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사당 앞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주년을 맞이 기자회견 #응답하라0411 #안전하고_합법적인_임신중지 #재생산권_보장>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 주최로 진행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부터 어느덧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법 개정 및 제정과 이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회 및 행사가 연기되는 속에서 시의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진행되었던 만큼, 마스크 및 소독 용품이 철저하게 구비되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현장에 오실 수 없는 분들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는 문설희(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 사회진보연대) 님이 맡아주셨습니다.
나영(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SHARE) 님은 퀴즈를 통한 임신중지 상식 설문조사, “나의 임신중지 상식은 몇 점?” 주요 통계 및 21대 국회 공개 질의서에 대한 각 정당의 답변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발언문1. “21대 국회는 응답하라! 낙태죄 전면 비범죄화, 안전한 임신중지의 권리 보장하라!” _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SHARE) ※ 퀴즈를 통한 임신중지 상식 설문조사 “나의 임신중지 상식은 몇 점?” 주요 통계발표 및 21대 총선 모낙폐 공개 질의서에 대한 각 정당 답변 결과 발표 더보기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에서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주년과 총선 국면을 맞이하여 지난 한 달여 동안 퀴즈를 통한 임신중지 상식 설문조사 “나의 임신중지 상식은 몇 점?” 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퀴즈에는 3월 8일부터 4월 8일까지 총 1,338명이 응답하였으며 지난 4월 1일에는 녹색 당의 네 명의 비례 후보(성지수, 고은영, 김헤미, 김기홍)가, 4월 7일에는 무소속 이가현 동대문갑 후보, 어제 4월 9일에는 정의당 배복주 비례후보가 직접 퀴즈를 풀어보는 영상을 제작하여 게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총 7개의 문항에 대한 답변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유의미한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가로막는 법·제도 및 절차가 없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높았습니다. “임신중지를 완전히 비범죄화하면 임신중지가 만연하게 된다.”라는 4번 질문에 ‘X(아니다)’를 택한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95.3%에 달하였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개인의 임신중지를 가로막는 법·제도 및 절차를 없앨 것을 권고하고 있다.”라는 7번 질문에도 92.9%의 응답자가 ‘O(그렇다)’를 선택하였습니다. 이는 그간 진행되었던 임신중지에 관한 인식조사에서보다 크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 것으로, 지난 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임신중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나 위험도에 관해서는 여전히 잘못 알고 있는 응답자의 비율이 꽤 되었습니다. “임신중지 시술은 출산보다 위험하다”라는 1번 질문에 19%의 응답자가 ‘O(그렇다)’를 선택하였고, “임신중지 수술 혹은 약물 복용 경험이 있으면 임신이 잘 안 된다”라는 3번 질문에서도 ‘O(그렇다)’를 선택한 응답자가 11.9%였습니다. 또, “다음 중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여성이 경험할 수 있는 장기적 후유증은?”이라는 5번 질문에서 ‘자궁암’을 선택한 응답자가 11.8%, ‘유방암’을 선택한 응답자가 1.2%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그동안 임신중지가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임신중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불안감을 준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올바르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건의료 관련 기반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피임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음 중 의학적으로 100%의 성공률을 보이는 피임법은?”이라는 6번 질문에서 72.1%의 응답자만이 ’없음‘을 선택하였고, ’정관수술‘이 21.8%, ’콘돔‘이 6.1%에 달했습니다. 100% 안전한 피임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널리 알리고 피임 실천율도 높여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거듭 강조해 왔듯이 유산유도제를 도입하고 정보와 접근성을 높여야 합니다. “임신중지 약물은 임신 중 모든 기간에 사용할 수 있다”라는 2번 질문에 78.3%의 응답자가 ’X(아니다)‘를 선택하였습니다. 임신중지에 사용되는 약물인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약물은 아직 국내에서 승인되지 않았으며 또 다른 약물인 미소프로스톨은 위장관계 질환에 대해서만 처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산유도제는 이미 2005년 WHO에 의해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세계 67개국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수술이나 마취, 항생제가 필요 없어 인공임신중절수술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술적, 비수술적 방법 모두 이른 주수에 시행될 경우 성공률이 높고 안전하다는 점에서 약물적 임신중지 역시 이른 주수에 사용될 것이 권고됩니다만 의료진의 숙련도와 경험에 따라 임신 전 기간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블랙마켓 등을 통해 혼자서 약을 구입하고 복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병원과 약국을 통해 안전하게 약물을 제공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약물 복용 뿐 아니라 관련한 상담과 의료조치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유산유도제의 공식적인 도입을 검토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보도자료를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와 함께,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민생당, 국민의당 다섯 곳에 정책질의서를 보낸 바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정의당만이 유일하게 답변을 보낸 상태입니다. 