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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든 뭐든 하려는데 죄명을 모르겠어요! "남자친구가 모텔 앞까지 정말 질질 끌고 갔는데 간신히 탈출했어요. 죄명이 뭔가요?" "직장 상사가 자판기 앞에서, 네 젖을 먹지 뭘 우유를 먹냐고 했어요. 죄명이 뭔가요?" "사람이 제 위에서 씩씩대고 있는 것만 기억날 뿐 전혀 기억이 없어요. 죄명이 뭔가요?" "아빠가 자꾸 목욕할 때 같이 하자고 하고, 본인 성기를 만지게 해요. 죄명이 뭔가요?" 오늘 하루도 내가 경험한 일이 ‘성폭력피해’라는 것이 감지되는 순간, "죄명이 뭔가요?"를 질문하는 상담이 몰려옵니다. 너무나 당연합니다. 피해자들은 헷갈립니다. 강간은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삽입되는 것’이라고 했는데, 삽입이 되었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고, 내가 미친 듯 반항을 한 것 같지도 않고, 가해자도 무섭게 협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더보기
나영이가 준 두 가지 숙제 성폭력 경험을 말한다는 것은 자기를 이 사회에 내던지는 용기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법이 생기고 정책이 생긴 지 십년이 훌쩍 넘었지만 성폭력 피해자가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는 너무 어렵다. 가해자의 행동을 가능하게 한 이 사회의 폭력성, 피해자 보다는 가해자의 이야기에 더 익숙해있는 편견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그토록 어렵게 꺼낸 이야기. 듣는 이도 그에 상응하는 무게와 태도로 깊이 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나아질까? 나영이는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아주 작은 일상 속에서 그 변화 여부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나영이가 준 숙제는 무엇일까? 이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그 숙제를 오랫동안 끈질기게 찬찬히 풀어가야 한다. ▲ '나영이 사건'에 대한 네.. 더보기
KBS시사기획 쌈 보도 '나영이 사건'에 대한 논평 : 용서할 수 없음의 의미 KBS시사기획 쌈 보도 ‘나영이 사건’ 에 대한 논평 : 용서할 수 없음의 의미 “용서할 수 없다” 오늘 나영이 사건* 언론보도를 접하고 우리는 되뇌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하루 상담소에도 많은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달리 할 말은 없었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심정으로, 울먹이고 그저 분노를 토하고 회원과 시민들과 저 말을 나누었습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 전자팔찌 정책 시행 1년을 맞아 KBS 시사기획 쌈이 준비한 아동성폭력에 관한 보도. 2008년에 있었던 이 사건은 8세 여아를 화장실에 감금하고 강간, 폭행, 도구를 이용한 신체훼손 등을 수차례 가하여 복부, 하배부 및 골반부위의 외상성 절단 등 영구적 상해를 입힌 사건입니다. 1심 판결은 2009년 3월에 있었고 징역 12년을.. 더보기
'장자연 정사 무삭제 홍보', 부끄럽지 않나? 지난 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장자연 무삭제'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놀란 마음에 검색해 보았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증거자료나 문서가 등장했나 하는 기대감에 클릭해보고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내용인즉슨 고(故) 장자연의 유작 가 오는 11월 무삭제판으로 개봉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기사에서 고인의 정사장면과 자살장면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홍보하는 기사인지 혹은 이런 영화사의 행태를 문제 삼는 기사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여성단체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뜨거웠을 때는 개봉을 미루며 슬그머니 눈치를 보다가,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 끝나자마자 대대적으로 영화홍보에.. 더보기
성폭력이 발생했어요. 어떻게 해야하죠?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혹은 내가 경험한 것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성폭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성폭력이란 내가 원치 않았는데, 남성의 성기가 여성에게 삽입되는 강간피해와 신체적 접촉이 있는 성추행, 성적인 희롱 등이 모두 포함 됩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입은 피해라면 범인을 몰라서, 아빠와 오빠 혹은 동료와 같은 가까운 사람에게 입은 피해라면 너무 친밀해서, 술을 마신 상태이거나 잠에 취한 상태였다면 기억이 또렷하지 않아서 지구대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인지, 가까운 친구에게 먼저 알려야 하는 것인지, 정신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떠도는 기억에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원스탑지원센터라는 곳이 있다던데 거기를 먼저 가야 하는 것인지, 증거를 위해서 속옷도 보관하고 샤워도 .. 더보기
‘욕망찾기는 언제 시작하나?’ 눈치작전 by 욕망찾기 참여자 '가온' “이리오너라, 벗고 놀자”니...참가신청을 하기가 두려웠다. (나 벗는 거 부끄럽삼) 그래도! 내 욕망을 몰라서야 되겠냐는 한탄은 오래 한지라 은근슬쩍 ‘욕망초는 언제 시작하나?’ 기다리던 차였다. 9번의 프로그램이 끝나고, 어떤 날은 집에 가서 꺼이꺼이 울기도 했고, 어떤 날은 완전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오르락, 내리락 나의 마음과 몸의 상태가 프로그램 안에서 풀어졌다. 그리고 함께 해준 지현과 로리, 다른 참여자들이 그런 나를 정성껏 들어주고 아픔과 슬픔도, 기쁨도 나누어 준 것, 감사하다. 그래서, 그래서, 욕망은 찾았냐고? 일단은, 일단은. 후훗 나는 너무나 허그와 터치를 원하고, 필요로 한다는 것- 타인과 세상과의 접촉 말이다. 그래서 난 .. 더보기
웃음폭발 신규회원환영회 후기 9월 11일에 있었던 신규회원환영회, 역시나 소문만큼 재미있고 보람찼던 모임이었습니다! 무엇이던지 처음은 설렘과 떨림으로 가득하죠. 신규회원환영회 역시 모인 사람들의 설렘과 떨림, 어색함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몇 십분도 안되서 그런 분위기는 순식간에 변하게 되었답니다. 어색함과 떨림, 설렘이 화기애애하고 편한 분위기로 바뀐 이유, 궁금하시죠? 안 오셨던 분들, 궁금하지만 수줍어 오지 못했던 분들, 가고 싶지만 각자의 사정때문에 못 오셨던 분들을 위한 신규회원환영회 후기,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김밥과 치킨을 먹으며 빙 둘러 앉아 간단한 담소와 눈인사를 나눈 후 본 모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사무국장 오매님이 재치있는 입담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 소개를 하여 분위기를 띄운 후 ‘사귐의 장’ 을 시작.. 더보기
트랜스젠더에 대한 강간죄 유죄 대법원 확정을 환영하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강간죄' 유죄판결이 오늘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1996년 트랜스젠더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례를 극복한 판결로 매우 환영하는 바입니다. 강간죄는 여성의 정조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법으로 명실상부 변화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형법상 강간죄의 개념이 확장되어야 하며, 현재 법무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대적인 형법 개정 작업에서 반영되기를 촉구합니다. 아래는 지난 2월 18일 이 사건의 1심 유죄판결에 대한 본 상담소의 환영논평입니다. 많은 지지와 응원 보내주세요! 트랜스젠더 강간죄 유죄 판결을 환영하며 : ‘성적 존엄성’의 침해로 강간죄 재구성되길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강간죄를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