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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는 지금

[후기] 차별금지법 제정하여 평등의 봄 쟁취하자 (2편)

5월에 들어서며 햇볕이 눈에 띄게 따가워졌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던 여의도 거리도 장미꽃으로 붉게 물들어갔습니다. 여의도 국회 앞 농성과 단식투쟁도 한 달이 되어가는 시점,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더욱 힘차게 이 운동에 함께할 수 있는 자리로 찾아왔습니다. 5월에 매일매일 진행되었던 동조단식과 2번의 집중 문화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시민들의 요구와 힘으로 차별금지법 제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이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동조단식>  서로를 지키고 모두를 지키는 평등의 봄, 우리가 앞당기자!

동조단식은 1시부터 3시까지 점심시간동안 국회 정문 앞 평등텐트촌으로 모여 국회를 에워싸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차별금지법 요구하는 행동입니다. 상담소는 5월 중 3차례 일정이 가능한 활동가들이 모여 동조단식에 참여했습니다. 참여자는 각각 제공받은 1인 스탠드형 배너에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하는 한마디를 적어 옆에 세워두고 앉아 10만 문자행동을 진행하거나, 반차별 관련 책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활동가들은 국회 담벼락 앞에 앉아서 각자의 글씨체로 차별금지법 요구하는 문구를 적어 두고, 누구보다 열심히 국회 안 국회 의원들을 향해 문자를 날렸습니다. 동조단식 마무리에는 참여자들이 다시 모여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는데요. 신아 활동가는 매주 금요일 동조단식 마무리 집회의 사회를 맡아 참여자들의 이야기가 국회에 더욱 잘 들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차별금지법 없이 지방선거 없다 ”
“ 모두가 평등한 사계절을 누리자 ”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평등의 봄이 내게로 왔다 ”

<농성&단식투쟁 40일차 집중문화제>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평등의 봄 쟁취하자! 

차별금지법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시작한 두 인권활동가 중 한 분인 종걸님이 건강악화로 단식 39일 차에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단식투쟁까지 이어지고, 사람을 극한 상황까지 버텨내게 만든 상황을 만든 원인은 국회에 있었습니다. 단식농성 40일차 집중 문화제는 제 몫을 하지 않는 국회를 규탄하고 분노하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이 날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차원에서 공청회 일정이 잡힌 날이었습니다. 국회가 면피용으로 공청회를 이용하지 않도록,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공청회가 아닌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것을 명확히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시민들이 만들어낸 제정 국면,차별금지법이 다음 입법절차로 넘어갈 수 있도록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농성&단식투쟁 40일차 집중문화제에 참여한 활동가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고운 활동가는 지방선거 유세가 본격화된 시기, 더불어민주당 유세현장을 찾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직접행동에서 보고 겪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고운님의 일부 발언을 공유합니다.

차별금지법 있어야 투표하겠다는 우리의 외침을 전하기 위해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의 그림자가 되어서 쫓아다녔습니다. 그 때 어떤 지지자께서 “예의를 좀 지키세요”외치시더라고요. 그런데 반문합니다. 예의를 지켜야 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곡기를 끊은 활동가들이 여기서 39일, 40일째 우리의 의지를 보이면서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데 모르는 척 입 싹 닫고 있는 저 비겁한 국회가 정말 무례해도 너무 무례합니다
"국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농성&단식투쟁 마무리 기자회견> 정치의 실패다.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끝까지 투쟁한다

정치의 실패다.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끝까지 투쟁한다.” 526일 국회 앞 농성과 39일, 46일간 이어진 두 인권활동가의 단식투쟁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의 문구입니다. 시민들의 곁에서 시민들의 요구를 길어 올리는 정치를 2022년 봄에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을 정확히 지적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되는 그날까지 운동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선언하는 자리였습니다. 지난 몇 년간 차별금지법제정운동 함께해온 신아 활동가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였습니다.

 