정의당은 임신중지의 비범죄화 함께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여성건강 증진과 임신·출산 보건의료 지원 확대 등 여성 건강권 차원으로 다각도로 접근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으며, 여성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포괄적 이해를 우선으로 하여 임신의 유지가 현재와 미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접근을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유산유도제 도입에 관한 상세 사항과 전문의약품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답하였고, 병원, 약국, 보건소 등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안전한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의료기관의 양적 확대와 서비스 질 보장, 지역커뮤니티와 의료기관 서비스 연계 등에 대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임신중지 비범죄화는 물론 21대 국회가 해야할 역할이 매우 많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답변서를 보낸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현재 저희가 질의서를 보낸 각 주요 정당의 정책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강하게 규탄하는 바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생당, 국민의당은 지금 오직 야합과 꼼수 뿐, 여성의 건강과 권리에 제대로 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1년 전 오늘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관한 다섯 개의 시나리오를 놓고 각 상황에 따라 어떤 입장을 발표할 것인지에 대해 모두 밤새워 고민했습니다. 다음 날인 4월 11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헌법재판소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지난 몇 년 동안 낙태죄 폐지를 위해 거리로 나섰던 많은 여성들과 보건의료계, 법조계, 장애, 이주, 종교계, 청소년, 성소수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릴레이 기자회견을 하며 긴장 속에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꼭 보란듯이 활짝 웃자고 계속해서 다짐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마침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순간 어쩔 수 없이 감격의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아직도 그 날의 감정이 생생합니다.
저는 오늘 그 날과 똑같은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그 날의 감격은 여전히 생생한데,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의 법과 정책, 보건의료, 사회 현실은 제 옷처럼 1년 전 그 날과 변화가 없습니다.
1년 전 헌법재판소는 지난 66년 동안 여성들에게만 처벌로서 책임을 전가해 온 국가와 사회가 바뀌어야 할 때라고 분명히 명시했습니다. 그에 따른 국가의 책임은 여성을 처벌하던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불평등을 해소하고 건강과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모낙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다음 날부터 바로 그에 따른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했습니다. 형법 낙태죄 조항 폐지,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 임신중지 약물의 도입과 승인,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 난민 등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의료 접근성 확대, 지역별 보건의료 격차 개선, 의료인 교육, 보험 보장, 피임 접근성과 포괄적 성교육 확대, 노동 조건 개선과 임신중지 시에도 유사산 휴가 보장 등이 그것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의지만 있었다면 당장 유산유도제의 도입과 승인을 위한 절차부터 시작하고, 현재 가능한 임신중지 상황의 의료조건부터 바꿔나갔어야 합니다. 관련 보건의료 실태조사와 의료 현장 변화, 의료인 교육과 정보 제공 등을 위한 정책 마련 등 지난 1년 동안 바로 시작되었어야 하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 모두 마냥 손을 놓고만 있었던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지난 1년 동안도 많은 여성들이 혼자서 차별적이고 안전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폭력을 감당하거나 블랙마켓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올해는 반드시 달라져야 합니다.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와 여성들의 건강권 보장, 사회적 차별 해소를 위한 법과 정책을 정부와 21대 국회가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n번방 사건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눈 감고 무시해 온 폭력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낙태죄의 문제 역시 이 폭력의 현실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차별과 불평등이 만연한 현실에서 폭력을 감당하고 그 폭력에 대해 말하지도 못할 정도로 일방적인 낙인을 감당해야 했던 여성들의 현실에 낙태죄 역시 심각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위헌성을 확인한지 1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정부와 국회가 내내 눈치만 보고 있지만 아일랜드, 캐나다, 뉴질랜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여성과 소수자들의 건강권과 재생산 권리 보장, 차별 해소를 중심으로 점점 진보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주수와 사유를 따져 처벌 기준을 만드는 것은 이미 30년 전의 패러다임입니다. 저는 오늘 여기 붙일 우리의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위한 상징 물품으로 핫팩을 가지고 왔는데요, 더 이상 임신중지를 한 여성이 혼자 아픔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도록, 단지 수술이나 약물 복용이라는 처치로서가 아니라 여성의 건강을 제대로 고려하는 사후 상담과 지원까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기에 붙이겠습니다. 내년에는 우리가 이 자리에서 다른 얼굴로, 달라진 현실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퀴즈를 통한 임신중지 상식 설문조사 “나의 임신중지 상식은 몇 점?” 주요 통계 더보기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에서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주년과 총선 국면을 맞이하여 지난 한 달여 동안 퀴즈를 통한 임신중지 상식 설문조사 “나의 임신중지 상식은 몇 점?”을 진행하였습니다.
