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에는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 38회 한국여성대회가 있었습니다.
올해 여성대회의 슬로건은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 퇴행의 시대를 넘는 거센 연대의 파도" 였습니다.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그것도 탁트인 서울과장에 모이니 환대가 넘실넘실 대는 축제의 현장이었습니다!
상담소는 여성대회 기획단으로도 함께하며 참여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고민해보았습니다. 특히 젠더폭력 부분에 핵심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구조적 여성폭력 대응으로 존엄한 일상과 권리보장
존엄한 일상이라니, 뭔가 엄숙하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젠더 기반 폭력을 근절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곧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일과 다름 없기에 존엄과 일상이라는 키워드를 꼽아보았어요. 또 존엄한 삶에 대한 가치나 지향이 없고, 구조적 차별 자체를 부정하는 메시지가 연일 정치권에서 공표되는 시점에 더욱 강조하고 싶은 단어였습니다.
이밖에도 기획단으로서 여성대회에서 만날 시민들을 기대하며 온라인 챌린지 #다시만난빵미와 오마이뉴스 연속 기고글에도 참여했습니다.
#다시만난빵미🍞🌹 챌린지 보러가기
https://www.instagram.com/reel/CpCaj3fpkWj/?utm_source=ig_web_copy_link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8회 한국여성대회_릴레이 기고 "나의 3.8 여성대회" 기사 읽기
꼭 3년 만에 열리는 '페미 대명절, 드넓은 광장에서 만나자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홍보팀 닻별)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05698
올해 상담소의 부스제목은 <폭행 협박 박살내고, 가자 동의여부로!>였어요.
힘이 막 솟는 제목이지요? 무엇을 박살내면 좋을지 적절한 단어를 고심하며 (정조관념? 강간통념??) 상근자들의 전체 투표까지 진행하여 만들어진 제목입니다^^
사실 지난 1월에는 비동의 강간죄 검토 내용이 담긴 제3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을 여가부와 법무부가 9시간만에 철회하는 분노할 만한 사건이 있었지요. 이런 퇴행적 행보에 대응하여 '이럴 때일수록 투쟁이다!'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고 여성대회에 오는 시민들에게 강간죄 개정 의제를 잘 전달하겠다는 포부가 담긴 제목입니다!
부스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준비했습니다.
프로그램 1 '폭행 협박' 박살내고 가자, '동의'여부로!
"호외요! 호외!"
여성대회 특별판 강간죄 개정 이슈페이퍼 나눔과 강간죄 개정 서명을 진행했습니다.
현 강간죄의 문제를 드러내는 표지와 형법 제297조 강간죄를 둘러싼 왜곡과 오해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Q&A, 관련 사이트 안내 등이 담긴 홍보물을 나누어드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강간죄 개정 이대로 괜찮지 않다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입법자들에게 전달하는 강간죄 개정 서명이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2 <적극적 합의를 도와줘> 카드게임
직장에서 사귀는 관계에서 고민많은 친구가 "그건 동의 였을까" 물어올 때 우리는 어떤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부스 참여자들은 이 어려운 미션을 안고 적극적 합의인지 아닌지 적극적 합의를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어주었습니다.
동의가 단순히 상대에게 예스라는 말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간의 관계, 당시 상황, 말과 표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게임을 통해 드러내고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는데요. 부스 참여자들의 조언 속에는 이런 기획취지를 꿰뚫어 보는 촌철살인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다들 고민많은 친구에게 때로는 호된 말로 적극적 합의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알려주면서도, 성심성의껏 진심을 담아 조언하는 모습들이 저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적극적 합의가 없는, 그래서 폭력이거나, 폭력으로 발전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판관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주변인이자 조력자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때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풍부한 사례가 쌓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프로그램 3 회원배가 이벤트
3월 정기후원 신규가입자에 웰컴 선물로 도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정기후원 가입자들에게는 <소녀X몸 교과서>&<말해도 괜찮아> 혹은 <거짓말들> 중 선택하신 책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부스 프로그램과 상담소 활동에 공감하는 부스 참여자가 반성폭력운동에 함께 하는 동료가 되도록 독려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프로그램 4 SNS 인증 이벤트
여성대회만을 위해 특별 제작한 스티커! 알록달록 귀여운 이미지 속에는 적극적 합의가 전달하고 싶은 핵심이미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부스 프로그램을 참여한 내용을 개인 SNS에 해시태그 #내가_바꾸는_강간죄 #우리가_만드는_적극적합의 #이제는_바꿔라_동의여부로와 함께 업로드하신 분들에게 나누어드렸습니다. 스티커 속 '동이와 합이'가 고민하고 있는 질문과 단어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여성대회는 본 무대 시작 전 사전행사로 페미니스트들의 다양한 공연,춤,발언 등이 있었는데요. 친족성폭력생존자들의 자발적인 액션그룹 '공폐단단'도 당일 발언을 통해 친족성폭력 문제를 여성대회 참여자들과 나누어주셨습니다. 공폐단단의 발언문을 아래 공유합니다. (출처. 공폐단단 인스타그램)
[3.8여성대회 페미난장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희는 공폐단단의 민지, 지안입니다. 저희 둘은 합쳐서 민지안이에요!
