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는 향후 반성폭력 운동의 전망을 제시하고, 성폭력피해생존자들과 함께 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재도약을 준비합니다.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이 성장하는 쾌적하고 안전한 쉼터,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치유와 회복의 터전,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소통과 대안의 공간.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한 새롭고 희망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 여러분의 벽돌을 기다립니다. 먼저 벽돌쌓기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분들의 울림있는 메세지를 이 공간을 통해 나눕니다 :) 지금, 벽돌기금 후원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도전에 함께 해주세요. |
돌고래
(다큐멘터리 「잔인한 나의 홈」 주인공)
‘본인의 삶은 다른 사람에게 기대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라’는 나의 생물학적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그리고 ‘내 집 세우는 데 누구한테 벽돌기금을 요청해.’하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새집 마련 기금 후원을 요청하는 종이를 누군가에게 내밀기가 참.. 민망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에, 어머니의 착한 딸이 되고 싶은 마음을 힘겹지만 이겨내고, 글을 써봅니다.
지금은 집을 나온지 다섯번째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집을 나온 제가 22살이 되던 해, 2010년 10월에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쉼터 열림터에 입소했습니다. 2년 동안 저는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여전히 꿈에서는 강간을 당하는 꿈을 꾸고, 선 잠결에 눈을 뜨면 집(열림터) 안으로 들어오는 아빠가 보이는 듯하고, 하루 종일 잠이 쏟아지고, 온몸엔 항상 피로가 가득하고, 정서적으로도 두려움과 불안함과 긴장감에 파묻혀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작은 말하기에서 어머니와 관련된 참가자의 이야기를 듣고는 열림터로 돌아와 숙직 선생님의 품에 안겨 정신을 놓을 정도로 울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제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나이가 어떻든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들과 함께 지내는 소중한 경험, 나보다 어린데도 나에게 요리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솜씨 있는 동생들과 피아노, 우리와 함께 하며 힘드셨겠지만 생활인들의 먹을 것, 누울 자리, 일자리, 몸 돌봄, 자아실현을 위해 고민하고 지원해주신 활동가 선생님들,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들 덕분이었습니다. 일 년에 한 두 번 가는 단체 여행도 즐거웠고, 뮤지컬을 보는 호사를 누려보기도 했습니다.
열림터를 나와서 저는 힘들 때 나를 달래며 칠 수 있었던 열림터의 피아노를 그리워하고, 미술치료에서 재미를 붙이게 된 그림을 그리며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고, 열림터에서 만난 비폭력대화를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4년째 연습을 하고 있고, 이제는 연습모임을 진행하거나 인증지도자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전화 선생님이 선물해준 티켓으로 인권영화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아트선재에서 아오리(최미경 감독)를 만나 찍은 다큐멘터리「잔인한 나의, 홈」이 상영 되어서, 여배우라는 호칭을 들으며,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사람들의 사랑의 눈빛을 받는 스크린 앞에 서는 경험도 해봤습니다.
집(원가족과 함께 지내는 집)에 있을 때는, 아빠가 하는 ‘이상한 짓‘을 겪는 사람이 이 세상에 나 한 사람인 것 같아 외로워서 슬펐고, 집을 나와서 열림터에서 지낼 때나, 세상의 소식을 더 많이 알게 된 지금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치 않는 성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슬픕니다.
스스로를 돌보고, 스스로의 의식을 깨우고,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한 사람의 책임을 인식하는 한 인간으로써 저는 어느 한 사람도 성폭력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이것은 이 글을 열림터를 위해서 쓰기 때문에 보태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저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기에 나누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현실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아직 돌봄과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야할 또래의 소녀들에게 그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래서 소녀들의 물리적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쉼터는 꼭 필요한 곳입니다.
가족은 가장 안전한 울타리라는 것은 몇몇의 가족에게 해당하는 것이고, 우리 사회가 믿고 싶은 명제이지, 현실에서의 진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안전한 울타리에 해당하지 않는 ‘가족’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더 이상 고개를 돌리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랍니다. 현실을 직시했을 때 고통스럽더라도 진정한 지원이나 돌봄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여러분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새로운 건물짓기에 저와 함께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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