- 이 퀴즈에는 3월 8일부터 4월 8일까지 총 1,338명이 응답하였으며 지난 4월 1일에는 녹색당의 네 명의 비례 후보(성지수, 고은영, 김헤미, 김기홍)가, 4월 7일에는 무소속 이가현 동대문갑 후보가 직접 퀴즈를 풀어보는 영상을 제작하여 게시하기도 하였습니다.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총 7개의 문항에 대한 답변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유의미한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①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가로막는 법·제도 및 절차가 없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높았습니다. “임신중지를 완전히 비범죄화하면 임신중지가 만연하게 된다.”라는 4번 질문에 ‘X(아니다)’를 택한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95.3%에 달하였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개인의 임신중지를 가로막는 법·제도 및 절차를 없앨 것을 권고하고 있다.”라는 7번 질문에도 92.9%의 응답자가 ‘O(그렇다)’를 선택하였습니다. 이는 그간 진행되었던 임신중지에 관한 인식 조사에서보다 크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 것으로, 지난 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② 반면, 임신중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나 위험도에 관해서는 여전히 잘못 알고 있는 응답자의 비율이 꽤 되었습니다. “임신중지 시술은 출산보다 위험하다”라는 1번 질문에 19%의 응답자가 ‘O(그렇다)’를 선택하였고, “임신중지 수술 혹은 약물 복용 경험이 있으면 임신이 잘 안 된다”라는 3번 질문에서도 ‘O(그렇다)’를 선택한 응답자가 11.9%였습니다. 또, “다음 중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여성이 경험할 수 있는 장기적 후유증은?”이라는 5번 질문에서 ‘자궁암’을 선택한 응답자가 11.8%, ‘유방암’을 선택한 응답자가 1.2%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그동안 임신중지가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임신중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불안감을 준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올바르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건의료 관련 기반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③ 피임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음 중 의학적으로 100%의 성공률을 보이는 피임법은?”이라는 6번 질문에서 72.1%의 응답자만이 ’없음‘을 선택하였고, ’정관수술‘이 21.8%, ’콘돔‘이 6.1%에 달했습니다. 100% 안전한 피임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널리 알리고 피임 실천율도 높여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④ 유산유도제를 도입하고 정보와 접근성을 높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임신중지 약물은 임신 중 모든 기간에 사용할 수 있다”라는 2번 질문에는 78.3%의 응답자가 ’O(그렇다)‘를 선택하였습니다. 임신중지에 사용되는 약물인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약물은 아직 국내에서 승인되지 않았으며 또 다른 약물인 미소프로스톨은 위장관계 질환에 대해서만 처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산유도제는 이미 2005년 WHO에 의해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세계 67개국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수술이나 마취, 항생제가 필요 없어 인공임신중절수술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술적, 비수술적 방법 모두 이른 주수에 시행될 경우 성공률이 높고 안전하다는 점에서 약물적 임신중지 역시 이른 주수에 사용될 것이 권고됩니다만 의료진의 숙련도와 경험에 따라 임신 전 기간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블랙마켓 등을 통해 혼자서 약을 구입하고 복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병원과 약국을 통해 안전하게 약물을 제공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약물 복용 뿐 아니라 관련한 상담과 의료조치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유산유도제의 공식적인 도입을 검토해야 합니다.
- 아래는 각 문항에 따른 정답률과 오답률, 정답 해설입니다.
1. 임신중지 시술은 출산보다 위험하다. 정답 X : 응답자의 8.19% (1,101명) 오답 O : 응답자의 19.1% (260명)
[정답 해설] 임신중지 시술은 출산보다 위험하지 않고, 안전한 임신중지는 후유증이 없다.
임신중지시술에 따르는 의학적 위험성은 출산 시에 경험할 수 있는 위험성보다 높지 않습니다. 후기 임신중지를 포함하더라도 전체 임신중지 수술로 인한 사망률은 10만명당 0.7명으로 만기 출산으로 인한 사망률인 10만명당 10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습니다. 8주 이내의 이른 주수에 시행되는 약물 임신중지의 경우에는 그 안전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2000~2009년 사이 미국의 임신중지 관련 사망률은 10만 건 당 0.7건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미용성형수술의 사망률은 0.8~1.7, 치과 치료의 사망률은 0~1.7, 마라톤을 달리다 사망할 확률은 0.6~1.2였습니다. 이와 비교하더라도 임신중지의 사망률이 특별히 더 위험한 수치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 임신중지 약물은 임신중 모든 기간에 사용할 수 있다. 정답 O : 응답자의 78.3% (1,066명) 오답 X : 응답자의 21.7% (295명)
정답 해설 임신중지 약물(유산유도제)은 임신 전 기간 사용가능한 안전한 필수의약품이다.
