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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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윤문 및 편집 외에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을 충실하게 실었습니다. 저마다의 관점과 논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인터뷰 취지에 맞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있을 경우 수정 또는 삭제 요청드리거나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 있게 경험을 나눠주신 인터뷰 참여자 분들께 비난과 질타보다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보통의연대] 034. 생존자이자 주변인, 보통의 연대에 응답하고 싶은 해달의 인터뷰
저는 해달이고, 성폭력 생존자입니다. 보통의 연대 인터뷰를 읽다 보니 참여자들의 목소리에 나도 응답하고 싶어서 인터뷰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성폭력과 관련된 기사를 공유하거나 댓글을 쓴 경험이 있나요?
안희정 성폭력 사건. 그때 공유를 많이 했다가 지우기도 한 것 같아요. 공유했던 이유는 생존자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공감이 형성되는 것들이 있어서. 위력이라든지, 지금 얼마나 혼자서 고통 속에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 그런 부조리한 것들 때문에 공유했어요.
그러다가 지우게 된 이유는 다시금 나의 사건에 빗대어서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는 상황 때문에요. 역시 좁은 사회다, 라는 느낌 때문에…….
Q. 미투운동에 관해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나요?
네. 안희정은 관계 형성에서 보면 쉽게 말해서 갑이고 피해자분은 을이잖아요. 갑과 을의 관계이고 수직 관계, 상하 관계였죠. 같이 일하는 동료들한테 이야기했던 것은 ‘와, 우린 저런 말 못 할 텐데, 우리는 정말 숨어서, 입 싹 닫고 가만히 있어야 할 텐데, 피해자가 정말 당당하다, 부럽다, 우리도 저러고 싶다’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어요.
Q. ‘우리는 말 못 할 텐데’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만지는 걸 추행이라고 하나요? 추행을 정말 많이 본 것 같아요. 저는 (관광업계에서) 특수적으로 업무를 하다 보니 비행기를 많이 타는데, 국제선에서 VIP들 모시고 가다 보면 VIP들은 당연하다시피 쓱쓱 만져요. 엉덩이를 터치한다든지, 머리를 만진다든지, 감싸 안는다든지. 그런데 그 VIP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은 고위 관료급, 회사 임원들이니까 당하면 그냥 가만히 있는 거예요. 아무 말도 못 하고. 상하 관계에서 저도 아래에 있는 사람이고, 가해자는 상위에 있으니까요.
대응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고는 들었는데요, 그게 미비하죠. 같이 움직이는 인원들이 대놓고 어디 고위급 이사들인데……. 만약에 사원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하면 회사 쪽에 압박을 넣는 거죠. ‘너네랑 연계 상품 우리 안 하면 돼’ 말 그대로 압력을 행사해요. 매뉴얼이 있고, 조치가 있고, 룰이 있고, 말은 엄청 열심히 하잖아요? 방송에서 ‘항공보안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고……’라고 하는데, 아, 제발 처벌 좀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웃긴 건 사무장님은 터치를 안 해요. 나이가 드신 분들은 터치 잘 안 하려 하고, 좀 어리거나 예쁘거나 그런 분들은 터치가 이루어지는 거예요. 호텔 내에서도, 서버들 쓱쓱 만지고, 막 터치하고요. 이건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우리가 가서 말려도 되려 ‘아니, 내가 뭘 했냐고!’, ‘CCTV 있어?’ 거의 이런 반응들이에요. 그러니까 서버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많이 해놔도, 반대로 날아오는 건 상급자들, 지배인들이 아이들한테 가서 하는 말 ‘저분 돈 많아. 너 돈 많아?’ 이런 뉘앙스? 그런 게 좀 심해요! 무기력해져요, 점점.
Q. 단톡방에 동의 없이 촬영물을 공유하거나 성적 대화를 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나요?
최근에 봤었어요. 친목 단톡방에 하나 들어가 있는 상황인데, 너무 적나라하게 (성희롱을) 해요. 성기라고 표현은 안 하되 고추라고 빗대어 말해서 ‘너 커?’, ‘작다’ 장난이라면서 말을 하고요. 성적인 농담을 한다기보다는 아무리 누가 읽어도 ‘이건 너무한 것 같다’ 저라는 사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주관적 입장보다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과연 타인한테 이 말을 대입해서 했을 때 저 사람 기분 안 나빠할까?’ 나한테 한 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이 들어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진을 올리는 것도 많아요. 음란한 사진 이런 게 아니라 불법 촬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들요. (다른 구성원의 사진을) 도촬했다면서 막 찍어 올려요. 나는 문득 드는 생각이 ‘상대방 입장은 하나도 생각 안 하고 저렇게 하는 건데 상대방은 어떨까?’ 그런데 상대방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고 ‘왜 찍었는데?’ 이런 반응도 없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냥 웃고 떠들어요.
