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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집회 <카운트다운: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3월 30일 광화문 파이낸스 건물 앞에서 낙태죄 폐지 카운트다운 집회가 있었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집회에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소속 단체를 비롯해 전국에서 모인 1500여명의 참가자들이 함께했습니다. 낙태죄를 왜 폐지해야하는지, 낙태죄 이후의 새로운 세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낙태죄 폐지와 그 이후를 함께 준비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공감하고 서로 지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왜 당신에게 증명해야 하지. 내가 증명해야 할 건 없어"

 

발언에는 전남대 페미니스트 모임 F:ACT 수진, 민주노총 교육공무직본부 권혜진 사서분과장,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사무국장, 포괄적성교육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민지 씨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셨습니다. 발언 내용을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수진님은 재생산과 관련된 국가의 정책들이(공공임대, 아동수당, 배우자 출산 휴가 등) ‘정상 가족을 기준으로 두고 있고 여성에게 향하고 있음을 비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문화되어있었던 낙태죄가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화되었죠.

 

권혜진 사서분과장님은 현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곤 하는데 그것은 낙태죄를 유지시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당사자가 자신의 빈곤과 사회경제적 무능력을 입증하고 그것을 승인받는 이 과정은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시혜적 조치들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일정 수준의 사회적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는 인식을 유포시킬 것입니다. 권혜진 사서분과장님은 영화 <캡틴 마블>에서 주인공이 실력을 증명하길 요구받자, "내가 왜 당신에게 증명해야 하지. 내가 증명해야 할 건 없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며, 자신의 몸은 자신의 것이라고 마무리 했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민지님은 지난 수십년간 수많은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임신중지를 하다가 건강을 잃거나 사망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많은 여성들은 임신중지 약물을 합법적으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약을 비싸게 구입하곤 합니다. 의료적 입장에서 보면 임신중지는 긴급성을 다투는 일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방법도 달라지는데, 수많은 입증과 자격 검토의 절차를 만드는 일은 그 위험성을 더 높이는 일입니다. 위험 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의료 조치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이 권리가 불법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이진희님은 한 사람의 삶을 쪼갤 수 없듯이 성과 재생산 권리는 소수자가 존엄성을 갖고 살아가기 위한 다른 권리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다른 발언과 마찬가지로, 청소년의 경우 성적협상, 자기결정권 등을 포괄적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하며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이러한 내용이 닿아야 하며, 성소수자 청소년을 포괄해야 합니다.

그밖의 발언들을 통해서도, 왜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하는지 되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집회가 금지되어 있기에 인근까지 가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주요 요구

 

1.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전면 비범죄화

2. 포괄적 성교육과 피임 접근성 확대

3. 유산유도제 도입을 통한 여성건강권 보장

4.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

5. 낙인과 처벌 없는 재생산권 보장

 

헹진 후에는 선언문을 낭독하며 마무리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더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여성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세상, 낙태죄 폐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곧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판결이 나올 예정입니다. 함께 기다립시다!

 

[선언문]

 

"우리는 더 이상 어제와 같은 세상에 살지 않을 것이다"

-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폐지 이후의 세계>선언문 -

 

우리는 낙태죄를 폐지할 것이다.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은 통제하고, 징벌하며, 건강과 삶을 위협해온 역사를 종결할 것이다. 국가가 인구를 줄이기 위해 ‘강제 낙태’와 불임시술을 강요하다가, 다시 저출산 해소라는 명목으로 임신을 중지하는 여성을 비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기만적인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낙태죄를 폐지할 것이며, 새로운 세계를 맞이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들은 더 이상 요구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며, 이제는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직접 그러한 사회로 변화시켜나가고자 한다. 헌법재판소와 정부, 국회는 이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하나.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하고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여성의 판단을 의심하고, 훼손하며, 처벌하는 사회에서 살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삶에 대한 결정은 늘 한 사회의 사회구조적인 조건들 안에서 이뤄진다. 장애, 질병, 연령, 경제적 상황, 지역적 조건, 혼인 여부, 교육 수준, 가족상태, 국적, 이주상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사회구성원들이 아이를 낳을 만한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지 않고 여성을 처벌하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우리는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하는 성평등 사회,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삶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그 책임을 다하는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65년간 존치되어온 악법인 낙태죄 폐지가 그 마중물이 될 것이다.

 

둘. 포괄적 성교육을 보장하고 피임 접근성을 확대할 것이다.

