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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감수성과 성교육/다시 하는 성교육

[다시 하는 성교육 ②] 자위하는 아이에게 이런 말 해주세요: 아이들도 성적 존재, 대화기법 익혀야

 

 

 

[다시 하는 성교육 ②] 자위하는 아이에게 이런 말 해주세요

                           : 아이들도 성적 존재, 대화기법 익혀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性)에 대한 나와 우리사회의 인식과 행동을 점검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기 위해 총 5회에 걸쳐 '다시 하는 성교육' 을 연재합니다. '생물학적 성'에 대한 정보 제공 중심의 성교육을 넘어, '삶으로서의 성'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나누고 싶습니다.  본 기사는 '5살 딸이 자위행위를? 이런 말 해주세요: 아이들도 성적 존재, 대화기법 익혀야' 라는 제목으로  2013년 4월 16일자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할 때였다. 교육에 참가하던 한 여성이 걱정 어린 얼굴로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이제 막 다섯 살 된 딸이 자신의 성기를 만지며 자위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는 것이다. 그 여성은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기 때문에 아이가 이상 행동(?)을 한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이의 자위를 중단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아이들의 자위, 정말 괜찮을까?

이런 우려와 걱정은 아이들의 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 어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어른들은 어린 아이가 너무 일찍 성을 접하면 위험하고 성장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적 행동을 하는 아이를 비정상이라고 여기며 악화되기 전에 교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위의 사례처럼 성적 행동을 하는 아이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면 부모의 충격과 혼란은 더 커진다. 우리 사회는 남자 아이의 자위에 대해서는 지나치지만 않다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여자 아이가 성적인 즐거움을 알고 즐기는 걸 불편하게 생각한다.  

 아이의 성적행동 때문에 심란하고 불안하다면 아이의 성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부터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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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걱정과 불안은 아이의 행동을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한다.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아이들의 성적인 행동은 발달과정상 자연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위가 아이의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자위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이들은 기분이 좋아지려고 자위를 하기도 하고, 심심할 때 재미로 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자위를 한다. 자위뿐 아니라 친구나 가족에게 스킨십으로 애정표현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서로의 몸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몸을 호기심으로 만지거나 타인의 몸에 관심을 갖는 행동은 발달과정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위하는 아이와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나눠야 할까. 우선 심란한 마음과 불안을 접어두고 아이와 무엇이든 대화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 나누기 전에 아이도 성적인 행동을 하는 '성적 존재'라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준비가 되었다면 아이 입장에서 자위를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성기나 몸을 만져 기분이 좋아지면 자꾸 만지고 싶어 한다.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은 그게 무엇이든 더 많이 하고 싶기 마련이다. 어쩌다 자신의 성기를 자극해 즐거운 기분을 느껴본 아이들이 자꾸 자위를 하려는 건 당연하다. 주위 어른들이 혼내고 못하게 하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느낀다. 

따라서 아이가 자위를 한다면 야단치거나 억지로 못하게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는 것이 좋다. 성기를 만지면 기분이 어떤지 묻고, 아이가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공감해 주는 게 중요하다. 또 자위를 할 때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게 좋다거나, 다른 사람이 있을 때 하면 그가 불편해할 수 있기 때문에 혼자 있을 때 방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주면 좋다. 

아이는 성적존재,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야

이때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에 따라 대화 내용이 다르면 안 된다. 주위 어른들이 성적 행동에 대해 유독 남자 아이에게만 관대한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은 '여성은 남성보다 성욕이 없다'거나 '여성이 성에 관심을 갖는 건 적절하지 않다' 등의 왜곡된 성의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위하는 아이를 혼내거나 억지로 못하게 하면, 아이는 감정을 과도하게 억제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억지로 막는다고 아이들이 자위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수치심과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자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험을 하며 성장한 아이들 중에는 자위를 할 때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괴감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아이들이 성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주위 어른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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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어른들은 자위하는 아이를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위는 성장하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특별히 문제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아이가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 자위에만 몰두 한다면, 자위를 문제 삼기보다는 아이의 일상을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아이에게 친구관계나 심리상태 등 다른 상황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과 관심에 심란하고 불안하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아이와 대화를 시작하자. 아이들이 자신의 성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성에 대한 관심이나 이야기를 주위 어른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성에 대해 어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면, 그 아이는 성장하면서 겪을 여러 성적인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할 힘을 얻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김두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입니다.

 

출처: 5살 딸이 자위행위를? 이런 말 해주세요 : 아이들도 성적 존재, 대화기법 익혀야 (오마이뉴스 201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