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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는 지금/성폭력 없는 세상을 향한 벽돌쌓기 프로젝트

[벽돌쌓기응원메세지] 마중물이 되어주신 김화영 선생님의 편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향후 반성폭력 운동의 전망을 제시하고, 성폭력피해생존자들과 함께 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재도약을 준비합니다.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이 성장하는 쾌적하고 안전한 쉼터,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치유와 회복의 터전,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소통과 대안의 공간.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한 새롭고 희망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 여러분의 벽돌을 기다립니다. 먼저 벽돌쌓기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분들의 울림있는 메세지를 이 공간을 통해 나눕니다 :) 지금, 벽돌기금 후원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도전에 함께 해주세요.

 

 

 

성폭력없는 세상을 향한 벽돌쌓기 프로젝트의

마중물이 되어주신

김화영 선생님 편지글

 

 

 

오래전부터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기부할지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뉴스를 보면 환경, 다문화 가정 등 이런 분야에서는 나름 기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학금 기부에도 매우 적극적인 편이다.

 

그런데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는 것을 느꼈다. 10년 전만 해도 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나 이해는 매우 일천한 수준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최근 몇년 사이에는 큰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성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주로 치안을 강조하고 피해로부터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관심이지, 피해자 지원에 대한 관심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나는 딸이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기 때문에, 딸로부터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을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 딸 아이의 강권(?)에 의한 정기 후원회원이기 때문에 상담소에서 보내오는 자료도 가끔씩 받아보곤 했다. 딸이 했던 얘기는 주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해서 사회가 얼마나 냉담하고 무관심한지에 관한 것이었다.

 

피해자가 뭔가 행실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식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피해를 오히려 감추어야 하고, 그런 편견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로부터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해 아이들이 입소하는 쉼터도 정부에서 시설에 지원하는 최소한의 경비 외에는 후원금으로 어렵게 꾸려가는 살림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마침 상담소에서 새로 건물을 짓는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된 것이다. 꼭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찾아 기부할 수 있다면 그건 기부자에게 더없이 보람있는 일이다. 나는 상담소가 장마철이면 물이새고, 좁은 사무공간 때문에 활동가들의 업무환경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있는 터였다.

 

가끔씩 언론에도 보도되는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이렇게 협소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크지는 않아도 번듯한 건물에 사무실을 갖추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작은 주택에 사무실을 꾸려놓고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큰 일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다. 사무실에서 점심까지 해서 먹는다고 하는데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밥을 먹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늘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 사람들, 자원봉사자들도 좀 더 반듯한 사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쉼터 공간도 더 넓게 해서 아이들이 잠시 머무는 동안이라도 편안하고 아늑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해자들이 와서 상담받고 교육받는 공간이 퀴퀴한 지하가 아니가 햇살이 잘 드는 창문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건물을 짓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라는 얘기는 숱하게 들은 바 있다. 이 어려운 일을 결심한 소장님과 실무자들이 고맙고 대단하다. 돈 걱정이라도 덜 수 있으면 좋으련만, 상담소 사정이 그렇지 못하니 걱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벽돌쌓기 후원에 힘을 조금씩 보태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다른 걱정 없이 일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20147월 김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