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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20 성폭력전문상담원 심화교육 <조직 내 성폭력 사건지원자 역량강화교육: 흔들리던 성냥불이 우직한 등대가 되기 위해>

0. 코로나 시대에 심화교육의 향방은??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진세가 심상치 않았던 지난 816() 오후, 이번 교육을 기획하고 준비한 여성주의상담팀은 사무국과 함께 긴급 화상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애초부터 수강인원을 최소한의 인원인 15명으로 한정했었지만, 하루종일 창문이 없는 지하 교육장에 강사와 진행팀을 포함한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5일간이나 같이 있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부담이 컸습니다. 그래서 결국 전체교육 5일 중 첫날을 제외한 4일을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모든 교육참가자와 강사들에게 전화를 돌려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첫날 하루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한 이유는 이번 교육이 15시간의 강의와 15시간의 워크숍으로 구성되어, 교육참가자 간 원활한 소통과 네트워킹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으로만 만나기보다는 한 번이라도 직접 인사를 나누는 기회가 있는 편이 온라인에서의 소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요. 첫날이었던 817일은 대체휴일로 지정되어서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이용이 많지 않을 거라 예상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습니다. 교육장 입실 시 모든 교육참가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체크를 했으며, 손소독제를 사용했습니다. 점심식사는 외부로 나가지 않고 도시락을 주문해서 1층과 이안젤라홀에 인원을 분산하여 먹기로 하였습니다.

 

1. 오리엔테이션과 <등대지기 약속> 만들기, <성폭력 사건지원자로서 나의 위치 찾기>

심화교육 첫 날 오프라인에서 진행한 오리엔테이션

817() 드디어 2020 성폭력전문상담원 심화교육 <조직 내 성폭력 사건지원자 역량강화교육: 흔들리던 성냥불이 우직한 등대가 되기 위해> 첫날이 밝았습니다. 오전 10시에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리산에서 함께 하시는 참가자분이 계셔서 첫날에도 줌을 이용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간단한 안내사항을 전달하고 난 후, 자신의 이름 혹은 별칭과 함께 3가지 키워드를 이용해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반성폭력운동의 스펙타클을 한 가득씩 품고 나타난 14명의 심화교육 참가자들의 면면을 듣는데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 공간의 약속>을 함께 읽고, 교육기간 동안 서로를 존중하며 지켜갈 <등대지기약속>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등대지기 약속>

* 비밀 유지: 안전한 환경에서 말할 수 있게
- 여기서 들은 이야기는 비밀지키기
- 화면 캡처&유포금지
* 원활한 온라인 교육: 온라인 환경에서 집중할 수 있게
- 사전 장비테스트를 위해 10분 전에 입장하기
- 생활소음 방지를 위해 기본 설정은 음소거로 하기
- 하의 챙기기(속옷X)
- 온라인이라 불편하겠지만 집중하기
- 생활소음 방지를 위해, 기본 설정은 음소거로 하기
- 진행자 혹은 강사님께 발언권을 얻어 한 명씩 말하기
-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 팔을 엑스자로 교차해서 표현하기
- 캠은 참석여부 확인을 위해 켜두되, 힘든 상황에서는 잠시 화면을 돌리거나 크로마키 기능, 이미지 대체 등 활용하기
- 쉬는 시간 틈틈이 스트레칭

* 존중과 배려가 있는 소통: 전체 진행에서
- 상대 발언을 경청하기
- 발언을 강요하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부담갖지 않기
- 말하지 않은 것(내심)을 알아주길 기대하지 않고 표현하기
- 질의응답 시간을 꼭 마련하되, 강의 중간에 질문이 생기면 채팅창에 올려두기(강사님이 지나치실 경우, 활동가가 챙길게요)
- 님 혹은 선생님 같은 호칭없이 이름(활동명 혹은 본명 중 이름)만 불러요.
- 모르겠는 것 불편한 것 있으면 적극 표현하고 함께 소통하며 대처하기
- 폭력적 권리침해 발언 등장할 때 삐용삐용(양손을 경광등처럼)”
- 의견이 다르더라도 평가하지 않고, 정중한 언어로 표현하기

자기소개하는 시간

817() 첫째 날 오후 강의는 상담심리센터 위민 대표이자 여성주의상담연구회 이사인 김은아 님의 <성폭력 사건지원자로서 나의 위치 찾기>가 진행되었습니다. 김은아 님의 따스하며 차분한 강의 덕분에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풀리고 서로 편안하게 모둠토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건지원자로서 자신이 가진 (개인적, 관계적, 조직적) 권력과 무력을 짚어보는 시간을 통해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 개인적 ,  관계적 ,  조직적 )  권력과 무력을 짚어보는 시간
모둠토론으로 정리해 본 권력과 무력의 위치와 내용