2022년 평등의 봄을 쟁취하기 위한 46일간의 농성 및 단식투쟁으로 우리는 거대양당의 실체를 똑똑히 마주했다. 그리고 평등을 이룰 의지가 없는 대한민국 정치의 실패를 목격했다. 15년 동안 국회 논의 테이블에도 올라보지 못한, 그러나 시민들에게는 70%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지금 한국사회에 가장 절실하게 대두된 법이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이는 그만큼 한국사회에 차별과 혐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었고, 차별금지법은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 갈등을 해소할 근본적인 방안으로 요구되었다. 그러한 요구를 들고 우리는 국회 앞으로 왔다. 단식이라는 극한의 투쟁에 돌입한 것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국회가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였다. 그러나 결국 정치는 이를 묵살했다. 이는 시민들의 삶을 다시금 차별과 혐오에 방치하며 모두의 존엄과 권리를 기약 없이 나중에로 미루겠다는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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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은 이어지지만 단식투쟁은 여기서 멈춘다. 단식은 평등한 사회에서 더 잘 살아가기 위하여 택한 투쟁 방법이었기에, 우리 동료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를 이어가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미 종걸은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였었고 미류 역시 정신력으로 하루하루 단식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우리는 두 활동가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공청회를 응답으로 내놓은 국회에 가슴 깊이 분노한다. 39일, 46일. 두 사람이 삶을 걸었던 이 투쟁의 시간은 21대 국회의 가장 부끄러운 날들로 기억될 것이다.

 

시민들이 이끌어온 힘으로 법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인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그러나 국민의 힘은 이마저도 거부함으로서 최소한의 역할마저 저버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핑계로 법안 제정 계획조차 밝히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선언했던 법 제정의 의지가 기망이었음을 확연히 드러내었다. 심지어 우리가 국민의힘을 국회 논의의 장에 나오도록 만들 수 있는 방안으로 ‘신속처리안건 지정’까지 제시하였으나 박홍근 원내대표,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은 이에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차별금지법 없는 나라에서 치르게 된 지방선거는 대선과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삶에 정치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대안과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그저 남 탓 타령과 표계산에 골몰하며 평등을 후퇴시키고 민주주의를 침식하는 거대 양당의 담합 구조만 확인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어떻든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민들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선거는 껍데기다. 이것이 가장 무서운 심판임을 정치는 깨달아야 한다. 

 

46일의 싸움 속에서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 모두의 존엄과 권리를 지지하는 동료시민들의 연대가 고르게 평등한 사회의 방향을 밝혔다. 이 법을 만드는 주체는 국회와 정치가 아니라 시민들의 힘임을 오롯이 확인하였다. 농성장에 다녀간 동조단식 참여자들은 1천 명에 육박하고 발표된 성명의 연명자는 5천 명이 넘는다. 국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스무 번이 넘고 이곳에서 열린 문화제와 집회까지 모두 떠올릴 때 더 이상의 셈은 의미가 없다. 그뿐인가. 충남 이진숙 활동가의 21일 단식, 임푸른 활동가 17일 단식, 경기 박광온 의원 지역 사무실 점거농성 10일, 대구시당 1박 2일 점거투쟁, 그 외에도 전국 모든 광역시도 단위에서 동조단식과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의 인권 현안들을 차별금지법과 연결한 전국 공동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은 함께 싸우며 평등을 더 깊이 배웠다. 차별에 대한 자기 삶의 경험과 평등을 향한 바람들은 동등한 동료 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길을 내며 이전보다 강해진 투쟁의 힘으로 우리 안에 남아있다. 

 

이제 우리가 싸워나갈 길은 더욱 명확해졌다. 한국 사회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문제는 모두의 삶이 위기임을 폭로한다. 코로나19로 확인된 차별의 구조를 해결하기는 커녕 최저임금 차등적용, 장애인 탈시설 투쟁의 왜곡, 여성가족부 폐지 등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정책과 비전을 내놓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정부는 시민들의 일상에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러한 차별적 구조를 개혁할 의지, 민생을 변화시킬 능력도 없음을 증명했다. 그로 인해 차별금지법이 한국 사회에 무너진 인권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공통분모이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사실 또한 보다 분명해졌다. 

 

평등의 봄을 외쳤던 이번 투쟁으로 우리는 보다 단단해졌다. 법 제정에 이르지는 못하였지만, 평등의 요구가 무산된 게 아니라 더 크게 나아갈 힘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힘으로 평등의 역사를 다시 써나갈 것이다. 결국 이 땅은 우리 삶의 터전이고 차별과 혐오로부터 바꿔내야 할 우리 세상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돌보는 동료 시민들과 함께 평등의 연대로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2년 5월 26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평등으로 나아가는 시민들 일동

 

<농성&단식투쟁 마무리 문화제> 함께 싸운 우리가 이긴다. 평등으로 가자!  

