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9번째 생일을 맞아 상담소의 두 환갑활동가인 지리산과 사자를 인터뷰했습니다.
둘이 합쳐서 47년. 오랜 활동경력만큼 재치있는 입담과 케미로 많은 분들께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 주었는데요, 이번에는 반대로 상담소에 들어온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활동가 3인을 2년차 활동가 닻별이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인터뷰는 이번주 금요일까지 총 5회 연재됩니다. 활동가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먹고 살 만 한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로서 일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매일 오후 6시, 함께 지켜봐 주세요!
인터뷰어: 닻별(닻)
인터뷰이: 주리(주), 유랑(유), 낙타(낙)
Q17.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사내복지가 궁금합니다!
유: 아까 얘기한 재충전 휴가요.
주: 많은 분들이 먹을 걸 보내주십니다.
닻: 많은 후원자분들이 맛있는 먹거리를 많이 보내주세요. 가장 대표적인 분은 요즘에 매주 목요일마다 빵을 보내주시는 분도 계시죠. 저희는 빵언니라고 부르는. 덕분에 빵을 원 없이 먹은 것 같아요. 상담소 대표 빵순이 사자가 엄청 좋아했습니다.
주: 여름에는 수박 보내주시고. 과일 진짜 많이 보내주시는 것 같아요.
닻: 겨울에는 귤 보내주시고.
낙: 귤 진짜 많았어요.
주: 연말에 활동가들 출근도 안하는데 귤 계속 들어와서. "<공지> 귤 한 봉지씩 가져갈 것." 그랬잖아요.
낙: 너무 많이 들어와서 제주도인줄 알았어요.
닻: 실제로 제주도에서 “저희 집이 귤농장을 해서요, 보내드리고 싶어요.” 하면서 그냥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유: 맞아요. 저도 봤어요.
주: 너무 감사한 일이예요. 정말 다양한 분들이 마음으로 활동가들의 영양상태를 걱정해 주십니다.
닻: 상담소의 복지는 아니긴 하지만요. 역시 밥의 민족이라 그런가.
주: 특히 2~30대는 혼자 사니까 과일을 잘 못먹는 경우가 많으니까 가족들이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걱정 많이 하시는데, 월급은 적지만 먹을 것 만큼은 잘 먹고다니는 것 같아요.
유: 점심도 맛있고. 점심만 기다려요.
Q18. 혹시 활동을 하면서 지치거나 그만하고 싶을 때가 있나요? 그리고 어떻게 그런 순간들은 극복하시나요?
주: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일하다 보니까 의견충돌이 있을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조금 화가 나기도 하지만, 결국엔 서로 대화를 통해 풀 수 있어서 괜찮은 것 같아요.
닻: 괜찮은 거 맞죠? 하나도 안 괜찮은거 같은데.(웃음)
낙: 많이 떠는 것 같은데. (웃음)
주: 아무튼! 우리는 동료상담원 제도(* 상담소의 평등문화증진 규정을 따라 2019년부터 만들어진 제도. 상담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중재하거나 개입하는 등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으로 만들어졌다.)도 있고 해서 괜찮은 것 같아요.
닻: 두 사람은 어떨 때 제일 힘들어요?
유: 아직 활동 경력이 2년밖에 안 되어서 말하기 애매하긴 한데요, 지금까지 상담소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작년 하반기였습니다. 팀 내부 사정이 생겨서 예기치 못하게 업무가 상당히 늘어 제가 미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아졌어요. 저한테도 과부하여서……(한숨) 그 때 너무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주: 제가 그 때 유랑 달래느라 고생 많이 했습니다.
닻: 맞아. 그 때 유랑 엄청 피곤해 보였어요.
유: 소진될 것 같을 때 동료들이랑 이야기하면 제일 좋긴 한데, 작년 하반기에는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스XX밸X를 엄청 많이 했어요. (웃음)
닻: 역시 게임이 짱이죠.
유: 아무 생각없이 펭수 유튜브도 많이 봤고요. 결국은 상담소 차원에서 문제가 해결되어서 괜찮아졌는데, 그 시기가 조금만 더 길었다면 정말정말 퇴사하고 싶었을 것 같아요. 말할 시간도 없을 때라 어디에 털어놓을 시간도 없었거든요. 업무과중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합시다. 긴급한 경우가 생기더라도 조직 차원에서 빠른 결단을 내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때 느꼈어요. 동료가 소진되지 않게 빠른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낙: 아직 그만하고 싶을 만큼 지친 적은 없었던 것 같고요. 업무가 과중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그 때는 동료들이랑 이야기하고 집에 가서 일과 거리두려고 애썼어요. 드라마를 잘 안 보는데 거기에 몰입해본다던가, 친구를 많이 만난다거나. 조직차원에서 업무 과중을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의에 안건도 올렸고 업무도 다시 분배되었어요. 되게 든든 하더라구요. 그 덕분에 극복이 잘 되었어요.
Q19. 활동가를 직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사람, 동료 페미니스트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유: 활동에 관심 가지기! 참여하기!
주: 후원이요!
낙: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쉼터 열림터, 연구소 울림의 후원회원 되기! 일상적 실천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주: 많은 사람들이 공론장에서 토론하면서 논의지형을 만들어가야 할 때, 그걸 꼭 활동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함께 공론장에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폭력 분야의 연구자와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나누고 싶은 고민도 많은데, 연구소에 놀러오셔서 함께 논의하고 연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 직업으로 활동가를 선택하지 않아도 여성단체나 페미니즘 활동에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제 친구들 중에서 조금 소개해 보자면,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페미니즘 관련 작업을 하거나 인권단체의 홍보물/웹자보 작업 의뢰를 받는 친구도 있고, 인권변호사를 꿈꾸는 친구도 있고,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기자, 언론인 친구들도 있어요. 반드시 직업 활동가가 되어야만 활동을 잘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벌써 내일이 마지막 날입니다. 5편은 4개의 질답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내일 저녁 6시에 또 만나요!
기획/인터뷰/편집 : 닻별
녹취록 작성 : 닻별, 주현
'시끌시끌 상담소 >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활동가 인터뷰: 활동가 인생곡선 1 감이 편 (0) | 2020.08.24 |
---|---|
6월 활동가 인터뷰: 활동가, 먹고 살 만 한가요? 5편 (2) | 2020.07.03 |
6월 활동가 인터뷰: 활동가, 먹고 살 만 한가요? 3편 (0) | 2020.07.01 |
6월 활동가 인터뷰: 활동가, 먹고 살 만 한가요? 2편 (2) | 2020.06.30 |
6월 활동가 인터뷰 : 활동가, 먹고 살 만 한가요? 1편 (0) | 2020.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