 

2. <조직 및 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의 특성과 조직문화>, <조직 내 규정 점검 및 문화진단>

 

818() 둘째 날 오전 강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의 책임연구원 김보화 님의 <조직 및 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의 특성과 조직문화>였습니다. 관련 강의, 연구, 조직 내 사건 지원 등 다방면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강사님이라 강의 내용이 주옥같았습니다. 슬라이드를 꽉 채운 텍스트들 만큼이나 내용이 알차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 해결의 역사>, 공동체 내 사건 해결의 불가능성, 지원자로서 마주치는 고민들 등이 공감이 많이 됐다.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의미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지원자로서의 역할과 그 한계를 인식하고, 피해자(내담자)에게도 그것을 공유하는 것. “완벽한 사건 해결은 없다등 사건지원자들이 짊어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온라인 강의 첫 날 전경. 스탠드 불빛에 눈이 많이 부셨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오후 순서는 워크숍 <조직 내 규정 점검 및 문화진단>이었습니다. 이번 교육에 참여하신 분들이 규정들을 보내주셔서 그것들을 모아 자료집에 담았는데, 워크숍을 준비한 김혜정 님(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추가로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는 각 단체의 규정들을 공유해주셔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이 더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사건을 지원하면서는 규정들을 세세하게 읽어볼 기회가 흔치는 않은데, 사건 신고접수 후 진행되는 타임라인을 그리며 성폭력 사건 규정과 매뉴얼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3. <2차 피해와 피해자중심주의>, <여성주의상담과 피해자리더십>

 

 

819() 교육 셋째 날 오전 강의는 여성주의연구활동가 권김현영 님의 <2차 피해와 피해자중심주의>였습니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이 두 키워드를 둘러싼 딜레마. 2차 피해와 2차 가해, 이 명명은 무엇에/누구에게 관심을 가지는지의 문제라는 것. 2차 피해라고 했을 때, “피해자가 만나는 사회(관계망, 언론, 경찰, 사법부 등)”가 드러나지만, 2차 가해라 했을 때는 피해자가 만나는 사람에 초점이 맞추어지며, 각각의 책임이 개인에게 돌아가게 만든다는 것. 결국 사회 구조적 맥락을 볼 수 없게 만드는 단어가 바로 “2차 가해”. 이 외에도 강의안에는 주옥같은, 뼈 때리는 내용들이 가득했습니다.

 

셋째 날 오후 강의는 첫 날에 이어 다시 돌아오신 김은아 님의 <여성주의상담과 피해자리더십>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자기 삶의 전문가이고, 사건지원자는 성폭력 사건 해결의 전문가다. 동등한 주체로서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조력을 받는 것. 여성주의상담의 원리와 원칙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던 중요한 강의였습니다. 여성주의상담팀에서 내담자들을 만나는 저희에게도 정말 필요한 강의였습니다. 성폭력 외상경험에 대한 이해와 개입 부분에서 초기 개입 시 하지 말아야할 것과 조직 내 사건에 대한 개입은 정말 중요하게 알아야하는 것이었고, 그 중에서도 사건지원자는 혼자서 판단하지 않고 자문과 도움, 조언을 받을 수 사람들을 지지체계로 확보해야한다는 것이 정말 깊이 와 닿았습니다.

 

4. <조직 내 사건지원의 유형과 가해자의 특성 다루기>, <조직 및 공동체의 사건지원의 지도 그리기>

 

