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부처입니다.
당연히 피해자의 말을 듣고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범죄자를 기소해야 합니다.
하지만 검찰 조직과 수뇌부는 여성폭력을 도구로만 보고 있을 뿐,
여성범죄에 대한 상상력과 현실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퇴행적 행보를 연이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해자를 비호하는 검찰,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여성폭력 사건 불기소에 앞장서고 있지는 않습니까?"
지난 8월 9일 저녁 7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5차 페미시국광장을 위해 여성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운동'에서 주최하는 페미시국광장은 7월 12일 1차를 시작으로 8월 9일 5차까지 총 5차례로 진행되었는데요, 5차 페미시국광장은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운동'과 연대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주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집회에서는 장학썬 사건, 그리고 양진호 사건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책임을 물어왔던 지난 1-4차 페미시국광장에 잇따라 검찰의 성폭력 사건 불기소 문제를 규탄하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검찰은 성폭력 사건 제대로 수사하라!
검찰개혁 외면하고 여성폭력 근절 없다!
세상이 바뀌었다 시대착오적 관점 업데이트!
검찰은 부실수사 위법 수사 즉각 사죄하라!"
5차 페미시국광장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의 발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검찰’이 오히려 정의를 왜곡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며 2차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하였는데요, 그래도 검찰개혁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다고 했습니다. “정의를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검사 또한 많이 있음을 안다. 다들 꺼려한다는 성폭력전담검사를 사명감을 갖고 자청해서 15년 넘게 성인지감수성으로 수사업무를 하는 검사도 있다”며 “나는 반성폭력운동가로서 그동안 법무부와 검찰청과의 거버넌스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검찰개혁의 가능성을 봐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미경 소장의 발언이 끝난 후에는 4명의 활동가가 무대로 나와 연대 발언을 하였는데요, 이들은 지난 5월 24일, 대검찰청 기습점거 농성을 한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대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 수원여성회 조영숙 대표, 그리고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효린 활동가입니다.
이미경 소장이 대검찰청 기습점거 농성 당시의 상황과 심경에 대해 물어보자,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대표는 "그 날 검찰 기습시위를 하게 된 것은 정의를 말하고 있지만, 불의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검찰, 피해자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가해자를 비호하는 검찰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라는 마음으로 모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수원여성회 조영숙 대표는 “농성을 할 때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가 대검찰청 안에서 외쳐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아 답답했다. 그러나 그날은 구치소까지 갈 각오도 있었다.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해 포기하지 않았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효린 활동가는 "(대검찰청 기습점거 농성할 때) 어떻게 해서든 연행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가 그렇게 되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이 있고, 그 안에서 외로웠는데 밖에서 활동가들을 보니 눈물이 났다. 다시 싸워나갈 수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대검찰청 기습점거 농성 당시 외쳤던 8박자 구호를 함께 외치기를 제안하였습니다.
"부실수사 수사위법 검찰조직 해체하라!"
이 구호를 함께 외치고 연극 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
사회폭로극 <여성을 위한 검찰은 없다>는 배우 자원활동가들의 참여로, 총 네 가지 주제의 연극을 진행하였습니다.
#1 성폭력을 아는가? 수사능력 부재!
#2 범죄자 수사에서 가해자와 로펌 비호로?
#3 피해자를 피의자로? 그 ‘무고’ 기소는 틀렸다
#4 실종! 검찰 내 성평등
연극 대본은 실제 있었던 일을 토대로 각색한 사건, 실제 있었던 대사, 자료, 기사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연극을 통해 크게 4가지 문제점을 비판하였는데요, 첫 번째로는 유독 성폭력 사건의 입증을 어려워하고, 성폭력을 협소하게 정의하고, 피해자를 불신하여 성폭력 범죄를 기소하지 않는 검사들의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포털사이트에서 로펌들이 기소유예를 시켜주겠다며 검찰 출신을 대표로 내걸고 성폭력 가해자를 유인하는 실태를 드러내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죄로 기소하여 피의자로 만드는 검사의 태도를 지적하였습니다. 네 번째로는 검찰 조직 내 성평등 문제를 다뤘고, 여성 활동가가 문제의 검사들에게 검사 선서의 내용을 되물으며 연극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당신은 시민과 사회의 부름을 받고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선게 맞습니까?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게 맞습니까? 당신은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가 맞습니까?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가 맞습니까?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가 맞습니까?"
연극이 끝난 후, 관객의 박수와 함께 배우들이 무대에서 퇴장하였고, 사회자의 안내로 자유발언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유발언 시간에는 4명의 발언자들이 참여했습니다.
먼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여파 활동가는 “검찰 불기소 이유에 분노해서 이 자리에 왔다”며 “검찰은 누구에게 공감하고 있는가. 어떤 검찰을 만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정의가 정의인가? 다시 쓰는 정의, 검경개혁부터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정의당 박예휘 시민부 대표는 "이제껏 확인된 검경의 실태가 바로 양심접대, 신념접대다. 여성은 접대의 대상이 아니고 향응 대상이 아니다. 성산업이 가능하게 했던, 성산업을 비호하던 것이 국가권력이었다는 사실에 참담하다. 성찰하고 개혁해서 다른 내일을 만들어라." "국가가 나서지 않으니까 여성이 먼저 나선 것이다. 끝까지 지치지 말고 싸우자.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으로 KBS미투생존자 부현정씨는 “직장 내 성추행을 신고했지만 ‘만진 건 맞지만 성추행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가해자 역고소로 오히려 무고죄로 실형 선고를 받았다”며 “올해서야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을 선고했다. 나는 ‘무고녀’가 아니라 성추행 피해자다”라고 발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활동가는 "검찰의 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신고 결과가 달라지는 정의가 정의인가. 언제까지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싸우고, (무고죄 무죄 선고 등) 너무나도 당연하고 부족한 결과에 감지덕지해야 하는가? 상담할 때 '어떤 검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대신 피해자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 사회는 당신을 지지하고, 가해자가 처벌받게 만들 것이고, 당신의 피해가 회복되는 과정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제 7차 페미시국광장은 8월 30일 열릴 예정이며, 앞으로 페미시국광장은 9월 28일, 10차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추석 주인 9월 13일 페미시국광장은 진행하지 않으며, 그 다음주인 9월 20일 9차 집회로 찾아올 예정입니다.
다음 페미시국광장에서 만나요!
<이 후기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인턴 진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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