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의 밤 후기



<애주가의 밤>은 #그건_강간입니다 기획단이 캠페인 활동을 하며 생긴 고민을 더욱 풀어내고 나누기 위해 난 1월 22일에 진행됐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에 대한 성폭력이 만연해있는 현실, 실상을 알려내고자 하는 우리의 활동이 여성 애주가에 대한 질타나 비난으로 엉뚱하게 번져가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의식 (‘술 좀 작작 먹어’, ‘위험하게 마시지 말아야지’ 라고 오히려 꾸지람을 하거나 막연히 두려움을 심어주는 이야기는 더 늘어날 필요도 없고, 더 늘어난다고 해서 성폭력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지요.), 또한, ‘동의’가 ‘매번 말로써’ 확인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마치 성폭력이 개개인들이 자기의 의사표현을 분명히 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로 전달되지 않아야 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와주셨죠? ▼

 


비싼 술을 좋아하는 맥주파 라라, 내 몸에 맥주가 흐르는 백목련, 천천히 마시기를 즐기는 양주파 이조 님의 각기 다른 발표를 듣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라라 님은 여성 애주가가 겪는 부당한 경험들을, 백목련 님은 본격 ‘술은 거들 뿐!’ 섹스토크를 들려주었고, 이조 님은 ‘애주가의 책임’과 더불어 애주가로써 술과 관련한 정보도 주었어요.




▲ 기획단이 만든 안주~



겉으로만 자유로워 보일뿐 실제로는 여성이 술을 마시면 남성과는 다른 잣대를 들이밀고 차별하고 억압하고 범죄에 놓이게 하고 그 책임까지도 여성에게 묻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아직도 여성이 술 마시는 것은 부적절한 행실로 여겨지며 남동생은 외박이 가능해도 누나는 오후 10시 까지는 집에 들어와야 하는 불합리한 통금들이 존재합니다. 

... 집, 혹은 학교를 떠나 술집으로 이동해도 술집이라는 공간도 딱히 여성에게 우호적이지는 않습니다. ... 물론 술집 앞에 여성 출입금지라고 쓰여 있거나 물리적으로 여성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혹시 구글에 여성취향저격 술집, 여심저격술집 이라 검색해보신 분 있으신가요? 그리고 남성취향저격술집? 네 구글에 검색해 보시면 여성취향저격 술집은 있어도 남성취향저격 술집은 나오지 않습니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판매 전략을 짜서 구매층을 확보할 필요 없이 이미 술집이라는 공간 남성에게 우호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거죠. 술집의 기본 손님은 남성이라는 인식을 디폴트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라라 (비싼 술을 좋아하는 맥주파) <술 마시는 여자가 만만해?>에서





계속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상황. 혹은 실험을 위해서는 내가 내 욕구를 좀 알아야 하잖아요. 이때 내가 어떤 느낌일까? 그렇게 하면 좋았나, 싫었나? 이런 것들을 솔직하게 자기 자신한테 이야기해보고. 그리고 이런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나 파트너가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그 대신에 ‘내가 어제 걔랑 어디까지 갔는데’ 이런 것 말고. ‘나는 이런 자세를 했을 때 되게 좋았어’. ‘어 그래? 나는 이런 자세가 있었어’, 이런 류의 생산적인. 섹스도 좀 생산적으로 해야 하잖아요. 재생산 말고 우리의 생산!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친구라든지 파트너라든지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의 소원은 술이든 섹스든 좀 하면 좋겠다. 여러분들 2016년에는 술과 섹스가 충만한 시기가 되길 바랍니다.

백목련 (내 몸에 맥주가 흐른다! 맥주파) <술 X 섹스? 괜찮은 조합이 되려면 연구가 필요하거든요.>에서





저는 애주가란 위치는 어떠한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술 문화 내부 지형에서는 애주가들이 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거나 허물거나 술 문화의 지형을 아예 바꿀 수 있는 위치를 점하기에 위치에 따른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술을 사랑하고 술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임감을 받아들여야 하고, 술 문화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애주가라는 타이틀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요.

... 저는 술의 언어, 그리고 그 술 문화 내부적으로 볼 수 있는 언어들과 성폭력의 언어들의 닮은 점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예를 들면 최근에 박기량이라는 치어리더가 한 이야기 중에서 남성 팬이 ‘여자니까 술 따라라,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다’, 라고 했다는 이런 이야기를 보면 사실상 굉장히 섹슈얼리티와 폭력의 접점이 있죠.

- 이조 (천천히 마시는 것을 즐기는 양주파 (꼬냑, 비피터24)) <섹스 왜 하나요? 술 마시기도 바쁜데>



이날은 따끈한 바닥에 은박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앉았습니다. 신문지로 감싼 종이박스가 그날의 안주상이 되어주었죠. 각자 가져온 술과 함께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도 즐거웠어요! 

이날 발표내용 전체와 자유토론은 자료집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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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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