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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감수성과 성교육/Upgrade! 反성폭력 감수성!

[Upgrade! 反성폭력 감수성! ⑨] 남자도 성폭력 피해를 입는다고요? :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2013. 1. 2. 14:19

[Upgrade! 反성폭력 감수성!  ⑨]

남자도 성폭력 피해를 입는다고요? :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문제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뉴스 속 끔찍한 사건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기 위해 총 10회에 걸쳐 'Upgrade! 反 성폭력 감수성!'을 연재합니다. 성폭력을 둘러싼 고민과 궁금한 점,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적인 경험을 나누며 우리의 인식을 점검했으면 합니다. 더불어 성폭력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공유하고 싶습니다. 본 기사는 '뽀뽀하고 엉덩이 주물럭... 남자도 불쾌해요' 라는 제목으로 2012년 12월 25일자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남성 A씨는 직장 남성 상사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만져서 고민이다. 처음에는 호감 표현으로 받아들였는데, 점차 불필요하게 이 곳 저 곳을 쓰다듬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자신의 뺨에 입을 맞추고 엉덩이를 꽉 쥐는 등의 행위를 했다.

A씨는 불쾌함을 표현하려 했지만 다른 직원들이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넘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그날 항의하지 않은 게 후회됐다. 지금 문제제기를 하면 다른 직원들에게 유별난 사람으로 여겨질까봐 걱정이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여성이고, 남성은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 탓에 남성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위 사례도 마찬가지다.

A씨는 상사의 신체 접촉을 호감 표현으로 받아들이다가 정도가 심해지자 문제라고 느꼈다. 또 회식 자리에 있던 직장 동료들은 이를 장난으로 넘겼다. 이런 분위기와 인식 등은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일반적 반응이다.

2011년 기준 전체 성폭력 피해자 중 남성 비율은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3.8%(강간·강제추행),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 통계로는 4.7%였다. 여성 피해자에 비해 낮은 비율이지만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성폭력 피해 경험을 알리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그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폭력은 '남성성'의 훼손?

남성 성폭력 피해자는 A씨가 겪은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나 타인의 성적인 언행에 대한 불쾌함과 수치심 등을 성폭력으로 규정하기 어려워 한다. 같은 남성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을 수 없다고 여기면서, 가해자의 행위를 장난이나 친밀감 표현으로 이해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는 성폭력을 여성의 순결을 침해한 행위로만 국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 탓에 남성의 성폭력 피해를 사소화하는 통념이 있고, 피해자도 보통 그렇게 내면화돼 있다. 

▲ 남성도 성폭력 피해을 경험한다 미국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힌 200명의 남성들. (2010년 9월)
ⓒ 오프라윈프리 홈페이지(www.opra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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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남성 성폭력 피해자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밝히기 어려워하는데, 여기에는 '남성은 강해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성폭력은 신체적으로 강한 남성이 약한 여성에게 가하는 행위'라는 통념 탓에 남성 피해자는 더욱 수치심을 느끼는 거다. 그래서 타인에게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이야기하는 걸 꺼린다. 즉 타인에게 자기 남성성이 훼손된 것으로 여겨지는 걸 우려하는 거다.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

남성 대상 성폭력의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그래서 가해자가 동성애자일 것이란 편견이 있다. 성폭력은 남성의 참을 수 없는 '욕정에 의해' 발생한다는 통념에 근거한 편견이다. 하지만 실제로 가해자는 이성애자가 대부분이다. 

지난 2003년, 군대 고참들에 의한 지속적인 성추행 탓에 휴가 나온 군인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위를 성추행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나마 시인한 가해자는 해당 행위를 장난이라고 표현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감춰져 있던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시행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군대 내에서 성폭력을 경험한 남성은 15.4%, 성폭력 사건을 목격한 경우는 24.7%로 결코 작지 않았다. (2004년, 군대 내 성폭력 실태조사,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분명한 군대에서는 상급자가 부하에게 모욕감을 줌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성폭력이 발생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의 성적 지향은 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동성애자가 피해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

▲ 군대 내 성폭력현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 2004년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 실태 연구가 실시되었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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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 사회는 아동 성폭력에서 남아의 피해를 여아에 비해 가볍게 여기기도 한다. 아동 성폭력은 성별이 여성인 아이에게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가해자는 본인보다 힘이 월등히 약하고, 성폭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삼을 뿐이며, 여기에는 남아도 포함된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아동 성폭력 처벌 관련 법률은 강간 피해의 대상을 '여자'로만 한정했다. 남아 대상 성폭력 가해자는 수위가 훨씬 약한 강제추행죄로만 처벌할 수 있었다. 이 법률은 올해 3월에야 남아도 강간죄의 피해자로 인정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군대 내 성폭력과 아동 성폭력, 위의 A씨 사례 등은 모두 성폭력이 성적인 욕망의 문제가 아닌 위계와 권력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위계와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군대, 직장의 상하관계, 자신이 쉽게 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라는 점 등이 가해자의 주요 행동 동기이다.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드디어' 인정하다

▲ 남성 성폭력,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 남성대상성폭력 역시 성충동이나 욕정이 아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 관계로 인해 발생한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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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성폭력을 이해하는 지점은 간단하다. 성폭력은 여성 혹은 남성에 대한 욕정이 아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다.

또한 남성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곧 남성답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2012년 11월 22일, 국회에서 성폭력 관련 법률에서 친고죄 조항 폐지라는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함께 통과된 법 중에서 강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변경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성폭력의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던 그간의 형법 체계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형법상 성폭력 관련 법조항은 애초 '정조에 관한 죄'로 제정되었다. 법이 보호하는 대상(보호법익)을 여성의 '정조'로 둔 해당 조항은 여성의 순결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여성단체 등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해당 법은 '강간과 추행의 죄'로 변경됐다.

성폭력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법률상으로는 여전히 그 보호법익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강간 피해자를 '사람'으로 확대한 것은,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고, 가해자 처벌을 용이하게 할 듯하다. 또한 성폭력 범죄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진정한 의미의 보호법익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김다미 기자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입니다.


 

출처: '뽀뽀하고 엉덩이 주물럭... 남자도 불쾌해요'_여성만 성폭력 당한다는 편견 버려야 (오마이뉴스 20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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