Q. 공중화장실에 있는 구멍을 휴지, 스티커 등으로 막아놓은 것을 본 경험이 있나요?
해수욕장 화장실이 그렇게 송송송송 뚫려 있는지 몰랐어요. 여름에 물놀이 가면서 해수욕장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갔는데, 차단막을 형성해놓기는 했더라고요? 그런데 돌아봤었단 말이에요. 빨간 필름이 없으니까. 다 실리콘으로 막혀 있는 거예요. 뽕뽕뽕뽕 해서. 하트인가? 별자리인가? 했더니 거기 상주하고 있던 해경한테 물어보니까 저거 다 카메라 끄집어낸 걸 막은 자국이라고 하더라고요. ‘뭐야, 그러면 작년에 와서 나 벗고 있었으면 찍혔네?’ 그 위치들이요. 진짜 딱 앉으면 어떻게 보일 위치들이었거든요.
공항에서도 봤었어요. 이상한 게 있기에 경찰대로 전화를 했더니 여경이 없대요. 여경이 없으면 저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요? 너무 느낌이 싸한데. 그 카메라가 잊혀지지 않는다니까요. 빛이 반사돼버리니까. 그러면 저는 여기 있어야 해요? 저 비행기 타고 가야 하는데. 카메라 때문에 (신고)한 건데, 나는 피해자인데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지청에 전화한다니까 그건 또 안 된대요. 아니, 해결을 해주시든가. 다른 곳에 여경을 요청해서 빨리 보내주시든가. 나는 30분 뒤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니까.
그래서 여경은 안 왔고 남자 경찰이 왔는데, 언제 치워줄지 모르는 카메라를 체크만 하고 그냥 가버리는 거예요. 여자 화장실이어서 못 들어가니까. 너무 앞뒤가 꽉 막혔어요. 저건 어떻게 해주실 거냐고 했더니 너무 대충 ‘알았어요~ 저희가 처리하고 말해줄게요~’ 웅얼웅얼. 진짜 엄청 화가 났어요.
Q. 실제로 불법 촬영 카메라를 발견해서 신고한 경험이 있는 거네요?
솔직히 불법 촬영 사건 터지기 전부터 대중교통 안에 있는 화장실도 불안했거든요. 어디 있을지 모르니까. 사실은 이제 애인이랑 걱정을 많이 해요. 모텔 몰카를 이야기했더니 ‘서로 집에서 잘까?’ 이런 이야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하필 제가 사는 집 쪽 건물에서 도는 소문이, 집주인이 몰카를 설치해서 알음알음 세입자를 본다는 거예요. 신고할 수 있는 거 아니냐 하니까 (카메라를) 못 끄집어내고, 끄집어내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 대요.
나는 아직도 불안한 게, 가해자가 내 영상을 갖고 있고 이건 떨쳐버릴 수가 없을까 봐 정말 겁이 나요. ‘아니겠지’ 생각했는데, ‘해외 서버에서 한국인 성관계 동영상이 엄청나게 떠돌아다닌다, 불특정 다수다’ 이런 말이 들리니까. 실제로 영상을 본 건 아니고 누가 알려준 사이트로 로그인해서 서버로 가보니, 적나라한 이름을 덧대어서 막 뜨는 거예요. 몇 살, 누구……‘와, 씨, 나도 (피해 영상이) 터지면 어쩌지?’ 너무 무서운 거예요. 조사에서는 찍은 영상물이 없다고 했는데, 하드 털어본 것도 아니고. 그냥 나무아미타불 하면서 그러고 있죠.
Q. 피해에 대한 불안 때문에 생활에 제약이 생기기도 하나요?
있죠. 지금도 있죠. 말 그대로 밀폐된 공간에 못 가요. 방탈출 카페에 정말 가보고 싶은데, 숨이 막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아무것도 못 하고 정지가 돼버리니까.