미프진(Mifegyne)으로 알려진 유산유도제(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은 수술이나 마취, 항생제가 필요 없으며 인공임신중절수술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의료진의 숙련도와 경험에 따라 임신 전 기간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단 임신중지 시술은 수술적, 비수술적 방법 모두가 이른 주수에 시행될 경우 성공률이 높고 안전하다는 점에서 약물적 임신중지 역시 이른 주수에 사용될 것이 권고됩니다). 유산유도제는 2005년 WHO에 의해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세계 67개국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도 한국정부는 약물 도입과 관련한 노력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병원과 약국을 통해 안전하게 약물을 제공받고 관련한 상담과 의료조치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하루빨리 유산유도제의 공식적인 도입을 검토해야 합니다.
3. 임신중지 수술 혹은 약물 복용 경험이 있으면 임신이 잘 안된다. 정답 X : 응답자의 88% (1,198명) 오답 O : 응답자의 12% (163명)
정답 해설 안전한 임신중지 시술은 미래의 가임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임신중지 시술 이후 자궁 외 임신 등과 같이 난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의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임신 초기뿐만 아니라 중기 이후에도 임신중지 시술이 미래의 가임력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오히려 임신중지 시술 이후 2주 이내에 배란이 회복되어 임신가능성이 있으므로 곧바로 피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확한 정보입니다. 여성의 가임력 및 건강을 해치는 것은 임신중지 시술 자체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를 가로막는 법·제도 및 사회·경제적 요인입니다.
4. 임신중지를 완전히 비범죄화 하면 임신중지가 만연하게 된다. 정답 X : 응답자의 95.3% (1,297명) 오답 O : 응답자의 4.7% (64명)
정답 해설 임신중지율의 증가는 임신·출산의 권리와 양육과정을 가로막는 사회적·경제적 요인 때문
2019년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하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통계상으로도 전 세계 임신중지율이 가장 낮은 곳은 임신중지가 합법적으로 완전히 허용되는 북미와 북서부유럽인 반면, 임신중지가 불법인 한국의 임신중지율은 2007년 기준 1000명당 31명으로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입니다. 법적 처벌은 임신중지율을 낮추는 효과가 전혀 없으며, 임신중지를 증가시키는 것은 임신·출산의 권리와 양육과정을 가로막는 사회적·경제적 요인들입니다. 임신중지 전면비범죄화는 적절한 시기에 임신중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범죄화에 따른 두려움과 낙인 등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초기에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5. 다음 중 임신중지시술을 받은 여성이 경험할 수 있는 장기적 후유증은? 정답 ‘없음’ : 응답자의 87.1% (1,185명) 오답 ‘자궁암’ : 응답자의 11.8% (160명) 오답 ‘유방암’ : 응답자의 1.2% (16명)
정답 해설 건강상의 문제는 임신중지가 엄격하게 금지될 때 더 많이 발생합니다.
임신중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방암·자궁암 등에 걸리기 쉽다, 자궁 외 임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등 신체적 후유증을 강조하고,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 및 흡연, 술·약물 중독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적 후유증이 임신중지 시술과 관련 없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오히려 건강상의 문제는 임신중지가 엄격하게 금지될 때 더 많이 발생합니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전하지 못한 의료시술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6. 다음 중 의학적으로 100%의 성공률을 보이는 피임법은? 정답 ‘없음’ : 응답자의 72% (980명) 오답 ‘정관수술’ : 응답자의 22% (290명) 오답 ‘콘돔’ : 응답자의 6% (82명)
정답 해설 100% 피임 성공률을 가진 피임법은 없다.
다양한 피임법이 존재하지만 100%의 성공률을 가진 피임법은 없습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남성용 콘돔의 피임 성공률은 82~98%입니다. 경구피임약은 91~99%이고, 영구피임법으로 분류되는 정관수술도 99%의 성공률로 100%는 아닙니다. 아무리 철저히 피임한다고 해도, 피임 과정에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질외사정은 피임법이 될 수 없다는 거! 아시죠?! 원치 않는 임신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성교육, 피임, 임신중지 모두 누구에게나, 제대로, 안전하게 보장되도록 함께 요구해요!
