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관행”이 아니다. 성폭력이다.
4월9일 중앙지법 404호에서 이윤택은 1심보다 1년 높은 7년형을 선고받았다. 자신의 저열한 성폭력을 모두 연기지도이며 관행으로 내려온 지도방식이며 암묵적 합의라고 끝까지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일부 유사강간과 상해,, 강제추행도 새로이 인정하었고, 2심에서 병합된 피해자에 대해서도 원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보호감독관계가 인정되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성적자기결정권 뿐만 아니라 꿈과 희망을 잃게 하였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윤택이 노령이며 한국문화예술계에 기여한 바를 참작하여 7년형을 선고하였다.
당연한 결과이고 여전히 부족한 형량이지만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형량을 줄여보려는 이윤택의 뻔뻔함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이제는 그만하고 자숙하길 바랐으나 이윤택은 바로 상고하였다. 대법원에서도 반성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상고하는 이윤택을 강력하게 처벌을 바란다.
판결 후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국 141개 단체, 104명의 공동변호인단이 함께한 공동대책위 기자회견을 하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 란 활동가의 사회로 4인의 발언과 공동변호인단의 서혜진 변호사의 판결요약과 비평을 듣고 끝으로 기자회견문 낭독 순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언은 극단 미인대표 김수희님의 발언이었다.
오늘의 결과는 마땅한 결과다 환영한다. 항소했다는 자체, 공탁을 제시했다는 자체가 반성은 없으며 상황을 모면하여 형을 줄이려는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피해 생존자에게 집중되었던 미투의 흐름을 바꾸어 보고자 정의로운 미투 생존자들의 익명모임 ‘정미모’를 시작하였고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되어줄 여성 성직자들, 수도자들이 피해 사실을 대독해 주는 ‘미투스피커스’를 조직하였고 이를 페이스북과 유투브로 볼 수 있음을 알렸다.
두 번째 발언은 음악극단 콩나물의 대표 이백재령님이었다.
‘어떠한 판결이던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로 시작하였다. 피해자가 자신도 모르게 선량하고 나약한 피해자로서의 태도를 취했었고 그것이 3차 피해라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하지만 더 이상 그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지만, 아름다워질 우리의 일상을 하나씩 소중히 가꿔나갈 것이고, 새로워진 일상을 받아들이고 강인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하였다. 더불어 이윤택과 함께 고발되어 기소된 하용부의 인간문화재 박탈을 주장하였다.
세 번째 발언자는 문화민주주의 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 정윤희님이었다.
피해자들이 고통의 늪에서 침묵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두려움을 똑바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면서 같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윤택은 지금까지 피해자들에게 한차례도 사과하지 않았고 재판과정에서도 무죄를 주장하는 추태를 보였다. 그의 가해는 현재진행형이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뉘우칠 때까지 8년이고 10년이고 형량은 늘어나야 한다. 피해자들이 가해를 증언하고 고발하고 미투 생존자로 서는 순간 국가와 사회는 국민의 안전할 권리를 위하여 힘써야 한다.
네 번째 발언은 탁틴내일 성폭력상담소 이현숙 대표가 발언하였다.
미투운동으로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성폭력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피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피해자에게 질문을 한다. 이제는 질문을 바꾸어 가해자에게 동의를 구했는지? 어떤 식으로 동의를 구했는지를 묻고 상대방이 대등한 관계인지, 상대가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렇게 질문을 바꾸려면 성폭력 범죄의 구성 요건부터 폭행이나 협박, 저항의 유무가 아니라 동의의 유무, 관계의 대등성, 강요성 등을 기준으로 성폭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형법개정을 주장하였다.
다섯 번째 서혜진 변호사의 재판부의 판결요약과 비평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 한선희 활동가와 본인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였다.
[ 기자회견문 ] 이윤택 성폭력사건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문
‘오랜 관행’이 아니다. 성폭력이다.
2018년 2월 한국사회를 뒤흔든 #미투운동의 시작점에서 연극연출가 이윤택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피해생존자들의 용기있는 고발로 2018년 9월 19일, 연극 연출가 이윤택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오늘, 1심 선고 결과에 뒤이은 2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1심 재판 당시 피고인 이윤택은 증인으로 진술하는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가림막 뒷에서 피해자들이 진술할 때마다 헛기침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고, 본인이 한 행동은 ‘오랜 관행’으로, 결코 성폭력이 아니라며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는 듯 당당하고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에서마저 ‘오랜 관행’이었던 연기지도가 새로운 시기에 와서 ‘젊은’ 친구들에 의해 성폭력으로 명명되고 자신의 책임이 되었다며, 오히려 성폭력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되돌리고 위력 성폭력은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우리는 피고인 이윤택의 법정 진술을 통해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성폭력 피해가 ‘관행’으로 묵과되었던 현실과 그것이 가능하게 했던 피고인 이윤택이 가진 ‘위력’을 다시금 직시하게 되었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고 이를 수사재판과정에서 다투기 위해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는 총 23명이다.
이렇게 많은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성폭력 피해 고발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동안 연극계에서 관행으로 묵과되었던 성폭력 피해가 실제 존재하는 피해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피해자들이 다수임에도 그동안 누가 어떤 피해를 경험했는지조차 피해자들 내에서도 공유하지 못할 정도로 피고인 이윤택이 가진 위력이 강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력은 피고인 이윤택을 지지하고 보호하려는 그래서 성폭력 피해를 인지하고도 피해자 편에 서지 않았던 수많은 방관자, 동조자들에 의해 관행으로, 연기지도로 둔갑되어 오랜 시간동안 지속될 수 있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미투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연극계 내에서 자행되었던 수많은 성폭력 또한 이제는 성폭력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오늘의 사법부의 올바른 판결을 통해서도 연극계에서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았던 것이 성폭력임이 분명해졌다.
피고인 이윤택은 이제라도 연기지도를 핑계 삼아 성폭력 가해를 정당화하려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성찰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더 이상의 법적 다툼을 멈추고 자숙하며 사법부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기 바란다.
그것은 오랜 관행이 아니라 성폭력이다. 이제 우리는 피해생존자들이 당당하게 피해 사실을 고발하고, 가해자를 합당하게 처벌하며 일상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그래서 각계 영역에서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았던 성폭력을 뿌리뽑고, 그것이 가능토록 사회 문화의 변화를 만들어낸 피해생존자들과 굳건히 연대하며 일상의 불평등과 성차별에 맞서 싸워나갈 것이다.
2019년 4월 9일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141개단체) 및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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