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끌시끌 상담소

[동계공익법무실습 후기] "법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법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한국성폭력상담소 동계공익법무실습 후기



[2.3 자기소개 및 오리엔테이션]

2주동안 함께할 실무수습팀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이 본인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가들을 드러내는 3 keywords 와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상담소 내 부서들의 활동 내용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배웠습니다. 활동가들의 단체에 대한 애정을 느끼며 2주 동안 열심히 활동하여 단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무수습팀의 주요한 작업인 판례를 통한 성범죄 가중.감경 요소의 분석을 위해 간단한 업무 분담 시간을 가진 후 첫날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2.5 강간죄 개정 연대회의]

전국 각지의 여성단체들이 모여 강간죄 개정에 대한 회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고, 실무수습팀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회의의 주요 골자는 강간죄 성립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것이었습니다. 20명 남짓한 활동가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는 모습을 보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활동가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 회의에서 추가적인 논의를 하기로 결정하고 마무리 되었으나 피해자들의 권리를 위해 많은 활동가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2.7 서울중앙지방법원 방청 및 강연]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의 오전 공판을 방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범죄 사건이 다수를 차지했는데, 피고인들의 연령과 생김새가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성범죄 가해자들이 어떠한 공통적인 특징을 가질 것이라고 선입견을 가지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로스쿨에서 1년동안 배운 내용이 실제 재판에 접목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법원 근처에서 맛있는 나베를 먹으며 재판을 방청한 소감을 공유한 후 상담소에 도착하여 ‘무엇이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가’ 라는 제목의 강연에 참여하였습니다. 성범죄 사건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어떤 운동이 있었는지, 그 결과로 법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간단한 역사를 배웠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많은 활동가들이 성범죄를 대하는 보수적인 태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래의 법률가로서 어떤 목표의식을 가져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방청 후 단체사진
강연 "무엇이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가?"

 

[2.10 판례분석 작업]

2019년의 성범죄 판결들 약 140개를 분석한 뒤 가중.감경사유에 대한 제언을 작성하였습니다. 함께 점심식사 후 간식도 나누어 먹으며 실무수습 인턴들끼리 더욱 돈독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판례를 비판적으로 읽으며 성범죄 사건 판결의 경우 여전히 가해자 중심적인 경향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12 수요시위 참석 및 판례분석 발표회]

오전에는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에 참석하였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참석자들이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느낌과 동시에 위안부 문제가 머지않아 해결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상담소로 복귀한 뒤에는 인턴 활동가들의 활동 수기를 듣는 시간을 가진 뒤 판례 분석 작업에 대한 발표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부족한 작업이었음에도 활동가들이 귀담아 들어주시고 유익한 피드백을 제공해 주셔서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법원의 양형이 생각만큼 꼼꼼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법조인이 되었을 때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 피고인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게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인턴 활동가들의 활동후기 발표회
판례분석 발표회

 

[활동 마무리 후 느낀 점]

 

혜준: 짧은 시간이었지만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판례분석 작업이나 수요시위 참석 등 뜻 깊은 활동을 함께 하며 앞으로 어떤 법조인이 되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여성 인권 운동에 관심이 많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많은 활동가들이 노력하고 있음을 깨닫고 그분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저도 미래의 법조인으로서 성범죄 근절을 위해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진: 형사법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 법무실습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형사판결문의 전문을 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형사재판을 방청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문과 판례를 흡수하기에 바빴던 학교에서의 공부를 넘어서 실제로 법이 적용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법의 맹점을 살펴볼 수 있었고, 이를 보충하는 법조인의 역할이 중요함을 배웠습니다. 법의 맹점을 보충하여 정의를 완성하는데 보탬이 되는 법조인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원경: 대법원에서의 법리만을 공부했던 학교에서의 공부와 달리 사실심에서의 사실인정에 관하여 살아있는 공부를 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좋았습니다. 증거제출이 어렵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사실인정 등으로 인해 실체적 진실과 법정에서의 사건이 달라지는 안타까운 경우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보다 공정하고 보다 사실을 잘 반영하는 법조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엘: 오랜 기간 동안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신 여러 활동가님들을 보며 많은 귀감이 되었습니다.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변화를 위해 힘쓰시는 덕분에 우리 사회가 차츰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 팀별 소개를 통해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하는 일들을 체계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고, 판례분석을 통해 평소 잘 읽지 않는 전문을 분석적으로 접근하며 사법정의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하게 되어 뜻 깊었습니다. 수요시위와 강간죄 개정 연대회의에 참석할 귀한 기회를 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모난 곳 많고 어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부족함 투성인 제가 여러분과 같이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묵묵히 응원하겠습니다.

 

현이: 피해자분들을 위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열정으로 힘쓰시는 활동가분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 뜻 깊었던 기간이었습니다. 실무수습 기간동안 실제 현장에서 법이 어떻게 적용되고 활용되는지,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평소 양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깊게 고민할 기회가 없었는데, 판례를 분석하고 양형기준을 연구하면서 양형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기회를 갖게 되어 좋았습니다. 책과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과 함께하는 법조인이 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열국: 성폭력 범죄의 판결문들을 읽고 분석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형사재판도 직접 방청하고, 위안부 수요시위도 참석하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성폭력 범죄의 현실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 함께 실무수습한 분들, 한국성폭력상담소 분들께 감사합니다!

 

 

글쓴이 _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1기 권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