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잔인하게 묘사된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언론에 노출되면서 성폭력 대책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거셌습니다. 국회는 부랴부랴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작년 말 성폭력 관련법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벌였습니다. 작년 12월 18일 개정된 성폭력 관련법 대부분이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6월 19일부터 시행됩니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변화된 법의 내용과 의미를 살피는 '바뀌는 성폭력 관련 법, 이것이 궁금해요!' 시리즈를 오마이뉴스에 기고하여 복잡한 성폭력 제도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본 기사는 "취중 성폭력, 이제 '고려 대상'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2013년 6월 26일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궁금이 시민의 질문:


뉴스로 잔인한 성폭력 범죄를 접하면 분노와 함께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불안에 떱니다. 가해자에 대한 엄한 처벌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성폭력 가해자 처벌 관련 법 변화는 없나요?







꼼꼼이 상담활동가의 답변:


성폭력 범죄가 지속적으로 언론에 의해 노출되고, 정치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가해자 처벌 수위는 꾸준히 높아졌습니다. 이미 작년 12월 18일, '19세 미만의 사람이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성폭력 범죄의 재범 위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성폭력 범죄를 1회만 저질러도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 대상자가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또 부착기간 하한을 2배 가중하는 대상 역시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특정범죄를 저지른 경우'에서 '19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특정범죄를 저지를 경우'로 확대했습니다. 올해 3월 19일에는 성충동약물치료 대상자가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 확대됐습니다. 


성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 


6월 19일부터는 전자장치를 부착한 사람의 신상정보가 관할 경찰서 등 수사기관에 공유될 수 있고, 성폭력 재범 위험이 있는 자에 대해 형집행 종료 후 보호관찰명령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신상공개 제도도 19일부터 보다 강화됩니다. 기존 읍·면·동까지만 공개되었던 가해자의 거주지가 도로명 및 건물번호 공개로 확대되고 성폭력 범죄 전과 죄명과 횟수, 그리고 전자장치 부착 여부도 공개됩니다. 


또한 가해자 신상정보를 고지하는 대상이 지역 주민,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장에서 주민자치센터, 교습학원, 지역아동센터 및 청소년수련시설의 장에게까지 확대됩니다. 특히 주민자치센터 게시판에는 가해자 신상정보가 30일간 게시됩니다.


그리고 성범죄자의 취업 제한 기관이 기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시설이나 복지시설, 체육시설, 관리사무소의 경비, 의료기관에서의 의료인에서 PC방, 오락실, 노래방, 청소년활동기획업소, 대중문화예술기획업소 등 사실상 아동·청소년이 선호하거나 자주 출입하는 시설 대부분으로 확대됩니다.


또한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 중 강간 및 강제추행의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상향됐습니다. 미성년자나 장애인에 대하여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도 공소시효를 배제하여 끝까지 처벌할 수 있습니다. 술, 약물 등을 복용한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도 이전처럼 쉽게 형량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가해자 처벌 정책, 도움 될까 


이렇게 성폭력 범죄에서 가해자 처벌 제도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이 모두 성폭력 발생률을 낮추거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정부가 성폭력 범죄 대책으로 내세운 제도는 위치 추적 전자장치, 성충동약물치료, 신상공개입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를 직접 만나 돕는 현장의 성폭력상담소는 이런 제도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상담소가 이런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런 정책은 성폭력을 일상에서 경험하는 시민들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강화하고, 성폭력을 극단적인 사례로만 인식하게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 대다수는 내 생활 안에 있는 직장 동료, 가족, 친구, 상사 등입니다.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는 맥락을 차분히 살펴보면, 폭력을 친밀함의 표시나 범죄가 아닌 사소한 행위로 보는 왜곡된 문화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문화를 바꾸는 데 힘쓰지 않고 극단적인 가해자 처벌책만 해답으로 제시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우리 주변인이 성폭력 가해자가 됐을 때 "그 사람은 그런 처벌을 받을 정도로 나쁜 사람이 아니다" 등의 성폭력 축소, 은폐의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에게도 일상적인 성폭력에 침묵하게 만듭니다. 


성폭력 가해자를 격리하고 낙인하는 방식은 쉬운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나와 내 주변인이 성폭력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었을 때 대응을 어렵게 합니다. 이는 성폭력 신고율을 낮추는 본질적인 원인입니다.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는 모두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우리'와 분리되지 않습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혐오와 공포를 강화하는 제도들이 과연 효과적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19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법 중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확대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는 처벌 강화 정책에 비해 미비해 보이는 법이지만, 그동안 공교육에서 깊이 있는 인권교육 도입을 주장해온 반성폭력운동계의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내용입니다. 기존에는 아동과 청소년, 학생만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이제는 국민 모두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인프라가 더욱 확대됐습니다. 


성폭력 관련법들은 1994년 성폭력 특별법이 만들어진 이래 많이 제·개정됐습니다. 그러나 잔인한 강간 또는 강간 살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성폭력은 성폭력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만큼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폭력에 민감하지 못합니다.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수직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바꾸는 게 성폭력 발생을 낮추고 서로를 평화롭게 합니다. 




- 글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배, 그림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맥주



출처: 취중 성폭력, 이제 '고려 대상' 아니다 [성폭력법 개정, 이것이 궁금하다 ④] 성폭력 범죄 처벌 강화와 예방 교육 (오마이뉴스, 2013.06.26)



Posted by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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