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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감수성과 성교육/性깔있는 성교육

[性깔있는 성교육] 나는 준비된 부모일까?- ⑤ 미디어, 인터넷 괜찮을까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문학동네가 함께하는 <性깔있는 성교육>은 아이들에게 성(性)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를 묻고 답하며 고민을 나누는 자리입니다.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질문과 행동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많은 분들의 생생한 고민과 속 시원한 답변을 나누고 싶으시다면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방문해 주세요!

 

Q.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엄마예요. 아이랑 같이 저녁 시간에 텔레비전을 볼 때가 있는데요. 요즘 케이블방송의 영향인지 예전보다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끈적한 키스 장면이나 나란히 누워 엉켜 있는 모습 등이 나올 때면 뭐 하는 거냐고 묻기도 하고 가끔은 동생을 데리고 흉내 내기도 해요. 자연스럽게 잘 설명해 주고 싶은데 제 얼굴부터 붉어지니……. 다들 이럴 때 있지 않으세요?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답이 될까요?

Q. 요즘은 컴퓨터를 통해 무분별하게 야한 동영상 등을 아이들이 볼 수 있게 되었잖아요. 야동 같은 경우, 대부분 처음 보는 때가 10살에서 12살 무렵이라고 하더라구요. 초등학교 3학년이 야동을 보았다면…….  그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우리 아이가 야동을 보았는지, 보지 않았는지 우리가 다 알기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만, 만약 아이가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뭐든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야동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되려 저와의 대화로 미리 너무 큰 호기심을 갖게 될까 두려워 말을 꺼내기가 망설여집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A.  티브이나 인터넷을 아이들이 볼 때 부모들의 염려는 대체로 2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아이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하나? 이고,
다른 하나는 음란물. 폭력영상에 노출되어 아이가 나쁜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특히 남이 하는 것은 뭐든 따라하려는 나이 때인,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행여 그대로 따라할까 걱정이 되지요.  

하지만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내용들을 무비판적으로 아이들이 수용할 거라는 생각은 부모들의 불안일 뿐, 아이들은 평소에 부모가 했던 말, 행동, 걱정들을 다 참작하여 자기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참고 : <어린이와 인터넷 미디어>, 커뮤니케이션북스,  ‘미디어세상에서 아이 기르기’, 어린이창비 2009 여름호)

평소에 부모가 어떤 걱정을 했는지 듣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마음속에는 새기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지만 우리가 하는 잔소리. 꾸중 들이 아주 효과 없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티브이를 보다가 키스장면이나 포옹. 함께 누워 있는 장면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워들 합니다. 빨리 채널을 돌려야 하는 건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야하는 건지, 아니면 아이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하는 건지,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요. 그러다 아이가 ‘저게 뭐 하는거냐’ 고 묻기라도 하면 십중팔구 어쩔 줄 몰라 얼굴이 붉어지다가 어물쩍 넘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가 “ 뭐 하느냐?” 고 묻는 것은 그 행위를 몰라서가 아니라 ‘행위의 의미’를 묻는 거예요. 아마도 아이는 엄마가 어떤 답을 할 지 많이 궁금하지 않았을까요?
얼굴부터 붉어진다면 자연스러운 설명은 곤란해지겠지요.
아이와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서는 내 생각을 먼저 정리해야 할것 같아요.

“아이랑 같이 이런 장면을 보는 게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까?”
“왜 나는 보면서 아이들이 보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지?”
“아이가 보는게 너무 싫고 걱정되는데... 왜 싫을까? 뭐가 걱정되는거지?”
“나는 우리 아이가 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걸까?”

부모가 아이들 생각보다 앞질러 나가지도 않고 헛다리짚지 않으려면, 부모의 생각(걱정, 훈계, 당부)을 앞서 말하기 보다는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지 들어보는 것이 먼저에요.
 
“네 생각에는 뭐 하는 것 같아?”
“어떤 느낌이야?” 등등
아무렇지도 않은 척 화면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는 먼저 물어 볼 수도 있지요.
“저런 거 보면 어떤 느낌이야? 조금 찌릿찌릿하고 그렇지 않니? 엄마는 전에 너만 할 때 그랬는데..”
 옆에 다른 어른들이나 오빠나 형까지 있으면 자연스레 가족대화방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요. “00는 어때?”

이렇게 부모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면 아이도 자기의 느낌이나 생각에 대해서 말 할 수 있게 됩니다.  2학년이면 이런 이야기-성욕구, 성충동, 욕구조절-를 짧게라도 시작해 볼 수 있는 나이인 것 같아요.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색하게라도 시작해서 조금씩 이야기의 영역을 넓혀 간다면 곧 자연스러워질 거라 생각합니다.
 
‘봤는지 안 봤는지 알아볼 수도 없고’ - 고민되신다구요?
혼자 이상한 상상마시고 그냥 물어보세요.
‘너는 그런 프로그램 본 적 없니?“  이 때 아이가 쭈뼛쭈뼛하거나 솔직한 대답을 안하는 것 같더라도 다그치지는 마세요. 대신 이렇게 말해주세요.
“보게 되면 이상하거나 궁금한 거 있으면 엄마나 아빠한테 꼭 물어봐”
그러면 아이가 죄책감 없이 자기의 호기심을 대할 수 있어요.  어떤 이야기든 부모와 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도 들구요.
“어른들은 왜 저런 거 못 보게 해요?“ 라고 하면
솔직하게 걱정되는 점을 말해주면 됩니다.

음란물 차단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지웠다 하실 수 있으면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TV를 아예 집에서 치워버리거나 컴퓨터에 잠금장치를 하는 부모님도 계십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미 말씀하신 것처럼 집에서만 보는 것은 아니니 집에서 못 보던 것을 다른데서 보게 되면 아이에게는 집보다 다른 곳이 더 흥미 있는 장소가 되겠지요.

어떤 프로그램을 보느냐보다는 어떻게 보느냐가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칩니다. 아이가 어떤 장면을 보든, 어떤 이야기에 접하든 놀랐으면 놀란 것을, 호기심이 생기면 그 호기심을, 무서우면 무서웠던 것을 믿을만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야기를 하면서 부모(주변의 누구든)는 아이의 생각도 알게 되고 아이는 다른 사람의 생각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아이의 생각도 자라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아이가 보는 눈도 더불어 자라지 않을까요?

걱정되는 건 ‘음란물뿐이 아닙니다. 미디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생각하면 매일 수십 건의 광고에서 전하는 메시지, 부모와 함께 무심히 보는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들에서 보여주는 외모지상주의, 성차별적인 내용,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해서 자존감을 상하게 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내용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또한 아이들과 어떻게 보아야 할지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해 보고 싶습니다.

-사자

<性깔 있는 성교육>은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性깔있는 성교육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있는 성교육책으로 엮어질 예정이랍니다! 같이 나누고 싶은 고민과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 방문해주세요!

[출처]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kidsmunhak.cafe)'性깔 있는 성교육'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