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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내 성폭력사건 상고심 유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지난 618일 오후 12, 서울시 여성플라자 앞에서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의 주최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내 성폭력사건 상고심 유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기자분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이 회견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 물어오셨습니다. 안희정 측은 상고심을 앞두고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해 총 17명을 선임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17명의 변호사가 하는 일이란 여전히 피해자의 행적을 쫓는 것이라 합니다. 유죄임이 명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더 피해자다움을 운운하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정의로운 상고심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현재 각 지역에서 위력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고 계시는 울산동구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의 김혜란 소장님과 담양인권지원상담소 백영남 소장님이 발언해주셨습니다. 이 후기에서는 발언자들의 발언을 간단히 요약해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울산동구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의 김혜란 소장님은 울산시 상급공무원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울산시는 이전에도 성희롱 사건을 무마하고 제대로 징계하지 않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해자는 징계받지 않고 신고인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고, 또 신고하더라도 가해자가 끝까지 괴롭힐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피해자들은 계속 일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어 제대로 신고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정규직 공무원조차도 사표를 쓸 각오를 해야만 성희롱 피해를 말할 수 있는 것이 위력성폭력의 현실인 것입니다. 이 가운데 용기 있는 피해자가 나섰고, 529일 시청 인사위원회는 가해자에게 파면 중징계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피해자분은 계속해서 용기내어 말하고 있습니다. 안희정 상고심 판결은 많은 기관과 조직이 평등하게 거듭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라는 말로 김혜란 소장님은 발언을 마치셨습니다.

 

담양인권지원상담소의 백영남 소장님은 전남지역의 안병호 전 함평군수, 유두석 현 장성군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들의 피해자분들을 지원하고 계십니다. 2018년은 정치인들의 권력형 성폭력이 피해자들의 용기로 드러나게 된 한 해로, 전남지역의 안병호 전 함평군수, 유두석 현 장성군수에 의해 성폭력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도 불씨를 당겨 성폭력을 고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산재한 성폭력에 대한 편견과 정치권의 동맹, 언론의 2차 가해 등은 피해생존자들의 일상을 두려움으로 물들였습니다. 안희정은 미투를 불륜공작으로, 안병호 역시 선거에서 떨어뜨리려는 공작·음해로 몰아갔으며, 유두석은 피해자의 웃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피해자다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성폭력사건들을 같은 프레임으로 축소시키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여성들을 동료가 아니라 성적인 도구로 바라보고 권력으로 지배하고 이용하는 사례로서 정치지도자들의 행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안희정 상고심 판결은 정치권의 뿌리깊은 성차별·성폭력을 끝장낼 기회로서 중요한 지점임을 이야기하시며 백영남 소장님은 발언을 마치셨습니다.

 

두 분의 발언 후에는 피켓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

 

  “위력 성폭력, 사법부는 정의와 상식으로 응답하라”
“안희정 성폭력사건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기자회견을 마쳤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내 성폭력사건 상고심

대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을 촉구한다. 위력 성폭력은 유죄다!

 

미투운동이 일어난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이 흔들렸다. 성폭력이 법과 제도로 금지되고 정기적 예방교육이 체계화 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사회 모든 영역에서 권력구조는 자신만의 형태로 똬리를 틀고, 위계와 운영방식을 활용하여 취약한 자에게 인권침해와 성폭력을 가하고, 책임을 개인화하고 감추어왔다. 미투 증언자들이 용기있게 고발한 것은 특정인의 ‘성스캔들’이 아니며, 은밀하고 개인적인 피해도 아니다. 증언자들은 각 소속 영역에서 노동권, 안전권, 평등권, 참여권, 학습권을 보장받기를 원하며, 절차와 원칙에 따라 역량을 발휘하고 권력이 제한되는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017년 7월 출근 한 지 한달이 안된 비서에게 외국 출장지에서 처음 강제추행한 것을 시작으로, 약 8개월에 걸친 업무상위력등에의한 간음과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추행 등 총 10건의 행위로 기소되었고, 2심에서 9건의 행위가 인정되어 법정구속 되었다.

 

이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을 논의해왔다. 1심 때는 많은 사람들이 ‘위력’의 문제를 인식했다. 형법 제303조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형법 제정당시부터 있어 왔는데, 1심 재판부는 이를 단계별로 판단 지연하여 권력의 행사를 희석하고 증발시켰다. 또한 피해자의 표정과 동작을 단위별로 쪼개어 '행실'로 도마에 올려 평가하고, 결국 성폭력 가해자에게 무죄를 주는 ‘피해자다움’ 기준을 설시하여, 오래된 피해자다움 잣대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폭발했다. 2심에서는 피고인의 행실은 왜 질문되지 않는지 목소리가 높았으며, 결국 피고인이 진술했고 그 결과 유죄가 선고되었다.

 

재임 시절 인권의식 있고, 젠더의식 있는 대안적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던 안희정 피고인은 모든 잘못을 인정했던 2018년 3월 6일로부터 한참 멀어져, 현재 우리 사회가 하나씩 힘겹게 쌓아올린 안전망의 원칙과 절차를 넘어뜨리고 있다. 피고인은 상고심에 판사 출신, 대법원 연구관 출신 전관 변호사와 대형로펌 변호사 총 17명을 선임했고, 그들은 피해자 행실과 피해자다움에 대해 여전히 의견서를 내고 집중하고 있다. 피고인 가족은 1심 때부터 피고인 변호사들이 주장해온 근거없는 상상속 스토리를 인터넷과 언론에 유포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이름이 뜨고 임신을 표제로 건 가짜 뉴스 영상들이 올라와 10만뷰를 찍으면 사라지는 등 돈벌이도 횡행한다. 인권을 주장했던 정치인이 만들어 낸 희대의 2차 가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그치지 않고,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가는 흐름을 구시대적으로, 해악적으로 훼방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위력에 대해 설시해왔고, 성폭력 행위에서 폭행 협박 위주의 협소한 판단을 넓혀왔다.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피고인 진술 신빙성에 대한 요구를 판례로 만들어왔다. 우리는 취약한 몸과 존재들이 요구하는 위계, 폭력, 권력 구조의 변화를 대법원이 기존의 법의 취지를 살펴 판결로써 확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위력 성폭력에 대한 대법원의 상식적 판결을 촉구한다. 더불어 위력을 일으켜 뒤끝과 보복과 전 직원과 그의 조력자에 대한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전 정치인 안희정과 그 세력에게 분명히 경고한다. 사회적 변화에 발맞추라. 그것을 거스르는 것이야말로 사회에 대한 불륜(不倫)이다.

 

2019년 6월 18일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 이 글은 부설연구소 울림의 주리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