7. 세계보건기구(WHO)는 개인의 임신중지를 가로막는 법·제도 및 절차를 없앨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답 O : 응답자의 92.7% (1,262명) 오답 X : 응답자의 7.3% (99명)
정답 해설 전 세계 여성의 건강권과 인권 증진을 위해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 여성의 건강권과 인권증진을 위해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2019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역시 ‘낙태죄’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2020년 국회는 낙태죄를 전면비범죄화하는 법안 개정에 힘써야 합니다. 정부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를 마련하고 피임접근권 확대와 포괄적 성교육 보장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
안전한 임신중지 및 성·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공개 질의서 더보기
헌법재판소는 올해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통해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는 낙태죄를 둘러싼 심도 깊은 논의가 전무한 가운데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은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귀하(당)이 21대 국회에서 국민에게 안전한 임신중지의 제공과 성·재생산권 보장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정책 및 입법안에 대한 공개 질의서입니다.
귀하(당)은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에 동의하십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법, 정책을 어떠한 내용으로 마련할 예정입니까?
유산유도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이 승인되지 않아 현재 많은 여성들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유산유도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유산유도제의 승인과 안전한 보급을 위한 귀하(당)의 입장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서는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비로 인해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현재 여러 나라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보험지원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귀하(당)에서는 임신중지 보험 적용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시행할 계획입니까?
임신중지 비범죄화와 함께 피임과 출산, 성 건강, 성교육 등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를 아우르는 법과 정책이 다각도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귀하(당)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
이보라(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님은 의사의 협력 아래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함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또한 유산유도제 도입, 의료인 교육, 공공의료 제공, 임신중지와 피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을 요구하였습니다.
“여성의 삶과 건강, 권리를 보장하는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_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더보기
1년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뉴스속보를 보며 감격했던 순간이 다시 생각납니다. 그동안 이 당연한 결정이 없어서 불안과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눈물과 이 당연한 결정을 얻기 위해 싸워온 많은 여성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1년전 4월 11일 낙태죄는 사망선고를 받았습니다.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와 정부는 대안 법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총선으로 구성될 21대 국회는 낙태죄 폐지 이후에 필요한 법안을 ‘지체없이’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 도움을 드리고자 저는 오늘 의료인의 입장에서 개념정리 차원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낙태(혹은 인공유산)는 기본적으로 의료행위입니다. 그것도 여성의 건강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료행위입니다. 따라서 낙태를 제한하는 모든 법적 제한은 여성의 의료접근권을 제한하고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100퍼센트 완벽한 피임법이 존재하지 않고, 성별 위계 구조가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에서 ‘임신중지시술이 필요한 여성’은 반드시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 여성이 임신중지를 할지 말지는 그 당사자가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폐암을 1기, 2기, 3기, 기수에 따라 어떻게 치료할지 법에서 결정하지 않아도, 개별사정을 가진 환자와 표준치료법 알고 있는 의사가 상의해서 맞춤형 치료를 하고 있는 것처럼, 임신중지도 몇주는 되고 몇주는 안되고, 이렇게 법으로 정하지 않아도 당사자와 담당의사가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빠르고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유산유도제가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합니다. 미페프리스톤이 국내에 도입되어야 하고 미소프로스톨은 임신중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보험기준을 확대해야합니다. 전세계 67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WHO에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약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동안 그만큼 국가가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권에 관심이 없고 무책임했다라는 증거입니다. 이제라도 유산유도제를 도입하고 의료인들에게도 교육을 실시하여 필요한 여성에게 처방 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임신중지에 대한 모든 의료서비스(상담, 수술, 시술, 약처방)은 공식적인 의료시스템 안에서 제공되어야 하고 당연히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야 합니다. 나아가 피임도 보험적용이 되어야 합니다.
매달 월경하고, 가끔 임신하지만 자연유산되기도 하고 인공유산하기도 하고 또 가끔 출산하는 것은 모든 가임기 여성에게 발생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언제 임신하고 언제 출산할지 여성 자신이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료인은 그 결정에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법과 제도 또한 마땅히 여성의 삶과 건강 그리고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21대 국회에 요구합니다. 여성의 임신중지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가 아니라 여성의 건강과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입법방향을 세워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봉혜영(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장) 님은 안전한 임신과 출산, 안전한 임신중지를 넘어 그 모든 과정을 스스로 선택하고 교섭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기 위해 여성노동자의 재생산권리를 막는 것을 밝히고,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일의 공간에서 재생산권 보장하라!” _봉혜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장) 더보기
정부의 인구정책은 출산정책에 맞춰지고 출산정책에 따라 노동자들이 일하는 노동현장의 재생산권도 맞춰지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에 대응한다고 만들어진 여성노동정책의 대부분은 일과 가정의 양립, 임신의 유지와 출산. 양육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에 바뀌고 있는 변화 중 대표적인 것은 난임 부부 지원, 임신기 노동자에 대한 유급 검진휴가 확대, 남성의 출산휴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들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작년 행정안전부의 지방공무원복무규정조례 개정안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공무원노조에서 수년간 싸워서 지켜왔던 유급생리휴가를 무급으로 돌리고 대신 임신기 검진휴가를 늘리는 것으로 대체하고자 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여성의 재생산이 임신과 출산으로만 맞춰져 있기에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월경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고통은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될 여성의 권리와 맞바꿀 수 있다는 태도입니다.
