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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성폭력 판례뒤집기 토론회] 후기

<2016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성폭력 판례뒤집기> 토론회 후기

 

 

촬영기기와 기술의 눈부신 발달과 인터넷 환경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이미지의 소비와 유통이 너무나도 손쉬워진 현실에서 촬영 대상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촬영() 혹은 촬영대상과 합의되거나 본인이 직접 촬영한 촬영()이라 할지라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도용 및 배포된 촬영()로 인한 피해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성폭력처벌법(14조 제1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항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이 가지고 있는 공백과 법문언상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판단함에 있어 개입되는 객관적판단기준은 대법원 판례와 다양한 하급심 판결문을 통해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지난 1019()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법해석의 한계와 쟁점이라는 제목으로 <2016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성폭력 판례뒤집기 토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발제는 몰래카메라/도촬/이미지착취(Image Exploitation)’ 실태와 판단기준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판결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사무국장이 맡았습니다. 법의 객관성합리성을 제고하고, 피해생존자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법의 언어로 만들어내기 위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이미지착취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고찰해보았습니다. “몰래카메라/도촬현황을 분석하고, 관련 법 개정과정을 살펴보았으며, “어떻게 / 누가 / 어디를 찍었는가에 따라 현행법규 상 해석의 문제와 한계를 짚어보았습니다.

 

 

 

 

첫 번째 발제에 대한 토론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배상균 외래교수가 맡아,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서 말하는 성적수치심과 성적 욕망이 피해자 및 가해자 당사자의 감정을 넘어 이를 판단하는 제3자 즉, 판사의 감정으로 이완되는 감정의 타자화의 관점을 짚어 더 객관적인 판단기준에 대한 질문을 해주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디지털 기반의 성적 착취행위로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판단하였을 때, 형사처벌규정 외에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민사적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단초로 볼수도 있다는 코멘트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국내 카메라등이용촬영죄와 유사한 죄를 규율하는 국외의 다양한 입법례를 공유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두 번째 발제는 이희영법률사무소의 이희영변호사가 “‘카메라등이용촬영죄적용의 한계라는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대상판례(대법원 2015.12.24. 선고 201516953 판결)와 비교판례(대법원 2013.6.27. 선고 20134279 판결)을 평석하고, 이와 유사한 형태의 범죄행위에 대한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린 판결들을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화 시켜주는 듯한 판결문의 내용을 예로 들며 이를 근거로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적용기준을 엄격하고 좁게, 형식적으로 해석하는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죄형법정주의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좀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법 적용과 해석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법무법인 원의 이유정변호사가 두 번째 발제에 대한 토론을 해주었습니다. 우선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개정과정을 살펴보면서 사회변화를 반영한 입법과정을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대상판결을 보면서는 엄격하게 법문상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이 아닌 제2항에는 구성요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 한정지어 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사법부에서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판단함에 있어 그 근거는 신체의 특정 부위/노출여부 등의 기준이 아니라 가해자의 촬영 이유와 배경, 횟수를 따져보아야 하며, 특히 촬영대상자가 느낀 감정이 어떤지 등을 더욱 면밀하게 검토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후 토론자들의 질의에 대한 발제자들의 응답과 플로어 토론 등이 이어진 후, 두 시간여의 토론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카메라등이용촬영죄와 관련한 사법부의 객관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법적 판단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신랄하게 비판도 해보았습니다. 성폭력을 판단함에 있어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의 경험과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한 번 더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앞으로 꾸준한 모니터링만이 사법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본 글은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감이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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