820() 넷째 날 오전은 <조직 내 사건지원의 유형과 가해자의 특성 다루기>는 서울연구원 성평등인권센터의 최김하나 님이 해주셨습니다. 교육 기간동안 교육참가자들이 가해자들 과 관련된 고민들을 종종 질문으로 채팅창에 올려주셨는데, 그때마다, ‘가해자에 대한 고민을 사건지원자들이 참 많이 하게 되는구나’, ‘가해자와의 대면이 사건지원자의 역할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구나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강의를 잘 넣었구나~’ 싶어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최김하나님은 (예전에) 민우회 성폭력상담소에서 사건지원활동과 더불어 가해자 교육 등의 활동도 오래 해오셨던 터라, 교육참가자들의 궁금증과 고민에 깊이 공감해주시면서 여러 실무적인 꿀팁들을 전수해주셨습니다. 조직 내 사건지원을 할 때 조직 내에서 조사위가 꾸려졌을 때 어떤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못된 가해자들을 만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유용한 이야기들을 참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가해자와의 관계설정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강의가 종료되고 나서도 채 답하지 못한 질문들에 채팅으로 하나하나 답해주신 최김하나 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어진 워크숍 <조직 및 공동체의 사건지원의 지도 그리기>. 이번 교육을 맡은 여성주의상담팀에서 이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3시간동안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려고 준비했던 것을 온라인에서 진행하려고 하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계획했던 방식에서 약간 변형하고, 시간분배도 대폭 수정하고, <다시 그려보는 사건지원자의 사건해결지도>라는 워크시트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기존에 <<보통의 경험>>이라는 책에 나오는 <사건해결지도 따라 길 찾기>라는 도표는 생존자가 직접 그려보면서 자신의 경험과 앞으로의 과정을 객관화하는 작업이에요. 교육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지원했던 사건을 가지고 사건지원자의 입장에서 이 지도를 그려보시라는 과제를 미리 드렸습니다. 과거 자신이 지원했던 사건을 복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직 내에서 하는 평가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사건 지원 후에 명확하게 종결이 되지 않으면 더더욱 평가하는 것을 어렵죠. 그래서 과제로는 한 가지 사건을 복기해서 사건해결지도에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도록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3-4명의 모둠을 구성해서 소회의실에서 80분 동안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각자의 사건을 모둠원에게 설명하고, 만약 이 사건을 다시 진행한다면 어떤 방법들이 있을지, 다양한 선택지들을 상상해보고, 그 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여러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었죠. 6강에서 나누어주신 참고자료에 있던 <여성주의 의사결정 모델><사건해결지도>에서 착안해서 사건지원자의 입장에서 작성해볼 수 있는 워크시트를 만들었어요. 그 워크시트를 토대로 모둠토론을 하고나서, 개별작업으로 다시 사건지원을 한다면 어떤 의사결정을 하게될 지 상상해보는 워크시트 작성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시간을 기획하고 준비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었는데, 모둠토론을 하고 난 교육참가자분들의 표정이 밝아져있어서, 참 뿌듯했답니다. 물론 워크시트 덕분이라기 보다는, 온라인으로라도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었던 워크숍이고, 소소한 잡담의 시간이 허락되었기 때문이었겠지만요.

 

5. <알아 두면 유용한 관련 법률 둘러보기>, <성폭력 사건지원자의 역할과 한계>그리고 수료식

 

821()은 심화교육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오전 첫 강의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김두나 변호사님의 <알아 두면 유용한 관련 법률 둘러보기>가 진행되었습니다. 평소 중구난방으로 알고 있던 성폭력 사건 해결과 관련한 법률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주셨습니다. 조직 내에서 사건을 지원하는 과정은 법률과는 자칫 동떨어진 과정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근거와 기준을 가지고 과정을 밟아나가기 때문에, 판결문이나 국가인권위원회 혹은 서울시 인권보호관의 성희롱 성폭력 결정례집 등의 참고자료가 필요합니다.

 

 

마지막 강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최란 활동가의 <성폭력 사건지원자의 역할과 한계>가 이어졌습니다. 사건지원자는 해결사나 구원자가 아니라는 말에 그간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지원자에게도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그 내용을 공유하라는 것은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디스 허먼의 <트라우마>에서 회복단계를 보여주셨는데, “기억과 애도그리고 연결의 복구이런 내용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수료식과 온라인 뒷풀이 세팅

점심을 먹은 후에, 이번 교육의 마지막 시간인 <수료식>을 진행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뒷풀이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각자 음료와 다과를 준비해서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이번 교육을 돌아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의 단어나 문장을 먼저 적어보는 시간을 가진 다음에 <Message to the Lightkeeper(등대지기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써보고 그 내용을 나누었어요. 5일 동안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며 느낀 것들을 이야기 하는데,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충만해지는 것 같았답니다. 다음으로는 교육참가자들에게 우편으로 보내드릴 수료패키지(상담소 굿즈들과 회원소식지 나눔터, 그리고 <피해와생계사이> 집담회 자료집, 수료증 등)의 언박싱 시간도 가졌어요. 그리고나서 편안하게 다과와 음료를 먹으면서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질문 등을 나누기도 했답니다. 9월 중순쯤에 후속모임으로 <온라인 사례 포럼()>을 진행해보기로 하고 모든 순서를 마쳤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뒷풀이

817()부터 21()까지 5일동안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심화교육을 통해 서로의 고민을 진지하고 다정하게 듣고 공감해주는 사건지원자 동료들을 만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답니다. 서로의 지지체계가 되어 줄 수 있는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갈 수 있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여전히도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각 조직이나 공동체에서 일어난 사건을 지원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답니다. 그래서 본 교육의 자료집을 올 연말에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 업로드할 예정이오니 정보와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이 글은 여성주의상담팀 감이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