임신과 출산은 보장하겠지만 임신기 재해로 발생한 태아에 대한 건강권은 보장하지 않음으로 인해 제주의료원 수술실 간호사들의 집단 유산은 산재로 인정받아도 장애로 가진 채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는 보호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제주의료원 수술실에서 엄마가 겪은 산재로 인해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에 대한 산재 승인 신청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4월 29일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여성노동자의의 재생산권은 임신과 출산만이 아니라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월경, 월경불순,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방광염 유발과 각종 여성 질환의 발생들은 같은 맥락에서 살펴야 합니다. 여성노동자가 임신과 출산만이 아니라 임신을 원해도 산업재해로 인해 불임이 되거나 유산이 되거나, 선택에 의해 임신을 중지하거나, 일 때문에 월경을 중지해야하거나, 화장실에 못가서 방광염이 생기거나,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생식과 관련된 변화들은 여성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노동환경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안전한 임신과 출산. 안전한 임신중지를 넘어서 그 모든 과정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교섭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의 재생산권리를 가로 막는 것들이 밝혀지고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재생산 권리를 위해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합당한 대책을 만드는 것이 일터에서도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 님은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적 행동이 문란한 것으로 여겨져 피임 도구인 콘돔에 접근하기 쉽지 않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교육부에서 발표한 성교육 표준안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포괄적 성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피임접근권 확대와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합니다!” _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 더보기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1년이 지났습니다. 여성의 정조를 강조하고, 낙태를 부정적으로 묘사해온 성교육은 달라졌을까요? 여성의 몸을 ‘임신가능성’으로만 여기던 사회의 상상력은 확장되고 있을까요? 청소년을 순결하고 무지한 존재로만 바라보던 성적 통념은 부수어졌을까요? 우리는 여전히 낙태죄 이후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기 위해, 각자의 일상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N번방 사건을 바라보며, 낙태죄 폐지 이후의 변화가 여전히 미진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해자들은 N번방의 피해자들에게 “부모님에게 알리겠다”고 협박을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친권자가 자녀에 대한 징계권, 거소지정권 등의 압도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말은 커다란 위력을 발휘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지만, 청소년의 임신중절은 여전히 부모 동의를 필수로 합니다. 사실상 청소년에게 임신중절이 금지되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이렇듯 청소년의 몸에 대한 결정권이 자신이 아닌 친권자에게 있는 상황은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터부시되는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적 실천은 책임감이 부족하고 문란한 일로 비난받습니다. 그러나 청소년 겪는 위험은 청소년이 책임감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과 청소년, 소수자가 모든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사회구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성적 욕망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 청소년의 섹스는 더욱 위험해지고 은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콘돔’이 19금 검색어인 사회에서 청소년의 피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콘돔 등 안전한 섹스를 위해 필요한 물품을 마련하는 데 소요되는 적지 않은 비용이나, 고액의 임신중절 비용은 청소년의 성적 실천을 더욱 취약하게 만듭니다. 여전히 청소년에게는 안전한 환경에서 임신 및 출산을 할 권리도, 임신중절을 결정할 권리도 없습니다.
2015년, “남자는 누드에 약하고, 여자는 무드에 약하다”, “데이트 폭력의 원인은 여자가 더치페이를 하지 않아서일 수 있다” 등의 성차별적 내용이 담긴 채로 발표된 성교육 표준안은 여전히 제대로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작년에도 일부 시도교육청의 매뉴얼로 인용되기까지 하였습니다. 물론 해당 성교육 표준안에는 피임, 임신 및 출산, 임신 중절 등 청소년의 재생산권 전반에 대한 논의도 부재합니다.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이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인 젠더 폭력 사안이 범람함에도, 제대로 된 성교육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티는 지난 2월, <힐난도, 수치도, 자랑도 아닌 콘돔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이 전시회는 그간 성 담론이 비청소년 남성 중심의 포르노적 통념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여성과 퀴어, 청소년이 각자의 욕망과 감각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담론을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우리가 새로 만들어가야 할 세상은 여성과 청소년의 몸이 있는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고, 임신중절을 비롯한 성과 재생산권 전반에 대해 충분히 안내 받을 수 있는 세상일 것입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1년,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을 기억하며, 위티 역시 싸워나가겠습니다. |
이애란((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사무처장) 님 이주여성과 난민여성의 재생산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고, 인종과 국경을 넘어 필요한 권리임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국적·인종·종교·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성과 재생산권리 및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개정을!” _이애란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사무처장) 더보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주년을 맞이하며 제반 법안 개정과 정책 마련 등 실질적인 여성의 성과 재생산권리 보호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음을 개탄한다. 정부와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조속히 이행하길 촉구하며 국내 이주여성과 난민여성들의 취약한 여성인권 상황을 전하고자 한다.