피임의 접근성과 성교육의 필요성이 오직 임신을 중지하는 여성을 비난하기 위해서 동원되는 사회, 실질적인 의료접근성과 포괄적 성교육의 도입 여부가 탁상공론에만 머무르는 사회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이 자신에게 필요한 피임기술과 의료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임신 중지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국가가 보장하여야 하는 기본적인 재생산 권리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비과학적이고 차별적 내용의 성교육을 시행하며 모두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 우리는 보편적 인권에 기초한 포괄적인 성교육이 표준이 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사회적 낙인 없이 자신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 건강을 보장받는 사회에서 살아갈 것이다.

 

셋. 약물적 유산유도제를 도입하고 여성건강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임신중지는 합법적이고 안전한 의료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은 앞장서서 안전한 임신중지와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며, 국가는 최신지견의 의료 기술에 대한 의료인 교육을 제도화하고, 약물적 유산유도제를 지금 당장 도입하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약품처방과 시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우리는 더욱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권리가 있고, 그것을 실현할 것이다.

 

넷.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으로 인권 억압의 역사를 청산할 것이다.

모자보건법은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으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기 위해 국가가 만든 법이었다. 그 법 아래, 국가가 나서서 특정한 생명을 선별하고, 누군가의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제약하고, 경제개발에 도움이 되는 인구만을 늘리겠다는 끔찍한 사고방식으로 자행된 수많은 국가 폭력이 존재한다. 우생학적 모자보건법이라는 치욕의 역사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임신중지 사유를 허락받고, 증명해야 하는 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며, 임신중지에 대한 합법화를 기초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다섯. 낙인과 차별을 해소하고 모두의 재생산권이 보장되는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임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 아래, 임신과 임신중지를 모든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 책임 있게 판단하리라는 것을 사회가 적극적으로 신뢰하는 사회, 안전한 의료서비스와 복지제도를 통해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위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사회를 요구한다.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이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인권 존중의 사회를 향한 출발점이다. 우리는 한 사회가 다음 세대를 재생산해나가는 과정에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 사회 부정의에 대항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낙태가 죄가 되는 어제와 같은 세상에 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019년, 낙태죄를 반드시 폐지할 것이다.

 

2019년 3월 30일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참가자 일동

 

* 영문 후기

On saturday afternoon, I joined activists from the KSVRC at a rally against the criminalization of abortion. I sat among them and other supporters holding banners despite the strong wind and together, we cheered the women who stood on the stage before us and demanded for a “new world now”.

 

Women of all ages proudly held the mic. Some used their entire bodies to express their convictions, others’ strength was heard in the vulnerability and pain of their voices, while others fiercely and in a loud voice declared themselves “feminists”. I was most impressed by young women who at only 16 years of age confidently spoke out against their experiences at school or their activist work. As I saw them, I remembered how it actually took me a long time to understand why the issue of abortion was so important to feminism. Aside from not having much of an opinion on the topic, I simply did not understand why it was relevant to me. Then, during the summer that I turned 20 years old, I interned for a feminist organization in Mexico who had successfully pressured the state government to release seven women who had been incarcerated for abortion. It was then that I began to understand the complexity of the issue, and especially how the criminalization of abortion affects all women because it institutionalizes the violation of women’s right to bodily autonomy.

 

The Korean women who led the rally with their stories once again demonstrated that this issue speaks to and affects all, especially in a society that continues to normalize and ignore violence against women’s bodies as seen through the continued spycam porn epidemic and revictimization of sexual assault survivors. Although it was unfortunate that do my poor Korean language skills I could not understand the stories of the women fully, my other senses were enhanced, thus women’s voices, body language, and the reactions of the crowd around me allowed me to connect with the event.

 

At one point, I was surprised to hear a voice speaking in Spanish, my native language, rise from the speakers. These Argentinian women and people from a few other countries shared their support for Korea’s fight. I saw myself in their sincere and funny efforts to speak Korean and their solidarity towards the movement. At that moment I felt very lucky to be present in Seoul, sitting with everyone. In fact, I am always grateful to the activists at the center who include me in these events and patiently translate and teach me the chants and songs. They make me feel included and connected to not only to events, but to them.

