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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성폭력 가해자를 남편으로 둔 '아내'의 이야기 상담소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사람이 성폭력피해 당사자인 피해자이고 다음이 피해자의 가족 및 도움을 주고자 하는 주변인이다. 그리고 끝으로 가끔, 정말 가끔씩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손님이 있는데, 이들은 바로 ‘가해자의 아내’이다. 얼마 전 작은 목소리로 ‘이어진 선생님’을 찾는 한 여성이 상담소 문을 들어섰다. 면담 약속이 없던 날이었기에 조심스레 다가서니 상담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리고 천천히 본인을 소개했다. 본인은 내가 사건지원하고 있는 A사건 가해자의 아내로 상담자인 내가 자초지종을 잘 모르고 피해자를 지원 하는 것 같아 진실을 알려주고 싶어서 어렵게 상담소를 방문했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도 상담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으로, 상담자가 한 쪽의 말.. 더보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일이 자꾸 떠오른다- 성폭력과 기억 1 고통스러운 장면을 떠올리는 것은 고통스러운 감각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실수로 종이에 손을 베었던 순간을 떠올리는 순간, 그 기분 나쁜 통증이 다시 손 끝에서 느껴지는 것 처럼. 그러므로 누구나 힘들었던 기억은 깊이 묻어두려고 한다. 그. 러. 나. 덮어두려고 해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은 어찌할 수 없다. 그 기억들은 너무나 파편화되어있다. - 가해자의 손, 입 가해자가 한 말, 짤막하게 끊어지는 가해의 장면들. 종종 감각적인 부분만이 기억나기도 한다. -몸에서 느꼈던 끔찍했던 느낌, 경직, 땀 냄새, 뭔지 알 수 없는 장면. 때로는 가해장면이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었던 그 주변 환경만 기억날 수도 있다. - 째깍거리는 시계의 초침소리, 창 밖으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