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대회는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진행되었던 행사로, 1985년부터 시작되어 올해 제 36회를 맞았습니다. 올해는 온라인 생중계로 기념대회를 진행했는데요, 한국여성대회가 늘 온라인으로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광화문 광장에서 수많은 시민들과 여성단체들이 모여서 성평등 의제를 확인하고 목소리 높여 외치는 자리였습니다. 한국사회의 성평등 걸림돌과 디딤돌을 시상하고, 많은 여성단체나 모임에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스를 운영하고, 성평등 의제를 외치며 행진도 하는 축제 같은 자리였어요. 그러나 올해 코로나 19로 인하여 광장이 열리지 않았고 총선을 넘기면 ‘성평등은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페미니스트 정치 지금 당장!’이라는 주제의 시의성이 없게 되어, 주최측인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는 대안적인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그 결과 홍대의 작은 소극장을 빌려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공간에 맞게 변형하여 진행하고,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상담소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회원 단체이자 3.8 기획실행위 단위로 행사를 방청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의 행사에서는 성평등 걸림돌, 디딤돌과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발표하고, 축하공연을 하고, 여성선언을 낭독한 후 온라인 퍼포먼스 영상을 시청하는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성평등 걸림돌은 한 해 동안 한국 사회의 성적 불평등을 심화한 인물 등에게 수여하는 상이고, 역으로 성평등 디딤돌은 성평등을 증진한 인물 등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디딤돌과 걸림돌 시상식을 보다보면 작년 한 해 우리를 공분하거나 슬프게 했던, 함께 투지를 갖게 하고 용기를 내게 했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걸림돌과 디딤돌에 해당된 사건들 대부분은 현재에도 진행중이기 때문에 끝까지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한편으로 듭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에는 '66년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 낸 모든 여성들'이 선정되었는데요. 영상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습니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라며 함께 외쳤던 모든 여성들에게 전달하기가 어려워,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과 헌법재판소 변호인단이 대리수상하였습니다.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담소의 앎 활동가가 수상소감을 전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성평등 걸림돌
- 영화계 인권침해와 성폭력 문제 해결 목소리에 사과와 반성이 아닌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응답한 김기덕 감독 - 성별 분리채용 성차별을 관행이라고 변명하고 부당한 보복성 징계까지 한 대전MBC 방송국 - 김학의, 윤중천 성폭력사건을 또 다시 축소·은폐한 검찰 특별수사단(수사단장 여환섭 현 대구지검장) - 여성 성상품화 조장하는 리얼돌 수입을 허가한 대법원 2부 재판부 -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 비호하며 2차 가해를 한 오덕식 판사 - 여성 성착취 영상을 촬영, 유포, 거래한 수십 만 명의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와 공모자들 |
성평등 디딤돌
- 여성노동의 외주화 비정규직화에 전면 도전해 비정규직 문제의 성차별성을 폭로한 톨게이트 요금 수납 여성노동자들 -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혐오표현 금지는 헌법의 원칙임을 천명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합헌 결정 - 여성청소년의 억압과 폭력 경험을 여성주의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 - 체육계 미투운동의 발화점이 되어 공고한 체육계 카르텔과 성폭력문화 개혁의 계기를 마련한 심석희 선수 - 학교 내 성폭력 문제, 특히 여성청소년들의 복합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고 변화를 이끈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
올해의 여성운동상
66년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 낸 모든 여성들 |
시상 중간중간에는 래퍼 슬릭님, 가수이자 영화감독인 신승은님, 안무가 박정희님의 멋진 공연도 있었습니다. 슬릭 님의 “나는 너의 용기야” 라는 가사에 마음이 울리고, 신승은 님의 걸림돌 수상자에게 헌정하는 노래 속 “당신은 성차별주의자 당신은 성차별주의자” 가사에 빵터지고, 안무가 박정희 님이 짙은 화장을 손으로 뭉개며 춤을 추는 모습의 강렬함에 빠져드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여성대회를 비롯해서 여성운동현장에 연대의 마음으로 참여해주시는 예술인분들 덕분에 힘 있는 언어가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 한국여성대회의 슬로건은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페미니스트 정치 바로 지금!> 이었습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민의 대표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시민이 그리는 것과 일치하는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 따져보는 시기입니다. 2016, 2017, 2018, 2019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21대 국회가 어때야 하고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대답이 나오는 듯 합니다. 성별, 세대 등이 편향되지 않고 여성정치대표성이 확대된 국회,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하여 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할 국회,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동의여부를 기준으로 개정하여 강간문화를 해결할 국회,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여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할 국회,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갈 국회. 21대 국회는 이러한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4월 15일 꼭 ‘성평등에 투표’ 해요!
▶️ 다시보기 유튜브 채널 링크: https://bit.ly/2020여성대회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의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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