저녁에는 농성과 단식투쟁을 마무리하는 저녁 문화제가 있었습니다. 함께 싸워온 우리를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오매 활동가는 국회 앞 평등텐트촌이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주었다는 것, 시민들이 만들어놓은 타이밍을 잡지 않은 것은 정치였고, 함께 싸워온 이들은 이보다 최선을 다할 수는 없었다는 것을 말하며 차별금지법 제정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앞 평등텐트촌과 단식농성이 오늘 46일차로 마무립니다. 아침 출근선전전, 10시 기자회견, 점심선전전, 동조단식과 약식집회, 오후 전국 방문, 농성장 프로그램, 저녁 선전전, 매일 저녁 문화제와 집회, 천막 취침 그리고 다시 아침. 대표단과 집행위원장단의 낮 새벽 가림 없는 회의, 수도 없는 입장문, 촉구서, 방문요청, 일정 확인, 면담. 주1회 전국 활동가들의 전체회의, 시민들의 매일 문자행동, 지역구 사무실 점거, 그림자시위, 피켓팅, 시국선언. 그리고 숟가락 내려놓고 평등밥상 앞에서 기다린 미류 종걸. 46일 매일 이렇게 살았습니다. 이보다 더 할 수 없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국회 앞에서 보낸 46일은 한국 사회에서 너무 중요한 타이밍이었습니다. 4월 7일 윤석열 당선인이 차린 인수위 앞에서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이주 장애 사이버성폭력 대응단체들이 처음 모여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 혐오선동 정치에 맞서 1500명 집회를 했습니다. 4월 12일 무려 4년 간 누적되어 온 지방자치단체장 정치인에 의한 성폭력 2차 피해를 해결하고 책임자를 공천배제하라고 더불어민주당에 요구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4월 11일, 차별금지법 제정 단식농성이 시작됐습니다. 대통령 선거 직후, 이제 정말 인권 기반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국회 바로 앞에 우리가 본부를 차린 것이었습니다. 

평등텐트촌은 과제들을 모으는 베이스캠프였습니다. 전국의 불평등과 차별과 폭력들이 매일 생생히 보고되었습니다. 시국과 어제오늘내일의 타임라인을 논의하는 터전이었습니다. 정치가 사람 사람의 삶과 얼마나 붙어있는지 증언하는 무대였습니다. 567개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는 국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철회 기자회견을 하고 이 텐트촌에 모였고, 김지은님은 여전히 답변없고 반성없는 국회 앞에 4년만에 처음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주류 정치꾼들은 이 타이밍을 놓았고 잡지 않았습니다. 외면하고 회피했습니다. 이 시간에 검수완박에 몰입했고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완화에 입을 모았습니다. 검찰의 표적수사 보복수사의 대상이 되는 자신을 시점으로 피해자화하며 몰두했고 종합부동산세를 내야하는 사람들이라고 자신을 두고 피해자화했습니다. 당내 성폭력 성희롱 사건처리를 내부총질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성폭력 성희롱으로 징계받는 사람의 위치에 자신을 두고 피해자화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권력형 성폭력을 밈으로 삼고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고 선동하고, 무고죄로 위협했다가 전국 지방선거에서 정책 답변 안하고  막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국회를 하루하루 목도했습니다. 이 여의도 바닥에서 저 여의도 바닥을 매일 확인한 우리의 실망과 분노, 탄식, 답답함, 홧병은 더 없는 최선의 감정입니다. 

절망, 조소가 일어나지만 저는 우리가 맞이한 오늘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정치가 앞장서서 차별에 기생해왔다. 정치가 앞장서서 성폭력에 안주해 왔다. 정치가 앞장서서 성평등을 막아서 왔다. 정치가 바뀌면 정치만 바뀌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오늘 읽은 글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법은 저들에게 힘을 주지만 상상력은 우리가 가진 힘이라고. 그동안 여성운동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아동청소년 성희롱 고용평등 모자보건-재생산 다 따로따로 입법되어 있는 현실에서 살아 왔는데요. 가정폭력법은 가정의 유지를 목적조항으로 삼고 가해자 처벌은 유예합니다. 성매매금지법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고 성폭력은 폭행협박이 얼마나 심했는지 피해자를 심문하고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사회의 기반을 그리게 합니다. 존재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연결을 느끼고 사유하게 합니다. 다른 세상을 상상하게 합니다. 몸과 마음을 설레고 부풀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이 너무 슬프고 분노스러우면서 정말로 대단하게 멋지고 힘있게 느껴집니다. 하루하루 더 반짝이던 미류와 종걸의 눈빛, 존엄이라는 글자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던 오늘의 뉴스들처럼요.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온 이 힘은 세상 곳곳을 다르게 만들 것입니다.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언어, 인종, 피부색, 국적,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상황,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 상황,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출신학교, 경제적 상황, 병력 또는 건강상태, 유전형질,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고용형태 등 사회적 신분으로 차별하는 행위는 이제 그 힘을 발휘하게 어려워질 것입니다. 