2020년, 코로나가 발생한 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잠시 주춤했던 집회의 열기를 제38회 한국여성대회라는 이 현장에서 다시 느낄 수 있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희 공폐단단은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단체로, '공소시효폐지를 위한 단체'를 줄인 '공폐단'에 그 모습을 단단히 하자는 뜻에서 ‘단’을 하나 덧붙여 공폐단단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공소시효란 어떤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만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는 이 공소시효가 폐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만약 피해 당시의 나이가 그 이상이라면, 친족 성폭력의 경우 공소시효는 성인이 되고 10년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친족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건화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막상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보면 이 공소시효 때문에 무력해집니다. 그래서 저희 공폐단단은 전 연령에 공소시효 폐지 적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19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193화, ‘부성애의 두 얼굴‘에서 친족 성폭력을 충격 적인 소재로만 삼아 비일상적인 범죄인 것처럼 묘사하고, 가해자는 악마화하고,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어 회복할 수 없는 이로만 타자화하여 소비했습니다. 공폐단단은 이러한 시선에 분노하며 2019년 12월 21일, 피켓을 들고 SBS 사옥과 국회 앞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규탄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하는 지하철과 가족 단위로 즐겨 찾는 쇼핑몰 등지에서 침묵시위, 플래시 몹 등의 액션을 취하며 결성되었습니다.
그 후 재작년 2021년 2월에 한 생존자 분께서 국회 앞에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를 위한 1인 시위를 1주일 정도 진행하신 것을 시초로, 장소를 옮겨 광장이 있는 광화문 에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시위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 시위를 매.마.토라 부르곤 합니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을 줄여서 매마토, 기억하기 쉬우시죠? (여러분, 함께 해요!) 또 해마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생존을 기념하는 '생존 기념 축제'를 열기도 합니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 여러분.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이 겪은 일이 무엇인지, 당신이 누구인지 정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당신이 겪은 일은 범죄이고 그들은 가해자입니다. 마음껏 비난하고 마음껏 힘들어해도 됩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아도 됩니다.
죽지 마세요.
우리와 연결돼 주십시오.
당신 모습 그대로 옳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 모습 그대로 옳습니다.
그동안 정말 애쓰셨습니다.
이제 나와 이야기합시다. 목소리를 찾읍시다.
우리는 손상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존엄은 영원합니다!
그리고 생존자 주변에서 가족이나 친구라는 이름으로 있는 당신!
지금 당장 2차 가해를 멈추십시오. 생존자는 당신의 통제를 원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가스라이팅을 멈추십시오. 생존자는 생존 자체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 여러분.
우리는 공폐단단입니다. 함께 행동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우리와 연결되어 주세요.
모든 SNS에 공폐단단을 검색해 주십시오.
우리는 공폐단단이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 #2차가해멈추라 #가스라이팅멈추라 #공폐단단 #antiincest #metoo #withyou #생존을자랑합시다 #당신은최선을다하고있어요 #공폐단단은당신을기다립니다
2시부터는 여성대회 본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여성대회의 중요한 순서인 성평등 디딤돌, 걸림돌, 올해의 여성운동상 시상식 진행되었습니다. 상담소가 연대체로 함께하고 있고, 해군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 파기 환송심을 이끌어낸 공대위 변호인단이 성평등 디딤돌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122인 원고와 대인인단, 당당한 연대로 캐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확장한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록 cc분회, 지역 여성 청년 페미니스트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낸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계네 등 여성운동의 의미있는 시도와 성취를 함께 축하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밖에도 올해의 여성운동상 특별상, 성평등 걸림돌 시상이 이어졌습니다. 고 임보라 목사님을 추모하고, 싸움을 이어온 파리바게트지회의 승리를 함께 축하하고, 성평등 걸림돌에는 함께 분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 협의회, 기후위기대응 운동단위, 평화운동 등 여러 영역의 사회운동 단위가 연대발언으로 함께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연대의 장이되었습니다
본행사 이후에는 여성대회의 하이라이트! 거리행진이 이어졌습니다. 행진하기 딱좋은 맑은 날씨 속에서 맘껏 구호를 외치고, 노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거리행진 사회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와 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들의 속 시원한 발언과 선곡 센스로 흥겨움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구호를 통해 다양한 여성의제들의 현안들을 확인할 수 있기도 했습니다.
<'강간죄' 개정 구호>
70년간 / 유지해온 / 폭행협박 / 폐기하라
동의없는 / 성폭력을 / 강간으로 / 처벌하라
저항유무 / 묻지말고 / 동의여부 / 질문하라
정조관념 / 폐기하고 / 가자 / 성평등으로
특히 모든 노동자가 자신의 삶의 시간을 스스로 조직할 수 있는 권리로서 ‘시간주권;과 이주여성의 완전한 시민권 보장을 요구하는 ‘존재주권’구호는 새로우면서도 직관적이고, 시의적절한 의미를 담고 있어 인상깊은 문구였습니다.
저는 여성의날에는 서로 꽃을 나누고 서로의 존재를 지지하는 날이라 언제나 기쁜 마음이 드는 날이었어요.
올해는 슬로건처럼 '퇴행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여성대회는 맘껏 분노하고, 축하하고, 다짐하는 든든한 공간이 되어준것 같습니다. 이글을 보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한번 해삐 우먼스데이~!!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동은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