 

That afternoon we marched unstopped by wild weather that attempted to test our dedication. Perhaps one of my favorite moments was when the crowd looped back and began to walk back towards the beginning of the march. There were so many of us, the front and end of the crowd crossed paths from opposite sides of the street. We waved and cheered each other on, making known the extent of the support for this issue to onlookers; the beginning of the “countdown” towards feminist change in has indeed begun Korea.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자원활동가 마이라(Mayra)와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신아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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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페미니스트 모임 F;ACT 수진

안녕하십니까, 낙태죄 폐지를 위해 광주에서 왔습니다.

저는 전남대 페미니즘 학회 팩트의 수진입니다.

 

오늘은 아이를 낳으라고 종용하면서 한편으로는 출산한 여성에 대해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 모두 논란이 되었던 가임기 여성 지도를 기억하십니까? 연령과 지정 성별만을 기준으로 가임기 여성 수를 집계하고 지자체별 순위까지 기재해놓은 아주 황당한 자료였습니다. 더욱 더 황당하고 화가나는 점은 이것이 정부의 지자체 출산율 제고 방안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는 것입니다. 가임기 여성 지도는 여성의 건강, 경제력, 자기결정권 등 여성 개인의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을 한 집단으로 묶어버린 후 단지 자궁을 가진 존재,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존재쯤으로 치부하는 정부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여성을 자궁으로 보고 있는 정부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은 잘 만들어 주고 있을까요?

 

현재 출산 지원 정책으로는 공공임대, 아동수당, 배우자 출산 휴가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이 낳기 좋은 환경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결국 흔히 말하는 정상 가족을 위한 것이지 미혼모나 비혼모들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는데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필요합니다. 둘이서 키우기도 벅찬데, 혼자서 키우기는 더 벅찬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몸을 함부로 굴려서 그렇다는 둥 애가 제대로 잘 자랄 수 있냐는 둥 사회에서 미혼모들에게 보내는 반응은 너무나도 뻔합니다.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아이를 낳으니 몸을 함부로 굴린 여자, 사고친 여자가 되는 사회, 과연 바람직한 사회일까요? 당연히 이런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 바로 여성들이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낳아 길러내는데 무리가 없는 사회, 지정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아이를 낳기 싫다면 낳지 않을 수 있는 사회입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고, 오늘 이 자리에서 요구합니다.

 

우리는 자궁이 아니다! 형법 제 2961항 낙태죄를 폐지하라!

애낳으라고 닦달하지만 말고, 누구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만들어라!

 

감사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사서분과장 권혜진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전국의 초,,고 국공립과 사립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입니다.

 

여러분 혹시 몇 년 전 학교의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급식실의 조리사, 조리실무사 선생님들을 가리켜 모 국회의원이 "그냥 밥 하는 아줌마들이다, 밥 하는 아줌마들을 왜 정규직화해야 하느냐"라고 발언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굳이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아도 되고, 임금을 올려주지 않아도 되고, 비정규직으로 쉽게 쉽게 채용했다가 필요없어지면 자르면 된다구요.

 

밥 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챙기는 일, 매일같이 반복되고 계속되지만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일, 돌봄노동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 노동은 대부분 여성의 몫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사회는 돌봄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낮은 대가를 지급합니다. 그리고 우리 일상에 항상 존재하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는, 계속해서 소모될 뿐 돈으로 환산되지 않기에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되는 무임금 노동을 여성에게 전가시키면서 여성의 노동을 하찮게 여겨왔습니다.

 

불안정한 노동과 성차별적 노동환경은 여성을 더욱 가난의 굴레에 몰아넣습니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원치않는 임신을 하고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마음 졸이며 찾아다니고,병가나 연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해 충분히 쉬지도 못한 채 일터에 나가 일해야 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처지를 말입니다.

 

약물로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불법촬영물로 여성을 유희로 삼고, 성별임금격차로 여성을 착취하고, 여성 노동을 하찮게 여기며, 낙태죄를 뒤집어씌워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는 다중 차별과 다중 고통의 현장에 바로 여성이 있습니다.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보다 우선될 것은 임신-출산-양육으로 인한 차별을 겪지 않을 양질의 일자리, 성평등한 노동현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임신중절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이 추가될 것인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사회경제적 사유 추가'는 낙태죄를 유지시키는 꼼수에 불과합니다. 빈곤한 여성에 한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에게만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아이를 낳기 위한 완벽한 여건을 상정해두고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낳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의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것은 임신중지를 위해 당사자가 스스로 '아이를 낳고 키울 능력이 없음'을 증명하고 제3자에게 허락을 구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캡틴 마블>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를 요구받던 주인공이 상대방에게 던진 말을 기억합니다.

