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제 20차 정기총회가 열렸습니다. 전국의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여러분들이 모여 지난 전성협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자리였습니다.
총회 사전 행사로는 시민감시단의 성폭력피해자 인권 보장을 위한 수사재판 과정상의 디딤돌, 걸림돌 발표가 있었습니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의 박윤숙 소장님께서 각 디딤돌과 걸림돌의 이유를 설명해주시면서 명쾌한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PTSD 진단 시점을 손해 발생을 인지한 날로 해석하여 민사소멸시효 해석을 넓힌 의정부지방법원 민사항소 1부와 변호인의 노력이 첫 번째 디딤돌로 소개되었습니다. 일상 속 성폭력 위험에 둔감하거나, 전형적인 성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여 가해자를 두둔하는 판결들이 걸림돌로 선정되었습니다. 올해에도 강간죄 구성요건올 ‘폭행·협박’으로만 인정하는 최협의설을 채택한 판결들이 많이 걸림돌로 꼽혔습니다. 우리 상담소에서도 작년 ‘적극적 합의’ 캠페인을 벌이며 강간의 구성요건이 ‘동의여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열심히 펼쳤는데요,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2020년이 될 것 같습니다. 성폭력과 그에 대한 통념은 끊임없이 점검되어야 합니다. 더 많은 생존자들이 공적인 장에서 피해를 인정받고 회복할 수 있도록, 성폭력 사건 지원의 지평이 넓어지길 바랍니다.
(2019년 디딤돌 걸림돌 선정자는 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rb.gy/xpsupw)
다음으로는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반성폭력 활동가 상, 미투행동과 함께하는 반성폭력 변호인단 상, 성폭력 상담소에서 10년 이상을 살아내신 분들에게 드리는 아름다운 활동가 상이 시상되었습니다.
상을 받은 분들의 몇몇 수상소감을 간략하게 속기해보았는데요. 그 내용도 함께 나누어보았으면 해요.
[올해의 반성폭력 활동가상]
오매: 현장에서 종사자로 불리기만 했었던 우리가 고민하고 법과 제도가 제한한 길을 넘어선 것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생존자의 곁에 서서 재판부와 2차가해자들과 정치권의 위력을 향해 우리가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전성협 활동가들이다. 같이 일하고 토론하는 방법, 위기가 있을 때 새로운 에너지로 헤쳐나가는 방법을 배우자.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일까, 우리 목소리가 어떻게 무슨 울타리를 뚫어야 할까를 고민하고 공부하고 서로의 표정을 돌아보는 2020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성협 활동가들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남성아: 공대위는 처음 해보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전문적인 지원의 역량보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같이 연대하고 움직이는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꼈다. 많은 곳에서 많이 도와주고 응원을 해주셨다. 네 단체 활동가들이 초반부터 지원했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만큼 활동가들이 속해있는 단체들의 다른 활동가들이 희생하는 부분도 있었다. 각 단체들에도 감사하다.
백영남: 장성구청에서 집회하고 시위했을 때 토호세력들이 항의가 많았다. 땀흘리고 긴장되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전남 지역의 반성폭력 운동에서 더 많은 단위를 조직하는 것이 새로웠고, 경찰과 언론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는 운동을 위축시키기도 했다. 이런 운동에 함께했던 전라남도 광주, 전북, 권역 상담소들의 힘, 시민사회단체들의 힘, 각 지역의 멋진 언니들의 힘.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 연대의 힘 발휘해야 할 상황에 많은 부탁드린다. 우리는 너무나 전성협을 사랑해요!
[미투운동과 함께 한 반성폭력 변호인 상]
장윤정, 정혜선, 최윤정, 서혜진, 김혜겸, 장경아, 김두나, 소라미 님.
[특별상]
김지은, 김수희, 김은희, 고 윤정주 님.
김수희: 이윤택 원작인 영화 천문이 상영 중이다. 가해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문화예술계로 돌아오고 있다. 피해생존자들을 위한 지속적인 힘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계속 도움을 구하겠다. 잠적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독여 최선을 다 하겠다.
[2019년 아름다운 세월상]
김미정, 배윤화, 배순화, 송명자, 배은화, 채종숙, 오영은, 임안나, 이명옥, 김선희, 정명진, 권지현, 최철진, 김서정, 박정화, 서혜숙 님.
(죄송합니다, 이름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ㅠ) : 벌써 10년 흘렀는데, 20년 뒤에 또 한 번 더 받고 싶습니다.
라는 훌륭한 수상소감들을 들었는데요. 훌륭한만큼 수상소감들이 길어서(특히 저희 오매 활동가의 수상소감) 사회를 보신 배복주 활동가께서 중간중간에 계속 ‘수상소감은 1분 내외로… 사실은 1분도 깁니다. 30초 내외로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씀하셨답니다.
점심을 먹은 뒤 2부에서는 전차 회의록 낭독, 2019년 감사보고, 2019년 결산보고, 임원변경 및 인사를 하며 2020년의 안건을 정리하는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진지하지만 쾌활한 총회자리였습니다. 신년에도 활기찬 전성협의 활동이 이어질 수 있길 바라며, 총회 후기를 마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상담소 가위바위보 최약체인 수수입니다. 가위바위보에 지게 되어 후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후기를 쓰는 것이 불만인 것은 아니지만, 가위바위보에 또 졌다는 게 참 가슴 아픕니다. 가위바위보에 약한 모든 분들께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보내며 이 후기를 썼습니다)
<이 글은 열림터 활동가 수수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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