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부터 7월 18일까지 상근활동가 워크숍에 다녀왔습니다. 연초부터 계획된 일정이었지만 며칠 전, 전 서울시장 사건이 크게 공론화되어서 워크숍을 취소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시기였기에 항의 전화가 밀려오는 사무실을 떠나 편히 쉴 수 있는 워크숍이 너무도 소중했고, 이후로도 좀 더 힘을 내서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6일은 소풍 가는 신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각자 개성이 넘치는 차들을 타고 도착한 곳은 원주 소롯길이었습니다. 산속 개울가에 고즈넉한 기와집에 산채비빕밥과 된장찌개, 누룽지탕 등 합정동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전통의 맛을 보았습니다.
상담소 워크숍 추천 1위로 정해진 제천의 수수헌!! 모두가 이런 별장이 있었으면 하는 이루지 못할 꿈을 꾸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워크숍의 하이라이트는 활동가 3분 스피치 시간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주제가 적힌 쪽지를 하나씩 뽑아서 자신의 얘기를 3분간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구는 하고 싶은 주제를 뽑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살아온 삶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추억을 쥐어짜기도 했습니다. 몇몇 '라떼'의 추억여행을 호기심으로 질문하기도 하고 멋진 타로카드를 모든 활동가들에게 선물을 주며 귀염을 받은 활동가도 있었습니다. 출발 전 워크숍에선 절대 일 얘기를 하지 말자고 약속을 하였고 이를 어길 경우 두 손을 귀 뒤에 붙이고 딸랑딸랑 흔들기로 했기에 모두 현재를 즐기며 맘껏 웃었습니다.
워크숍 첫날 저녁에 빠질 수 없는 바비큐시간이 되었습니다. 미리 준비한 새우와 조개, 각종 야채와 버섯, 곁들여진 가래떡까지 최근 비건이나 채식주의를 선언한 활동가들이 많아짐을 배려한 것이지요. 청풍호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왁자지껄 목소리가 높아졌고 흥의 표현이 다양한 방식으로 수수헌의 밤을 가득 채웠습니다. 한쪽에선 음주로, 그 옆에선 조용조용 수다로, 잔디마당에서는 모닥불을 지키며 불멍하는 사람들, 그 주위를 돌며 그동안 숨겨두었던 끼를 재미난 자신만의 형태로 나타내기도 하였습니다.
2일째 수수헌의 아침은 조용한 수다 소리로 잠을 깨웠습니다. 각자 알아서 아침을 챙겨 먹고 3개의 팀으로 나누어 원하는 각자의 행선지로 출발하였습니다. 수상레포츠, 청풍호 전망대 케이블카, 수수헌에서의 휴식 팀으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수상스포츠를 하러 간 팀들은 수상스키에 도전하였고 멋진 사진으로 운동능력을 과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전망대 케이블카를 이용한 팀은 예상외로 멋진 전망에 놀라고 고소공포증으로 얼음이 되기도 하였지만 찰칵하는 소리에는 경치를 즐기는 발랄함을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본부를 지키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은 잔디마당에 배를 깔고 누워서 호수의 시원함 바람을 맞으며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거나 밀린 독서로 에너지를 충전하였습니다.
하지만 워크숍 때 일을 하지 말자는 약속을 깨고 두 활동가는 새벽부터 서울로 상경하여 급한 회의를 진행하여 다른 활동가들의 비난과 걱정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돌아올 때 휴직하고 있는 활동가와 함께하여 집중포화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활동가들의 휴식에 초점을 맞추고 떠난 일정이라 만족도가 높았고 가장 힘든 시기에 떠난 워크숍이라 더 숨통을 트는 시간이었고 꼭 필요했던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새롭게 알게 된 웃지 못할 숨은 얘기는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음에도 근력을 자랑하는 활동가의 근력의 원천이 오래된 차량의 브레이크 밀림 현상 때문에 운전할 때마다 자동운동이 되었다는 뒷얘기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주변 선배들과 연대하고 있는 지인들의 격려선물로 마음의 당도 채우며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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