 

"난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어."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입니다.

내 몸은 나의 것입니다.

내 몸에 대한 결정은 내가 합니다.

내 몸에 대한 결정을 하기 위해 나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 외에 아무도 나를 통제할 권리가 없습니다.

 

2019년을 낙태죄 폐지의 해로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투쟁!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사무국장

 

새로운 세상을 향해 가려면 함께 갈 친구가, 동료가 필요합니다.

낙태죄 폐지 운동으로 만난 우리들은 임신 중지 자체를 범죄화함으로써 국가가 통제해온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발견하며 동료가 되는 과정을 겪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폐지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함으로써 폐지가 필요한 이유를 더욱 명백히 해주는 증인들이기도 합니다.

 

허락할 권리를 국가가 독점하며 휘두른 폭력을 기억합니다. 낙태는 불법이라고 허락하지 않으면서, 우생학적 사유가 있는 사람들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에 대해서 모자보건법 14조는 낙태를 허락합니다. 우생학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부적격자를 선별하기 위한 것입니다. 국민으로서의 부적격자를 선별하는 것으로 생명을 위계화하는 인구 정책입니다. 전혀 다른 위치에 놓인 듯 보이지만, 이 부적격자의 위치에 10,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빈곤층 등이 놓여졌고, 임신중지를 처벌하거나 허락하는 방식으로 생명을 위계화 해 왔습니다. 장애인 수용시설은 사생활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 연애금지, 자위 금지라는 규칙, 강제 불임시술과 같은 방법으로 노골적으로 재생산 권리를 통제하였던 곳입니다.

 

장애를 좋지 않은 것,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장애인의 재생산권리는 통제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성적 착취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안전하고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권리, 상황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은 여전히 장애여성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사회는 성적인 욕망을 인정하고, 성적인 실천을 해내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지원, 권리의 행사, 타인과의 관계 맺기 등에는 무관심합니다.

 

임신과 출산 혹은 낙태만이 어떤 사건처럼 되는 것을 반대 합니다. 성과 재생산의 권리는 여러 가지 권리 중에서 따로 떨어진 하나의 권리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삶을 쪼갤 수 없듯이 소수자가 사회에서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한 수많은 권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수자가 자신이 원하는 삶과 관계를 만들기 어렵게 하는 차별과 소외의 문제가 무엇인지, 친밀함을 만들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어떤 부정적인 경험을 겪는지 사회는 알아야 합니다. 삶의 과정 에서 선택과 결정을 둘러싼 수많은 환경과 권리, 지지기반과 관계 안에서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여성으로서 다양한 정체성의 소수자로서 우리는 더 많이 말할 것입니다. 그렇게 나로서, 내 몸이 이 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 안전하게 선택하고, 지지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자유와 평등은 확보될 수 있습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 더 넓은 토론의 장을 열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은 우리는 나의 경험을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폐지 이후 생명과 윤리, 제도를 넘어선 권리화, 수많은 정체성을 가진 모두의 성적 권리와 실천에 대해서 계속 토론해 갈 것입니다. 혼란을 걱정하는, 혼란을 핑계삼는 이들에게 범죄화와 통제가 아니라 소란과 혼란이 토론을 만들고 나와 너를 자유와 평등으로 이끌어 가는 것임을 일깨울 것입니다. 낙태죄는 폐지될 것이고, 서로의 동료가 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질문과 토론을 멈추지 않고 해나갈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민지

 

안녕하세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김민지입니다.

 