공항을 가면 밀집이 있을 거 아니에요? 사람이 정말 빽빽하게 엄청나게 많아서 한 발자국도 못 디디는 상황 있잖아요. 타인들은 그냥 ‘어휴, 뭐야. 사람 많네. 답답해’ 이런 느낌이라면 저는 순간 싹 지나가는 사람도 저를 손가락질하는 것 같고, 누가 쳐다만 봐도 욕하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요. 혹시 나를 아나? 내 사건 알까? 이런 걸 되새김질하게 돼요.
또 한 가지가 대인관계에서 조금 문제가 됐어요. 성폭력 사건을 주제로 토론하거나 이야기하고 논쟁이 붙었을 때 누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동의했으니까 했겠지!’, ‘꽃뱀질하는 거지’ 그러면 제가 생또라이가 돼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그 사람들 성관계하는 걸 봤냐?’ 반론 제기를 엄청나게 하다가 내 사건 되짚어서 말하고, 나는 뭔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상대가 ‘너 그런 일 있었어? 왜 말 안 했어? 너도 그런 과냐? 꽃뱀이냐? 뭐 받아먹었니?’ 이런 말로 돌아오는 거예요. 그 사람이 내 상황 아는 거 아니잖아요. 그 사람이 뭘 아느냐고. 알면 그렇게 말하지 말아야죠. ‘반대로 네가 만약 피해자가 됐을 때를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너는 그런 열린 마음을 가진 친구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더니 하는 말이 ‘피해의식 개쩌네’ 그래서 같이 있던 공동체에서 그냥 피해의식 쩌는 애로 몰렸던 경험도 있어요.
Q. 다른 사람의 성폭력 피해를 목격한 경험도 있다고요?
술을 먹고 있다가 다 같이 바람 쐬고 올까? 해서 갑자기 나갔는데 두 명이 남아 있었거든요. 피해 여성도 제가 아는 사람이고 가해 남성도 제가 아는 선배였어요. 가해자가 취한 척하면서 삽입을 시도하려는 차, 문을 열어버린 나(헛웃음)
문을 닫지 않고 ‘지금 뭐 하는 거냐’ 피해자한테 옷 추스르고 일단 나가시라 하고, 일행 중에 누구누구만 들어오고 다 나가라고 한 다음에 가해자한테 ‘우리 지금 이거 신고할 거다, 피해자한테 동의받고 내가 신고할 거니까 그렇게 알자’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가해자가) 대놓고 하는 말이 ‘야, 저년 몸 파는 년이라 신고 안 돼’ 피해자가 유흥업소에서 일했거든요. 성매매는 안 하는 분인 것 같더라고요. ‘아니, 돼. 내가 그렇게 할 거야. 걱정하지 마.’
피해자한테도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있겠냐, 처벌받을 건 처벌 받아야 한다. 신고할 생각 있냐’ 물어봤어요. (사건이 발생한 곳의) 사장님은 저를 말리고 있었고요. 시끄럽게 뭐 하는 거냐고. ‘왜 신고하냐, 왜 우리 가게를 말아먹으려 하냐.’ 제가 누누이 말한 게, ‘사건 신고하는 게 사장님한테 무슨 피해가 가냐’ 일단 신고하겠다고 다 동의를 구했고, 신고했어요. 그런데 가해자랑 선배들이 피해자한테 합의를 강요한 거예요. 결론은 피해도 인정이 안 되고 그냥 경찰 내에서 끝나서 아무런 처벌도 없었어요.
피해자가 아무리 성판매 여성이라 표현되고 접대 여성이라 표현된다 한들 한 명의 여성인데 보호받지 못하고 물건 취급당하는 것이 놀라웠어요. 여성이라는 하나의 성을 계속 물건으로 취급하는 거예요. 사람이고 인격체인데.
Q. 성폭력 문제해결에 나설 때 힘들거나 무섭지는 않았나요?
에이, 무서울 게 뭐 있어요? 인생 노빠꾸인데.
