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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보통의 연대 WORKSHOP <나와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몇 M일까?>

[보통의 연대]는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릴레이 인터뷰 캠페인입니다.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어요. 이를 통해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리고자 했습니다.

 

2019년 의심에서 지지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목요일 홈페이지,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지난주까지 16명분의 인터뷰가 게시되었고, 내년까지 쭈욱 이어질 예정이에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덕분입니다! 올해 4월 모집한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은 5-6월 4회기에 걸쳐 캠페인단 교육을 받았고, 이후 본격적인 캠페인 활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교육 후기 보기(클릭)

 

6-7월에는 기획회의를 통해 "성폭력 주변인을 인터뷰하자!"라는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인터뷰에 필요한 체크리스트, 동의서 등을 만들었습니다. 8월-10월에는 실제로 사람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이후 인터뷰를 녹취하고 이를 편집한 내용을 확인하는 등 실무에도 함께했어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의 공식적인 활동은 올 11월로 마무리됩니다. 보통의 연대 WORKSHOP <나와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몇 M일까?>는 올해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의 활동을 보고하고 성폭력 주변인에 대한 담론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마련되었어요. 워크숍이라는 형식과 내용도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답니다.

 

 

보통의 연대 WORKSHOP <나와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몇 M일까?>는 2019년 11월 12일(화) 오후 7시-9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성폭력 주변인이라는 낯선 주제 때문에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참여해주셨어요.

 

사회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인 율빵님이 맡았습니다.

 

 

첫 순서로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앎 활동가가 성폭력 주변인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활동 보고를 하였습니다.

 

 

앎 활동가는 성폭력 주변인에 대해서 두 가지 개념을 소개했는데요.

 

하나는 '방관자 효과 Bystander Effect'입니다.

1960년 초, 한 여성이 45분 간 공격 받은 끝에 결국 살해당했습니다. 목격자가 38명 있었지만, 단 한 명도 돕지 않았습니다. 만약 한 명이라도 가해자를 막았다면, 최소한 경찰에 신고했다면 어땠을까요? 이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생긴 개념인 '방관자 효과'는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이 개입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먼저 책임감을 갖고 도와주세요.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주변인 개입 Bystander Intervention'입니다.

https://sapec.ku.edu/bystander 에 따르면 모든 폭력 범죄의 66%에 목격자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모든 종류 성폭력의 29%에 목격자가 존재합니다. 생각보다 많죠? 그런데 이 목격자들이 모두 '방관자 효과'를 따르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면 과연 폭력을 막을 수 있을까요? '주변인 개입'이라는 개념은 다른 사람이 폭력, 피해, 범죄에 노출되는 상황을 보았을 때 개입하는 '선택'을 강조합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개입은 강간문화 혹은 성차별적 언어에 저항하는 말하기, 피해자/생존자 지지하기, 잠재적 폭력 상황에 끼어들기 등이 포함됩니다. 다음 카드뉴스는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개입하는 방법

 

1. 관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식하세요

2. 접근

안전하게 개입하려면 어떤 정보 또는 도움이 필요한지 고려하세요

3. 행동

행동하기를 선택하세요(도움 요청하기, 방해하기, 직접 말하기)

4. 후속조치

어떤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지 알아보세요

 

위 두 가지 개념은 '목격자'로서의 주변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다양한 성폭력 주변인이 존재합니다. 가깝게는 피해자 또는 가해자의 가족, 친구, 애인, 직장동료, 동네 사람 등이 있겠죠. 혹은 소문을 듣거나 언론 보도를 보고 그에 반응하는 사람도 성폭력 주변인입니다. 성폭력 사건 기사에 피해자를 의심하는 댓글을 다는 사람은? 공중화장실에 가면 혹시 모를 불법촬영이 걱정되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성폭력과 연결되어 있다면 성폭력 주변인입니다.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개입'을 선택해보세요. 할 수 있는 '개입'은 생각보다 무궁무진할 거예요.

 

이어서 앎 활동가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의 활동 과정을 설명하고, 보통의 연대 활동 보고를 하였습니다.

 

[보통의 연대] 인터뷰에 참여한 37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은 28명(76%), 남성은 9명(24%)였습니다.

그중 20대-30대가 20명(54%)이었고, 40-50대가 11명(30%)이었습니다.

그밖에 10대가 1명(3%), 60대 이상이 2명(5%), 미상 3명(8%) 있었습니다.

20대-30대가 가장 많았던 이유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의 주 연령층이 20대-30대여서 아무래도 더 섭외하기 용이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참여자 37명은 모두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약간 온도차는 있었습니다.

무응답 8%를 제외하면(무응답은 관련 질의응답을 하지 않은 경우를 뜻합니다)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밝힌 참여자가 41%

단순히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한다고 말한 참여자가 32%였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성폭력은 여성이 조심해야 하는 문제'라거나 '특정 사건은 성폭력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 참여자도 19% 있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한다 하더라도 일부 성폭력 통념을 내면화하거나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한 캠페인이기 때문일까요? (웃음)

 

또한, 참여자 중에서 '나도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힌 분이 36%나 되었습니다. 

추가로 참여자 중 8%가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나도 피해 경험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응답했습니다.

