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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바꾸는 섹슈얼리티 강의] 6강 '비혼으로 살아가기' 후기

[질문을 바꾸는 섹슈얼리티 강의] 6강 '비혼으로 살아가기' 후기

 

 

8월 23일, 김란이 선생님과 함께 비혼으로 살아가기 라는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비혼이라는 주제에 최근 많은 분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태풍 소식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채워주셨는데요. 이번 강의에서는 주로 비혼공동체 비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활동을 유지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이야기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과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분들도 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비는 전주에 있는 비혼여성공동체 비혼들의 비행의 줄임말입니다. 비비라는 말을 비혼이라는 말 대신 부르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16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온 곳입니다. 전주여성의전화 소모임인 싱글여성모임으로 시작한 비비는 현재 공동체와 협동조합으로 나뉘면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비혼'이라는 의제로 16년동안 어떤 활동들을 해왔을까요?

 

 

모임 초기, 아직 공동체라고 이름붙이기 전의 비비는 정기모임을 가지면서 책 읽고 이야기 하고,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하던 시기엔 명절프로젝트로 해외여행을 가곤 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책읽기를 어려워하던 친구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니 어떤 책을 읽어도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수많은 밤들이 떠오른다. 이 시간은 스스로 조차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했다. 자신의 모습을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며 지지했던 시간이었다. 모두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가족, 직장 안에서 좀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해주었다

 

 

김란이 선생님의 강의 중에 인상깊었던 내용은, 비비가 처음부터 공동체를 지향하며 만들어진 곳은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비가 지속되고 그 안에서 관계와 토대가 발전하면서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 생기고,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공동체라고 이름 붙이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결혼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주거 독립을 가볍게 하고 나니 2009년에는 비비(한명을 제외하고)가 한 아파트에 모여 살게 되었다. 이른바 1인 가족 네트워크, 생활공동체를 실현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형성되었다. 먼저 들어온 친구들이 다음 이사 오는 친구 집을 청소하고 이삿짐을 받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파트 전문 청소용역으로 나서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함께 살면서 경비보다 먼저 출동하는 문제 해결사 역할도 하고, 아파트 정보를 주고받아 여러 형태의 가가호호방문 서비스에 대해 대처하기도 했다. 긴 출장 기간에는 서로의 집안에 식물들도 보살펴주었다. 그러는 동안 혼자 사는 불안감에서도 해방되고, 자신만의 방을 가지면서 오는 충족감도 동시에 갖게 되었다.”

 

강의 내용 중에서, 비비는 구성원 개인의 이슈를 공동체의 이슈로 같이 함께해왔고, 지금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점점 나이들어감에 따라 노년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도 인상깊었습니다. 비혼으로 산다는 것은 혼자산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니며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개인에 대한 관심, 존중, 돌봄이 당연한 전제가 되어야 하는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개개인이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방을 갖지만, 서로에게 깊게 관심갖고 돌보는 것 이 균형감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는 2010년 만들어졌고 2015년에 협동조합이 되었다. 상시적인 요가, 책읽기, 타로 등의 소모임을 운영하고 비혼여성아카데미, 비혼여성모임 인큐베이팅 등의 사업을 합니다. 이런 문화사업뿐 아니라 20186.13 지방선거에서는 비혼여성정책연구팀을 꾸려서 비혼 여성, 1인가구의 안전권 / 주거권 / 돌봄, 건강권 / 공동체, 생활네트워크 지원 네 가지 분야로 나눠서 비혼여성정책을 작성해 지자체 단체장후보들을 중심으로 제안했다고 합니다.

 

워크숍에서는 "내가 원하는 비혼-비혼으로 살아가려면?" 질문을 하고 모둠별로 논의해보았습니다. 비혼으로 잘 살아가기 위한 조건들은, 여성이, 소수자가, 한 개인이 잘 살 수 있는 조건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성의 삶에 대한 또 다른 모델을 만들어가며 먼저 길을 걸어간 비비의 여성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