Q. 그밖에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안희정 사건 공대위 분들, 그리고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피해자분도 엄청나게 큰 용기를 낸 거잖아요. 숨겨져 있던 문제를 끄집어냈고, 한목소리를 냈고, 작지만 강하게, 투쟁했고(웃음). 그런데 보통은 아무리 이겼다 해도 법원 벌금 나오고 피해자는 계속 피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잖아요. 사실은 걱정했었어요. 그런데 징역형이 나왔던 것. 그만큼 (여성운동의) 힘이 강했던 것. 안희정 사건이 정말 멋졌다. 당당했다.
장자연 사건도 생각났어요. 은폐하려고 하고, 무마하려고 하고, 정작 피해자는 없고, 가해자들이 있음에도 권력으로 더 죽이려고 하고, 어떻게 보면 그게 돈이고.
두 가지 사건을 보면서 ‘여성은 힘이 없다’라는 사회적 전제가 밝혀졌던 것 같아요. ‘피해자는 혼자서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 혼자서는 해낼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겪었지만, 피해자는 어쨌든 내가 피해를 당한 거잖아요. 그런데 누가 와서 치료를 해주고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내가 신고해야 하고, 증거 찾아야 하고, 변호사 선임해야 하고, 본인이 피해자라는 걸 밝혀야 하고……말로는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막상 보면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너무 미약해요. 생각이 좀 뒤섞였는데, 장자연 사건 터지고 안희정 사건도 터지면서 ‘그래도 여성 운동의 힘은 강했다’?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여성의 힘이 이만큼 강해졌는데 너흰 언제까지 그럴 거야?’ 인식 개선이 정말 필요한 사법부와 검•경에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안희정 사건 피해자분이 정말 멋있었던 건, 본인도 심리적인 압박이 있었을 것이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도 하고, 평생 이 나라를 떠나야 할 수도 있고, 어떻게든 본인 삶이 뒤바뀔 거잖아요? 그럼에도 당당히 미투, 나도 그러했다고 밝히셨죠. 사건이 터졌고 그래도 힘겨움 속에서 잘 버티셨고요. 다른 사람한테 귀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성폭력 문제해결 과정을 피해자가 혼자서 다 감당하지 않으려면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할까요?
끊임없는 지원. 나도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깨우쳐 주는 것? 깨우친다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여러 가지 방어기제가 나오면서 ‘난 그런 일 안 당했어!’, ‘난 나쁜 년이고 못된 년이야!’ 이런 자학을 하지 않게끔요. 나는 피해자고, 보호받을 수 있고, 내 상처는 이러이러한 것이고, 치료가 필요하다, 혹은 치료 중이다, 전진하고 있다. 이런 걸 깨우쳐 주는 것. 심리적인 지원이 정말 큰 것 같긴 해요.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해야 할 작업이기도 하죠.
중요한 건, 시스템도 변화를 줬으면 좋겠어요. 법이나 정책도 바뀌는 게 없고, 사법부도 계속 똑같은 것 같아요. 이렇게 잘못을 했으니 이만큼 형을 받아야 해. 그러면 제발 좀 그렇게 처벌하든가. 주문 들어보면 감형 사유가 몇 줄 또 몇 줄, 아니, 왜 감형을 해야 하지? 얼마 전에 또 십대 가해자가 성폭력을 한 사건이 터졌는데 뉴스에서 하는 말이 ‘처벌은 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 피해자는 어떻게 해요? 청소년 성범죄자들 소년원에 보내면 거기서 또다시 범죄를 배워요. 잘못은 본인이 깨우치기 전에는 모르는 거죠.
그리고 나는 제발 성폭력 합의해도 감형 못 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가해자 가족이 찾아와서 합의해달라 하고, 피해자 부모가 피해자 동의 없이 합의해주고. 아이고. 실제로 피해자는 치료 비용이 꽤 들어가요. 상담 한 번 하는데 십몇만 원씩 하는데 돈이 없으면 그 돈을 어떻게 내요. 그런데 합의금 이야기 나오면 ‘꽃뱀이다!’ 제가 누누이 말해요. ‘우리는 꽃뱀이 아닙니다. 우리는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죗값을 치루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나는 지금도 말하고 있고, 잘 생존하고 있다.
피해자분들이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으나,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내 신조 중 하나이긴 한데요. 숨지 않고 당당해지는 것은 어렵겠지만 한 걸음씩 조금씩 나아가기. 본인은 치유를 하면서 지냈으면 좋겠고, 조력자들은 많다.
(사진)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생존자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2019년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인터뷰 진행자로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이 인터뷰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진행하고 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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