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92조의6 합헌 결정 규탄 기자회견
합의된 동성군인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악법, 군형법 제92조의5(군형법 제92조의6 개정 전) 위헌소원 결과 규탄 기자회견이 7월 28일 2시부터 진행되었습니다.
군은 "(군인이나 군인에 준하는 자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이 조항으로 강제성이 없고(성폭력이 아니고) 공연성이 없는 동성군인 간 성관계를 처벌해왔습니다. 군과 대법원은 이 법 조항이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 (대법원 2008도2222)”를 처벌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합의된 동성 간 성관계를 범죄화하고 있습니다.
이 법 조항은 합의된 동성애를 범죄화하며, 장소와 상황을 따지지 않고 무차별로 쌍방에 적용되기에 인권침해의 소지가 매우 큽니다. 한 중대장이 소속 중대원을 대상으로 공개된 장소, 다수인이 왕래하는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한 성추행이 군형법 제92조의6으로 기소되어 무죄가 되고, 비슷한 시기 외박, 휴가 중 여관, 집 등에서 동성군인들이 합의 하에 한 성관계는 유죄가 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요? 합의된 동성군인 간의 성관계는 범죄가 아닙니다. 문제삼아야 하는 것은 합의된 성관계가 아니라 상대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는 성폭력이고, 합의된 성관계를 범죄화하고자 하는 성소수자혐오일 것입니다.
결과는 5:4 합헌. 반대의견을 낸 김이수, 이진성, 강일원, 조용호 재판관의 의견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헌법 제12조 및 제13조에서 보장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될 것을 요구한다. 형벌조항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더러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 형법과 성폭력처벌법은 강제력에 의하여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과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선량한 풍속을 침해하는 ‘음란한 행위’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범죄구성요건을 ‘그 밖의 추행’이라고 규정하면서 강제성 수반 여부에 대해서는 불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강제성 없는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와 강제성이 가장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을 동일한 형벌조항에서 동등하게 처벌하도록 하여 형벌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 [강제성의 불명확성]
○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예시적 입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예시적 입법의 경우 예시조항은 그 자체로 일반조항의 해석을 위한 판단지침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므로, 심판대상조항에서의 일반조항인 ‘그 밖의 추행’은 적어도 그 예시조항인 ‘계간’에 준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2008도2222)은 구 군형법 제92조의 ‘기타 추행’을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로 보아 음란의 정도가 계간보다 약하여도 무방하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이는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계간’이 그 기준이 될 수 없을뿐 아니라, 음란정도가 어느 정도에 이를 때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정도에 관하여 모호하게 규정함으로써 행위자로 하여금 법률에 의해 처벌받을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게 하고,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을 초래하게 되었다. [행위 정도의 불명확성]
○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객체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그 밖의 추행’이 남성간의 추행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간의 추행도 그 대상으로 하는지 모호하다. 군형법에 추행죄가 처음 규정된 1962년 당시에는 군대가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므로 ‘남성간의 추행’만을 규제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여지나, 심판대상조항이 시행될 당시인 2010년에는 여군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는 현실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간의 추행’도 금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군인간의 추행만 처벌하는 것인지, 아니면 군인과 일반국민의 추행까지 처벌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행위 객체의 불명확성]
○ 한편 군형법 제정 당시부터 군대에서의 추행을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규정하게 된 이유를 ‘군의 특성상 특히 병(兵)의 경우에는, 군영 내에서 동성간 집단숙박을 하고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어 상관의 지시를 사실상 거역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면,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은 ‘동성 군인의 군영 내에서 이루어진 음란행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시간‧장소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설시된 보호법익마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영 외에서 이루어진 음란행위’ 등도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게 되었다. [행위 시간·장소의 불명확성]
○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강제성 필요 여부, 행위의 정도·객체‧시간‧장소 등에 관하여 구체적 기준을 정하지 아니한 채, 범죄구성요건을 단순히 ‘계간이나 그 밖의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만을 사용함으로써,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박탈하고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을 초래하였으므로, 결국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5:4 합헌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 직후 헌법재판소 앞 규탄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강제성과 공연성이 있는 성관계나 성적 행동은 관련법(군형법 제15장, 형법 제32장,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군대의 위계적 권위적 수직관계,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간적으로 분리되지 못하고 생활을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 있다. 따라서 성폭력 관련법규를 잘 적용해야 하고, 상관이나 지휘관에 의한 성폭력은 법적처벌 외에 내부적으로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 근거가 군형법 92조의6도 아니다.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이 법 조항을 적용하면 당사자들을 모두 처벌할 수 있고 성폭력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맞는 법을 적용해야 하지 않는가?
