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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에 대해서

법의 성폭력 개념 - 법에서의 성폭력 개념을 알아보자


성폭력은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 청소년성보호법, 아동보호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어느 법에서도 성폭력의 개념을 특별히 규정하지 않고, 해당 범죄를 나열함으로써 개념규정을 대신하고 있다. 더욱이 형법에서 성폭력은 오랫동안 “정조에 관한 죄”로 다뤄졌었다. 여성인권운동에서는 생존자의 인권 을 침해한 사회적 범죄인 성폭력범죄를 정조와 연관하여 명명한 법의 가부장적인 발상을 강하게 비판하며, “성 적자기결정권의 침해죄”로 수정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1995년 형법 개정시 제32장의 제목이 “강간과 추행 의 죄”로 바뀌었고, 아직 “성적자개결정권의 침해죄”로의 변경요구는 반영되지 않고있다.
성폭력은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다. 친고죄란 본인의 고소가 있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고소기간 은 1년이다. 그러나 강간치상이나 특수강간, 친족에 의한 강간,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등은 비친고 죄이다. 또한 19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반의사불벌죄1)로 최근 법이 개정되었다.
현행법은 점차 성폭력범을 처벌하고 피해생존자의 권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아직도 성폭력의 개념, 친고죄2), 공소시효3) 등의 법.제도상 미비한 부분이 산재해있고, 현행법의 운용과정에 서도 피해생존자들은 수사, 재판 담당자들의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인해 2차 피해4)를 입는 등의 어려움 을 겪고 있다.
현행법이 성폭력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범죄의 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법조문 범죄의 구성요건 행위자 대상 비고
형법
제297조
상대방의 반항을 불능, 현저히 곤란하게 할 수 있는 폭행, 협박으로 부녀를 간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친고죄
*강간치상 등은 비친고죄
형법
제297조
폭행,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 남, 여 남, 여 10년 이하의 징역,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친고죄
(1) 폭행, 협박, 저항여부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여부로 판단해야
강간죄는 살인,강도,방화와 함께 4대 강력범죄 중의 하나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폭행과 협박의 정도가 어떠했는 지, 얼마나 저항했는지를 판단기준으로 삼는 현행법의 기준(‘최협의설’)으로 인해 실제 고소과정에서 강간피해 자임을 입증받기란 쉽지않다. 따라서 피해 후 바로 병원에 가서 정액채취를 하는 등의 증거자료 확보가 수사.재 판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산부인과적 증거자료가 없는 강제추행의 경우에는 입증이 어려 운 부분이 있다. 이와같은 최협의설에 의한 판단은 오히려 생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비현실적인 격렬한 저 항을 요구하며 처벌 범위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또한 판결의 실질적 근거인 피해 생존자에 대한 의심, 비난, 편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포장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2) 강간죄의 대상과 행위 확대해야
강간죄는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삽입되었을 때에만 성립하며, 그 이외의 어떠한 성적 접촉도 모두 강제 추행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강간 피해자는 여성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규정은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현저한 침해를 강간죄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의 많은 부분을 무색하게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외국의 경우, 강간죄의 행위 객체를 사람으로 보고, 항문이나 구강 등에 가해지는 폭력도 강간에 준해 처벌하는 경향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법개정을 통해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서는 유사강간죄로 인정하고 있다.
(3) 아내강간 처벌해야
1970년 부부사이의 강간죄 불성립 판례이후 아내강간 불처벌 관행은 깨어지지 않는 신화로 남아있다. 최근 아내강제추행죄는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부부사이에도 성적자기결정권을 결코 포기한 것이 아니고, 부부이기 때문에 성폭력이 일어나더라도 아무도 모른 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내강간을 성폭력으로 보는 명시적인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4) 양형기준 마련해야
법률에서는 강간죄의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되어있고,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경우도 준강간죄로 처벌된다. 또한 업무상위계 등에 의한 간음이나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친족에 의한 강간, 강도강간 등은 가중처벌된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이 있음에도 성폭력사건의 기소율은 43%에 머물고 있고, 2004년의 경우 1심 재판이 이루어진 피고인 4,148명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이 1,711명(41.2%),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 1,633명(39.3%). 무죄, 형면제, 소년부 송치 등 기타가 804명(19.3%)로 나타나고 있어 솜방망이 처벌임 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양형기준의 마련이 시급하다.
법조문 범죄의 구성요건 행위자 대상 비고
국가인권
위원회법
제2조5
업무, 고용 그밖의 관계에서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언행 종사자
사용자
근로자
남, 여 사내 징계 * 민사소송
* 형사소송
(육체적
성희롱)
그동안 직장내활력소 정도로 인식해 왔던 언어적, 육체적,시각적 성희롱 문제를 1999년에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법에서 불법행위로 규제하고 있다. 성희롱은 언어적, 육체적, 시각적, 기타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으로 구분되어 있다. 사업주(공공단체의 장)는 성희롱 예방교육과 행위자 징계, 피해자 보호 등의 의무가 있다.
이 외에도 성폭력특별법에 의해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형을 받도록 되어있고, 카메라등 이용촬영 등의 행위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성폭력특별법과 형사소송법에서는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비밀누설금지,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전담조 사제, 영상물의 촬영.보존, 심리의 비공개, 전문가의 의견조회,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동석, 비디오 등 중계 장치에 의한 증인신문, 증거보전의 특례, 재정신청 확대, 피해자 법정진술권의 강화, 공판진행 상황의 통지 등의 생존자 권리보장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의한 공판중심주의 체계에서 는, 기존의 법이 규정하고 있는 생존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담당자들의 특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청소년성보호법에 의해 지역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청소년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제도나 취업제한 제도들이 새로이 장만되었다. 이처럼 법에서는 피해생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빠르게 변하는 추세이다. 남은 과제는 친고죄 폐지 등 현행법의 수정, 보완과 함께 수사,공판 담당자들의 성폭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인권감수성 키워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