낙태죄 폐지가 드디어 우리의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로 건강을 잃거나 사망했습니다. 그 결과 세계보건기구가 안전한 임신중지를 제공하는 것은 인권이고 건강을 위한 의료행위임을 천명하면서 2003<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으로는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지는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와 달리 여성의 가임력, 미래의 건강에 위협을 끼치지 않습니다. 약물을 통한 초기 임신중지는 출산보다 안전함이 검증되어 있습니다. ‘낙태죄로 인해 한국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안전한 임신중지의 제공이 어려웠습니다. 한국의 의료진은 임신중지에 대한 최신 지견과 안전한 기술을 잘 모르고 있고, 규제대상이 아닌 성범죄 생존자 등의 사람들에게조차 법원 판결문 등 현실에 맞지 않는 조건을 요구해 왔습니다. 소위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시술할 때조차 임신중지의 최신 지견에 맞지 않으며 더 이상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 소파술을 일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현재 권고되는 흡입술 또는 배출술은 소파술에 비해 합병증 발생 비율이 낮고, 가임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또한 낙태죄로 인해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약물 역시 한국에서는 처방받을 수 없습니다.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은 해외 NGO를 통해 초조하게 몇 주를 기다리며 약을 배송받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약을 브로커를 통해 값비싼 가격에 구입해 제대로 된 복약설명도 듣지 못하고 복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 이상 여성들에게 이런 부담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안전하게 임신중지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임신중지는 시급을 다투는 의료행위이자, 필수적인 의료행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임신중지의 방법이 달라지고, 위험성도 달라집니다. 임신중지의 가격을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결정하는 비보험 체제에서는 고가의 임신중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임신주수가 길어지고, 그 사이 임신중지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기가 막힌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임신중지를 하고 싶어서 임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임을 시도했으나 원치 않는 임신을 경험합니다. 임신중지는 무책임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임신중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며 언제나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임신중지는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급여화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프레임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임신중지는 더 이상 금기가 아닙니다. 임신중지는 건강권이고 의료행위입니다! 의료행위로서의 임신중지를 위해 낙태죄 폐지 이후의 대한민국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의료인 및 예비의료인을 적극 교육하라!

 

의료인에게 임신중지의 원칙과 최신 지견을 교육하고, 의료행위가 필요한 사람들이 가장 안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보여주십시오.

 

하나,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하라!

 

임신중지 약물은 여러 나라에서 그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었으며 충분한 사용례가 축적되고 사용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저렴하고 안전한 임신중지와, 여성건강의 향상을 위해 그 동안 '임신중지는 불법'이라는 명목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던 임신중지 약물을 한시라도 빨리 허용해야 합니다.

 

하나, 임신중지와 피임을 보험 급여화하라!

 

임신중지와 피임은 필수적인 의료행위입니다. 임신중지를 겪는 사람에게 임신중지는 필연적인 선택이며, 시급을 다투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고가의 비용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됩니다. 임신중지와 피임은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누구나 안전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권리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였습니다.

해외 연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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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 Helps Women

안녕, 암스테르담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제 이름은 Kinga Jelinska, 위민헬프위민의 디렉터입니다. 이 미페프리스톤과 마이소프로스톨을 한번 보세요. 이 작은 알약, 유산유도제는 임신중지 접근성에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WHO에서 권장되며, 전 세계의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여성들도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자매 여러분, 당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세요. 약물 허가와 낙태죄 폐지를 위해 싸우세요. 우리는 당신에게 연대를 보냅니다. 행운을 빌게요!

 

아르헨티나 노총(CTA-A)

 

안녕하세요. 저는 아르헨티나노총(CTA-A)에서 젠더·평등 위원회를 맡고 있는 실비아 레온입니다.

임신중지를 범죄가 아닌 합법적 권리로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는 한국의 여성들에게 열렬한 지지와 연대를 보냅니다. 3 30일 집회가 꼭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작년 8 8일 아르헨티나에서는, 합법적 임신중지 법 도입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시민 150만 명이 국회 건물 앞에 모여 임신중지는 여성의 권리라는 것을 외쳤습니다. 이 때 한국에서 보내주신 연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입법에 실패했지만 더 중요한 것을 얻었습니다. 사회 전체에서 합법적 임신중지에 대한 합의를 형성한 것입니다. 여기에 힘입어 곧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의 합법적인, 안전한, 무상의 임신중지권을 위한 전국 캠페인은 며칠 후에 다시 한 번 합법적 임신중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 여성들의 연대를 통해 한국과 아르헨티나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쟁취하고, 그 어떤 여성도 위험한 불법 시술로 사망하지 않는 세계를 곧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겠습니다.

 

국제 엠네스티 각국 지부

 

(국제 앰네스티 각국 지부 활동가들이 연대 메시지를 들고 찍은 사진이 연속으로 나오는 영상)

임신중지는 범죄가 아니다

“SOUTH KOREA DO THE RIGHT THING! 한국,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뭐라고 말하든 임신중지는 범죄가 아닙니다

 

#330집회 #낙태죄폐지하러갑니다 #낙태죄는위헌이다 #낙태죄를폐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