이 법 조항이 성폭력을 처벌하는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헌법재판소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법 조항이 폐지되면 군대내 성폭력이 늘어난다는 거짓 선동이 조장되고 있고, 군대는 성폭력범죄는 은폐하면서 동성간 성관계는 찾아내어 처벌해왔다. 성관계에서 강제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위법할 때만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 라는 이 당연한 주장을 아직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부르짖어야 하는가?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인가? 군형법 92조의6은 비-이성애적 성관계를 성폭력만큼 또는 심지어 성폭력보다 더 나쁜 행위, 범죄로 만드는 법 조항이며 헌법재판소는 그 법에 또다시 손을 들어줬다.
군대내 성폭력 근절은 ‘강제성’이 있는 성적 언동을 제대로 처벌하고 규율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지 합의된 개인들 간의 성관계를 밝혀내서 처벌하는 것과 무관하다. 군대 내 성폭력피해자가 자신의 성폭력피해를 호소하고 신고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변화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그것을 위해서 국방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성폭력피해자가 구제되지 못하는 것은 성폭력관련법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법이 있음에도 군대의 위계적 권위적 수직관계와 폐쇄적 조직문화가 사건을 은폐하고 해결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성폭력과 동성간 성관계를 조금도 구별하지 못하고 통틀어서 ‘군기문란’으로 보고 있는 그 문제적 성 인식부터 깨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으로 2004년 본 상담소가 수행한 연구조사 <군대내 성폭력 실태조사>에서도 ‘동의에 의한 성행위와 강제적인 추행 혹은 강간을 같은 맥락에서 추행으로 규정짓는 것은 군기문란 사고라는 관점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서 성폭력의 범죄구성요건의 핵심인 ’강제성‘을 기본 기준으로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동의에 전제된 성행위에 대한 규정이 동성애에 한정되어 있어 동성애 폄하와 차별을 드러낸다.’라고 문제점을 분명히 짚은 바 있다.
그리고 성관계가 군기강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나에게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고 싶지 않은데 내 앞에서 다른 성관계를 하거나 그 모습을 촬영물 등으로 보게끔 하는 것도 아니라면. 동성애는 혐오감을 일으키고, 동성애자가 내 옆에 존재한다는 걸 안다는 그 이유만으로 군 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라고 국방부와 헌법재판소가 인식하고 있는 거라면 그 동성애혐오를 바꿔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군기강을 말하기 이전에 그 안에는 군인들의 인권이 있고 행복권이 있다. 내 존재만으로 범죄자가 될 수 있는 곳에서 어떤 인권을 찾을 수 있는가?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을 규탄하고, 이 법 조항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한국 유일 동성애처벌법, 군형법상 ‘추행’죄 위헌소원 결정에 대한 인권단체 기자회견
일 시 : 2016년 7월 28일(목) 오후 2시
장 소 : 헌법재판소 앞
주 최 :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사 회: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
발 언:
한가람 변호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
명숙 활동가 (인권운동사랑방)
나영 활동가 (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페미니즘학교(NGA/SF)
이용석 활동가 ( 전쟁없는세상 World Without War)
잇을 활동 (한국성폭력상담소)
자캐오 신부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성평등과 정의분과)
권순부 의장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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