입법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평등법 입법운동이 여는 이 길을, 힘께 열심히 계속 걷겠습니다, 차별금지법 우리가 함께 제정하자, 투쟁!

미류 활동가는 단식투쟁을 마무리하면서 이번 봄 우리가 만들어온 것과,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말하며 지금껏 만들어온 평등의 힘으로 이 세계를 크게 한번 바꿔보자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평등이 밥이라 시작했습니다. 밥 먹는 일을 미룰 수 없듯이 평등도 미룰 수 없었습니다. 국회에 숟가락만 들고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지 않았습니다. 단식투쟁을 시작하고 한달하고도 보름 그리고 하루 지난 오늘 단식을 마치기로 했습니다. 

한달이 채 되기 전에도 퇴로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 출구전략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 우리가 퇴로를 찾고 출구전략을 찾아야 하나요? 출구전략을 찾아야 하는 건 국민의힘 아닙니까 대통령씩이나 당선시켜 놓고도 혐오와 차별 정당이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의 힘이야 말로 출구전략 찾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퇴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찾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차별금지법 제정 안한다고도 못하고 한다고도 못하는 저들이 찾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자기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엉뚱한 길로 빠져서 헤매는 데 제 길 찾아가려면 자기들이 퇴로 찾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요구를 이루지 못한 오늘의 서러움과 분함도 지우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피어올린 이 평등의 봄이 누군가의 부고와 누군가의 고통을 품으며 빚어낸 것이라는 점도 잊지 않겠습니다. 평등은 외면하고 저들끼리 싸우느라 저 성안에 틀어박혀 있는 걸 보고도 저 성벽을 허물 방법을 지금 다 알지 못한다는 점도 솔직하게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평등의 길을 기억합니다. 길이 이미 나 있어서 따라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직접 만들면서 여기까지 열어왔습니다. 서럽고 분할지언정 환멸도 냉소도 절망도 우리의 것일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퇴로를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별당하고도 차별당했다고 말할 데가 없어서 혼자 숨죽여야 했던 이 세상에 나 혼자인것만 같았던 시간을 우리는 이미 지나왔습니다. 누군가 강해서 우리를 구해줬던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취약함을 누군가가 연결될 수 있는 자리로 내어준 용기 덕분입니다.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우리가 서로를 지키고 살려왔습니다. 우리는 오직 평등으로 전진할 뿐입니다. 

우리는 출구전략을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를 지우고 우리를 나중으로 미뤘던 그 광장을 우리는 한번도 떠나지 않고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지워진 누군가를 기다리며 기꺼이 동료시민 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두려움을 환대로 기어이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 광장은 모든 곳이 입구이고 출구입니다. 이 광장을 흘러넘칠 평등을 누구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웠음으로 낼 수 있었던 용기 여러분이 주셨습니다. 오늘 이렇게 마칠 수 있는 용기도 여러분이 주셨습니다. 잊지 않고 저도 열심히 건강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봄 우리가 정말 아름다웠다는 걸 기억해주실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사랑과 우정은 이겼습니다.우리는 더 너른 세계로 뻗어나갔고 더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었고 그 만큼 더 돈독해졌습니다. 오늘 이렇게 단식투쟁을 마무리하지만 저는 오늘 이 자리가 더 너른 싸움을 시작하는 또다른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평등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딘가에 우리가 혼자 있더라도 더이상 우리가 혼자가 아닌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더 너른 세상에서 더 깊숙한 세상에서 우리는 또다시 평등을 피우는 싸움을 할 것입니다. 오늘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었던 우리를 기억합니다. 함께 싸웠음으로 함께 울수도 있었습니다. 그 오늘이 우리의 내일을 약속할거라고 믿습니다. 또 다른 자리에서 또 반갑게 행복하게 만나고 싶습니다. 더 벅차게 사랑합시다 그렇게 만든 평등의 힘으로 이 세계를 크게 한번 바꿔 봅시다 투쟁! 

신입 활동가로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에는 짧게 합류하였지만 저에게도 이날은 무척 화가 나고 슬프기도 하고 동시에 앞으로의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되는 복잡한 마음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이 활동에 함께 했던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와있을까 묻고 싶기도, 걱정도 되는 밤이었어요.

 

돌아오는 길에 미류 활동가의 말을 계속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평등을 알아버린 우리는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요! 제가 경험했던 평등텐트촌에는 차별을 알아차리고, 평등을 만들어가는 일에 진심인 사람들이 매일매일 모여드는 곳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깊어지고 넓어질 '평등텐트촌'을 상상하며 이어질 차별금지법운동을 기쁘게 그려봅니다!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동은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