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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말하다

악플과 사이버 성폭력


얼마 전 한나라당과 정부가 사이버모욕죄인터넷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가 많은 반발을 샀습니다. 하루 평균 방문자가 30만(언론사이트는 20만)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에 적용했던 제한적 실명제를 10만명 이상의 사이트로 확대하고, 사이버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게 한다는 이 법안은 네티즌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지요.

이에 실명제는 악플을 저지하는 효과가 거의 없으며, 이런 식의 법안은 결과적으로 기득 정치권력만을 차별적으로 보호하는 것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로 자주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는 '어디까지 악플인지 알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많은 토론과 논쟁이 이루어지는 사이버공간에서 누군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여겨지는 모든 글을 문제삼을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그 '선'은 누군가가 정해나가야 할 텐데 그 판단을 누가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됩니다. 특히 위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경찰이 정치인에 대해 험담한 글을 찾아서 모욕죄로 고소할 수 있을 거라는 우려는 요즘같은 때에는 더없이 현실적으로 들립니다.

이처럼 이현령비현령이 될 수 있는 악플 판단 기준.

그렇다면 '악플'과 '사이버성폭력'을 가르는 기준은 어떤 것일까요?

어디까지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정화시켜야 할' 악플이고, 어디까지가 현행법이 개입하는 '사이버성폭력'일까요? 

 

사이버성폭력사이버공간에서 상대방의 의사와 무관하게 타인에게 성적메시지를 전달하여 분노나 위압감 등의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이버성폭력은 글, 사진, 동영상 등을 이용하여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 유형은 일방적 성적메시지를 게시하거나 보내는 것, 사이버 공간에서 집요하게 스토킹을 하는 것,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것 등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들어, 누군가 여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게시판에 폭력적인 포르노 사진을 도배를 하거나
기숙사 방 창문을 몰래 도촬하여 알몸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다면
우리는 '그건 사이버성폭력에 해당한다'라고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글들은 어떨까요?

 

 

성폭력특별법에서는 통신매체이용음란 규정에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ㆍ우편ㆍ컴퓨터 기타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음향, 글이나 도화,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 예로 들어진 글들도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써진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혹자는 '성적 의도가 보이지 않으니 이건 사이버성폭력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이러한 글이 읽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심리적 타격이나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 정한 '사이버성폭력'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도 충분히 '사이버'공간에서 일어나는 '성'에 기반한 '폭력'인 것입니다.

사이버모욕죄와 같은 법을 만들어 악플을 억압적으로 규제해 보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자유와 권리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민주사회의 모습과 배치되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매일 접속하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자유에 따른 책임의식, 상호존중을 통한 공존의식이 무시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됩니다.
특히 집단적인 비난과 공격, 냉소가 힘없고 평범한 한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거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발언 등을 통해 차별의 골을 심화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의 심화는 심리적 좌절 요인이 많은 사회를 만들게 되고, 이로 인해 각종 범죄도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평화롭고 민주적인 소통은 더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강한 범죄 뒤에 더 강한 규제, 또 그 뒤에 더 강한 범죄만이 찾아오는 불행한 상황만 남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네티즌 스스로 경계하고 자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잘 들어보고, 조금 더 서로를 존중하면서요.
아, 물론 날카로운 비판의식은 잃지 말아야 하겠지요.
여하튼,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인터넷을 누리고 민주적이고 생기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또 그 안에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우리의 멋진 모습을 위해서 조금씩 더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완소네티즌 5계명을 소개합니다!

나는야 완소네티즌!

#  사이버공간에서 내가 한 말과 행동에 책임을 다 한다.
#  잘못된 말에는 문제제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
#  사이버공간에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습관을 갖는다.
#  내가 존중 받고 싶은 만큼 나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한다.
#  성폭력 없는 사이버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우리 모두 자유롭고 당당한 네티즌, 상대를 존중하며 토론하는 멋쟁이 완소네티즌이 되어보아요!!!


*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사이버성폭력 없는 사이버공간을 만들기 위한 '네티즌 스스로 만드는 자유로운 세상, Open Talk!'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www.open-talk.net
  현재 '여성비하발언도 사이버성폭력일까?'라는 주제로 트랙백토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많은 의견 보내주세요!
  트랙백 보내실 곳 : http://sisters.or.kr/track/tracback.php?bbs_no=55

  

http://www.open-talk.net
오픈토크 사이트에서 서명하시면 아래와 같은 예쁜 씰도 블로그/홈페이지에 가져가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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