 거라고 우려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정치와 국회가, 정당이, 국회의원들이 가장 이 변화를 거부합니까? 어째서 성폭력 방지에 무력하고, 인권존중에 가장 무감하고, 차별혐오에 가장 대책없고 차별금지법을 두려워합니까?

우리는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평등텐트촌과 단식투쟁으로 묻고 묻고 물었습니다. 기회를 주고 주고 또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끝내 이 기회를 마다하고 거부한다면, 당신들은 결국 국민들의 삶과 생각과 의식과 열망과도 무관한 집단일 뿐입니다. 국민을 대표하고 한국사회를 논의할 자격이 없을 뿐입니다.

52.0%20대 여성과 30.7%20대 남성은 정치가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했다면 더 지지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2022.3 시사iN의뢰 한국리서치) 마지막 기회를 똑바로 보십시오. 끝내 이 국회 앞에서 들이밀어주었던 평등밥상을 걷어 찬다면 올해 지방선거부터 당신들이 외면했던 그 얼굴들이 전국에서 당신들을 어떻게 보는지 마주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15년 미뤄둔 차별금지법의 지금 제정. 그것이 정치와 국회가 지금 할일입니다.

 

10만문자행동

매일 국회의원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지도부에게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문자행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시기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체에게 보내기도 했고, 당의 지도부 또는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에게만 보내기도 했습니다. 국민을 대표해서 법을 만드는 일을 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었을텐데 차별금지법도 제정하지 않고 있으니, 핸드폰에 일하라는 국민의 메시지가 가득 울리도록 말입니다. 167석이라는 다수 의석을 가지고도 정당으로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차별과 혐오 없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법 하나도 만들지 못한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크다고 할 것입니다. 사회적 합의가 없어서 안된다고 하더니,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은 국민의 70%가 제정에 찬성한다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정하지 않았습니다(여론조사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르지만 일관되게 다수가 찬성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요구가 국회 안까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말에 국회 앞에서 46일간 농성을 하고 직접 문자와 전화까지 했지만 제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번 봄을 지나며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유기를, 소수자의 인권과 여성의 인권을 나중으로 미루는 혐오/차별 정치를 똑똑히 기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