2019년 기준 국내 이주민 체류자가 25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임을 주창한지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15세이상 이주여성 체류자 수가 601,200명으로 91.7%가 아시아계 여성으로 중국, 베트남, 태국 순으로 많다. 노동유형으로 제조업, 도소매, 음식, 숙박업/돌봄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연령으로는 20-40대 여성이 다수이다. 체류 목적으로는 혼인, 노동, 공부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입국하여 체류하고 있다. 국내 체류 여성 중 특히 제도밖 미등록 이주여성과 불안정한 지위의 난민여성들이 여성인권 보호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이주여성들은 이중삼중의 열악한 구조 속에서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여성이주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현장과 주거환경, 사업장 내 성폭력등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 남성과 결혼 또는 사실혼 관계를 통해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 본국에서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이주를 선택한 이주여성들이 한국으로 이주 후 겪는 가장 큰 난관은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건강은 물론 더욱 무거워진 부양 책임으로 가난으로부터 더욱더 벗어나기 힘든 굴레에 빠진다. 이들의 사례를 보면 임신출산을 겪으며 본인 계획했던 삶의 목표에서 멀어진 여성들이 체념하는 경우도 있다. 미군기지 성매매 피해여성, 마사지업소 불법 성매매 피해여성, 성매매 피해여성의 경우 임신 후 즉각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주변에 상담이나 조언을 해줄 사람을 찾기 어렵다. 원치않는 임신으로 임신중단을 원하지만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놓여 매년 150-200명의 미등록이주여성들이 희망의친구들을 통해 분만과 산전산후검사비 등을 지원받고 있다.
난민여성의 경우 대다수 가족단위로 본국을 떠나 난민으로 입국하는데 종교적, 가부장제 문화권으로 재생산권리에 대한 결정권을 갖기 어렵다. 불안정한 체류상황, 취약한 사회경제적 상황, 건강하지 못한 신체적상태에서도 임신과 출산을 하고 있다. 3년 전 무슬림 문화권 난민여성은 이미 3명의 자녀를 출산하였고, 결핵으로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임신을 하였고 자신의 건강과 자녀 양육의 부담으로 출산을 원치 않았으나 가족의 반대로 인해 결국 출산을 하였다. 대가족 안에서 자녀양육과 가족부양, 경제적 궁핍, 허약해진 이 난민여성이 이 과정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된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낙태죄 폐지는 이주여성과 난민여성들에게 단순한 재생산권리 보호를 넘어 이주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속에서 속에서 자신이 바라는 삶의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건강권 보호와 여성인권보호의 안전장치이다. 현재 이주여성들은 불평등한 의료접근권과 노동권, 모성보호에 차별을 받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 누구나가 국적, 인종, 종교,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성과 재생산권리를 보장받고 건강권을 보호에 차별을 받지 말아야 나아가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반 정책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주여성 누구나 자국어 여성건강정보 제공 받아야 한다. 성상담 및 성교육을 언제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주여성은 안전한 피임 방법 및 임신중지를 원할 경우 안전하게 의료지원 받을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야한다. |
이진희(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님은 모자보건법의 허용 사유가 통제하는 출산의 비정상성이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재생산권을 통제해 왔음을 비판하였습니다. 장애여성의 욕구와 경험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재생산 권리 전반을 보장하는 법과 정책이 필요함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성과 재생산권리를 되찾는 싸움을 중단없이 진행하자!”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더보기
제가 들고 있는 이 책은 2009년 장애여성공감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발달장애여성들과 성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으로 발달장애여성과 성교육을 해보고 싶다고 장애인 거주시설을 찾았을 때, 시설은 절대로 이런 내용은 안된다, 차마 펼쳐보기도 낯 부끄러운 책이다 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참여자도 성에 대해 자극 받으면 안되는 사람을 시설 측에서 구분했습니다. 이런 내용의 성교육을 우리 ‘아이들’에게 시킬 수 없다 였습니다. 가장 안전하게 장애인들을 관리한다는 그곳에서는 강제불임시술, 사생활 통제와 같은 성적 권리를 침해하는 많은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에선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고(38.3%), 목욕을 다른 사람과 해야 하는(55.2%)” 프라이버시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성적 실천은 문제 행동이 되고 자위, 연애 금지라는 규율은 당연한 것이 되었지만, 성폭력은 외부에 쉽사리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시설 성폭력 사건들이 이것을 증명합니다.