합하면 참여자 중 44%가 성폭력 주변인인 동시에 성폭력 생존자였습니다.

명시적으로 '피해 경험이 없다'고 밝힌 참여자는 14%에 불과했습니다.

 

 

[보통의 연대] 인터뷰는 위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진행되었는데요.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지 않은 무응답 5명을 제외하면

무려 32명 중 32명이 '성폭력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32명 중 27명은 '#미투 운동에 관해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지난 해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이어졌던 영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 응답이 많았던 것은 32명 중 25명이 응답한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성폭력과 관련된 상황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경험이 있다'였습니다. 동수 응답으로 '성폭력 또는 성폭력 피해자가 나오는 책, 영상, 공연, 전시 등을 본 경험이 있다'가 있었습니다.

이어서 '내가 아는 사람이 성폭력을 겪었거나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23명으로 다섯 번째로 응답이 많았습니다.

'공중화장실에 있는 구멍을 화장지, 스티커, 실리콘 등으로 막아놓은 것을 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1명이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폭력 주변인이 각자 어떤 생각과 느낌을 받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인터뷰 내용을 읽어봐 주세요.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는지 물었을 때

참여자 중 34%는 '피해자 또는 가해자와 직접 아는 사이'라고 답변하였고,

참여자 중 41%는 '누구나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무응답 13%)

 

그렇다면 스스로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참여자 중 62%가 '그렇다'고 답변하였습니다.

'모르겠다'는 답변이 6%였고, '아니다'라는 답변은 8%뿐이었습니다. (무응답 24%)

 

나와 성폭력 사이의 거리는 몇 M일까? 이번 워크숍 제목이기도 했던 이 질문을 인터뷰 참여자들에게도 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가깝다'라고 응답한 참여자는 57%였고,

'인터뷰를 하다 보니 가깝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응답한 참여자도 19% 있었습니다.

'모호하다'라고 응답한 참여자가 5% 있었고, '멀다'고 응답한 참여자는 3%에 불과했습니다.

(무응답 16%)

 

위 활동보고는 사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자료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참여자들은 처음부터 [보통의 연대] 캠페인의 목적과 취지를 알고 인터뷰에 참여했고, 그 수가 아주 많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날 어떤 사람들이 '성폭력 주변인'에 관한 캠페인에 참여했고, 어떤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있는지 참고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딱딱한 활동보고는 여기서 끝! 

 

 

다음 순서로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엘라님과 외자님을 모시고 활동 소감을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뷰를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자 엘라님은 '모집 홍보를 봤는데, 의심에서 지지로라는 문구가 너무 좋아서', 외자님은 '제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인터뷰라는 형태가 참여자들에게 평소 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컨텐츠 같아서'라고 대답했습니다. 

 

만약에 인터뷰를 더 진행한다면 어떤 분을 인터뷰하고 싶은지 묻자 엘라님은 '대통령'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실제로 [보통의 연대] 인터뷰에 참여했던 참여자 두 분을 모시고 인터뷰에 참여한 소감을 들었습니다.

 

한 분은 평소 성폭력과 관련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분이었고, 한분은 비상대책위원회 등 관련 활동 경험이 많은 분이었어요. 인터뷰 참여자를 대표해 소감을 나누는 자리가 어쩌면 부담되고 편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반성폭력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시간 내어 인터뷰에도 참여하고 워크숍에도 함께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고 2부부터는 본격적인 조별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머리를 맞대고 구성한 보드게임형 워크시트를 가지고, 조별로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경험과 생각을 서로 이야기 나누는 워크숍이었어요. 워크시트에 적힌 키워드 중에는 보통의 연대 체크리스트와 같은 내용도 있고, 새롭게 추가된 내용도 있었습니다. 평소 성폭력 피해자에 관해서는 (비교적) 많이 이야기하지만 성폭력 주변인으로서의 고민이나 역할에 관해서는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는 것 같아요. 각 키워드들이 성폭력 주변인으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워크숍을 끝낸 후 참여자들이 남겨준 소감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 보드판매/구입하게 해주세요

- 캠페인단 활동보고에서 교육 내용이 조금 더 궁금했어요! 전반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그룹으로 이야기하는 거요. 마지막에 그룹별로 나눈 이야기를 함께 짧게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 항상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화이팅하세요.

-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함께 하신 분들 모두 대화에 만족스러워 해 기뻤습니다. 좋은 시간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워크숍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색다른 행사예요! 좋았습니다.

- 아무래도 관심이 있던 사람들 위주로 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어쩔 수 없지만 관심이 없는 분들이 참여를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성폭력 관련한 인터뷰를 설문조사로도 진행할 수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인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고등학교에 집중 홍보하여 학생들이 참여하고 토론하는 수업의 연장 프로그램이 진행되어도 좋을 것 같다.

 

 

성폭력 주변인에 관하여 충분히 나누지 못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성폭력 주변인'이라는 담론을 알리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신! 워크숍이 끝나고 나서 '보통의 연대 워크숍 보드게임 어디서 구하냐'는 문의를 많이 받았어요. 더 많은 분들이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으니 소식을 기다려주세요.

 

 

비록 올해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활동은 마무리되었지만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재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세요!

 

[보통의 연대] 인터뷰 모아 보기(클릭)

 

<이 후기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앎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