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에게 '정조'를 물었던 1991년부터
'적극적 합의'를 말하는 2021년까지.
성폭력없는 세상을 향한 여정, 그 이야기.
86,549번의 말하기 만든 '어떤 사회'
"상담소를 출범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말 전화가 올까?', '우리가 좋은 상담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기대로 밤잠 설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첫날부터 상담전화가 폭주했고, 피해자 지원활동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했다.(최영애, 초대 한국성폭력상담소장)"
과연 성폭력 피해를 말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정말 그 피해가 사회에 말해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전에는 없었던 한국 최초의 성폭력 피해자 전문지원기관이자 여성운동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가 1991년 4월 13일 문을 열었습니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전면적으로 등장하면서 과연 성폭력 피해를 겪은 분용기 있는 말하기가 이어질수 있을까 초기 상근자들은 맘을 졸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식 개소일인 4월 13일 이전, 신문기사를 통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개소소식이 알려지자 마자 전화는 울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어진 용기 있는 피해자들의 말하기는 지난 30년간 86,549회라는 숫자로 쌓였습니다. 이 말하기들이 모여 1994년 성폭력 특별법 제정부터 2018년 미투운동 그리고 지금도 일상의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7일, 한국성폭력상담소 개소 30주년 기념식이 진행되었습니다.
<균열을 일으키는 용기, 일상에 스며드는 변화> 슬로건으로 총 7분의 말하기와
지난 30년의 기록 그리고 비전선언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펜더믹으로 직접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30년의 발자취를 함께 기억하고 축하하는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기획부터 실제 기념식까지 꼬박 3개월여간을 활동가들을 30주년 기념식을 위해 준비해왔습니다.
기념식 슬로건인 <균열을 일으키는 용기, 일상에 스며드는 변화>를 30주년 전체 이미지로 시각화화는 작업은 김리원 디자이너(re01.kr@gmail.com, @riwonk)가 함께 했는데요. 변화가 스며드는 변화를 물의 이미지로 담아내고, 잔잔한 물결에서부터 넘실대는 파도까지 물이 가지고 있는 역동적인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10월 7일 진행될 30주년 기념식은 혹시라도 발생할 온라인 생중계의 사고를 염두하여 사전 녹화된 영상이 한국성폭력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송출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사전 촬영과 편집은 연분홍치마 (pinks.or.kr)에서 함께 작업해주셨어요. 연분홍치마의 노력으로!! 고퀄리티의 기념식 영상이 그 어떤 사고없이 송출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념식에서 지난 30년간의 반성폭력 이슈와 주제를 가지고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준 스피커는 총 7분 이었습니다.
친족성폭력 피해자이자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공폐단단 활동가 푸른나비가 <생존자인 나는 말할수 있다>라는 주제로 가족 내 학대 성폭력을 "광장에서 말하기를"를 바라는 생존자의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두번째 말하기는 싸울때마다 투명해진다, 다가오는 말들 등을 쓴 은유 작가님이 < 말의 정확한 사용은 고통의 치유제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십수년째 글쓰기를 해온 본인의 역사 속에서 반성폭력 운동이 준 전환점과 말할수 없는 상처는 없다는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세번째 말하기는 반성폭력 활동가 경력 30년,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님이 <법을 바꾸는 생존자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지난 30년간의 성폭력 관련 법정책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성폭력을 정조가 손상된 죄로 보았던 1990년대 초 그리고 이제는 동의라는 문제가 상식이 된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네번째 말하기는 변영주 영화감독님이 <낮은 목소리가 바꾼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전시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낮은목소리 1, 2, 3편을 제작하면서 변영주 감독님이 마주한 일상의 변화, 그것이 가능했던 구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다섯번째 말하기는 여성주의연구활동가 권김현영님의 <우리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의 이야기였습니다.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는 공론장의 형성, 피해자를 의심하는 사회에서 가해자의 인간성을 의심하는 사회로의 이동에 대한 이갸기였습니다.
여섯번째 말하기는 박정훈 기자님의 <가해자도, 유니콘도 아닌>의 주제로 동료 시민으로서 남성들에게 성폭력 문제의 자기문제화의 제안의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 일곱번째의 말하기는 여성주의상담팀의 유랑활동가 <지속가능한 운동, 함께 그리고 더 많이 말하기>라는 주제로 활동가로서의 소진방지와 자기돌봄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조직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나눠주었습니다.
30주년 기념식에는 특별한 게스트도 함께해주셨는데요. 바로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 이었습니다. 다시한번 30주년 기념식을 함께 빛내주신 슬릭님께 감사와 감사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30주년 기념식을 통해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비전선언도 있었는데요.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에 대한 FGI와 설문조사, 그리고 상근활동가들이 함께 한 줄 한 줄, 한 단어 한 단어 살을 보태며 만들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둘러싼 반성폭력 운동의 지형에 대한 평가와 과제, 앞으로의 방향을 담은 비전선언은 향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활동의 주요한 방향을 설정하는데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30주년 기념식에 함께 후원으로 동참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균열을 일으키는 용기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일상에 스며드는 변화가 풍요롭게 퍼지도록,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앞으로도 성폭력피해생존자들과 함께 힘차게 나아가겠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30주년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이 글은 사무국 란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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