장애와 질병을 낙태 허용 사유로 둠으로써 태어날 가치가 있는 생명에 위계를 두고 차별하는 모자보건법 14조도 있습니다. 의학적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국민으로서 부적격한 자를 선별하는 것으로 장애인의 생명권은 위협받습니다. 낙태죄로 억압해왔던 출산의 정상성과 모자보건법의 허용 사유가 통제하는 출산의 비정상성이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재생산권을 통제해 왔습니다. 우생학적 정책, 시설수용을 통한 격리 정책으로 국가는 장애인을 감금하였고,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통제해 왔습니다. 국가의 역할인 권리 보장이란 책무는 자연스럽게 은폐되었습니다. 국가는 이 공간에서 차별받아온 사람들의 재생산 경험, 강제 불임실태 조사를 시작하고, 사과하는 것으로부터 책임을 시작해야 합니다.
허락된 장소에 몸을 놓여야 하고, 원하지 않는데 몸을 보여야 했습니다. 월경에 대한 원리와 정보에 대한 이해는 물론, 어떤 약으로 월경이 중단되었는지 알 수 없는 환경입니다. 자위는 주로 장애남성에게 이루어지지만 성적 즐거움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탈적이라고 규정하는 모든 성적 행동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여성은 자위에 대한 정보는 당연히 금기시 됩니다.
몸에 붙여진 이름표는 나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구분하기 위한 표식, 언제나 정해진 길로 시설 종사자의 뒤를 따라가야 했던 방향, 외출 한번 하던 그날에도 통제되었던 시설화된 삶과 몸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몸에 대한 권리와 존엄이 빼앗긴 그 자리에 성과 재생산의 권리도 없었습니다.
폐쇄된 한정된 관계와 공간, 공동생활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의 구분의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사생활의 권리를 보장 못 받고, 경험한 바가 없는데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사회는 한결같이 ‘발달장애’로 인한 ‘어떤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문제 행동이기 때문에 몸을 훈육해 왔습니다. 치료와 지원이 내 몸과 욕망을 탐구하고 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지지하기 보다 통제하는 것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별의 당사자이며 목격자인 장애여성들은 멈춰있지 않았습니다. 탈시설을 말하고 재생산 권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자원과 사회의 불인정 속에서 자신의 욕망과 실천 속에서 동료들과 손을 잡고 자신의 세계를 알리고 성적 권리를 실현하려고 합니다.
사회가 포착하지 못한 이들의 욕망과 움직임들이 새로운 세계로 우리 모두를 이끌 것입니다. 프라이버시를 보장받기 위한 싸움, 어떤 성교육이 필요한지 내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당사자가 요구하는 것, 또한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을 직접 교육하기 위해 나서는 것 등 수많은 활동을 장애여성의 경험과 속도로 해 나갈 것입니다.
시설내 재생산권 침해 역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대대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장애여성공감은 탈시설 지원과 성교육 현장에서 시설 거주인의 경험을 나누며 배울 것입니다. 프라이버스와 성적 즐거움을 말하는 성교육을 통해서 시설 거주인이 자신의 경험을 발언하기 시작했을때 거대한 억압의 역사가 드러날 것 입니다. 그러니 이 책은 시작에 불과하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며, 그리고 이러한 실천과 상상력은 다른 소수자들과 만나 낙태죄 폐지 이후 새판 짜기를 해 나갈 것입니다.
장애여성의 몸과 성에 대해 허락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우리는 내 삶의 공간과 관계를 구축하고, 사회적 자원과 지원을 권리로 요구하고, 성적 폭력만이 아니라 즐거움을 찾는 역동적인 여정을 스스로 시작하는데 참여하고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장애여성의 욕구와 경험 속에서 재생산 권리 전반을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들었는데 국회와 정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이 책부터 보라고 던져줘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성과 재생산권리를 찾는 싸움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21대 국회는 응답하라!’ 재생산 권리 보장 투표 퍼포먼스를 진행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핫팩, 단체협약서, 건강보험증, 참정권, 여권,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북, 돌봄 휴가제, 핫라인, 미프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지난 4월 15일 총선이 끝났고, 오는 5월 30일부터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됩니다. 국회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응답하여 변화의 물결을 함께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이 후기는 상담소 자원활동가 찔레님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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