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2월 18일(목) 오후 7시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 2월 모임이 진행됐습니다. 아래는 소모임 참여자 시원님의 후기입니다.
오랜만에 페미말대잔치에 왔습니다. 오늘은 열 두 분이 참여해주셨습니다(다운, 똑부진, 명아, 보라, 선물, 시원, 앎, 인미, 자영, 지윤, 찔레, 푸른나비). 새로 들어오신 분들과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가웠답니다. 이번처럼 대규모 인원에 새로운 분들과 얘기를 나눈 건 아주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페미말대잔치에 오게 되었는지, 요즘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 회의감을 느꼈던 순간, 운전면허 1종에 도전한 일, 머리카락을 자르게 된 얘기, 다른 나라 여성들에게 페미니즘 서적을 권한 일, 우리에게 경제권이 중요한 이유, 아버지가 “내 평생 단 하나의 소원은 네가 살을 빼는 거야”라고 했던 것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자연스레 여러 질문도 나왔습니다. 분노를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까? 왜 ‘오빠’라는 말은 하기 꺼려질까? 왜 우리는 외모로 자존감이 낮아지지?
먼저 분노를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라는 책 추천이 가장 먼저 들어왔습니다. 어떤 분에게는 분노로 꽉 차있는 요즘, 힘이 되어준 책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어딘가에 메모를 해두었답니다. 어떤 분은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도 분노로 정신은 더 또렷해져서 입이랑 손만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쓴다고 하셨어요. 우리는 분노를 원동력으로 살아가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왜 ‘오빠’라는 말이 하기 꺼려질까? 혹은 왜 누군가는 ‘오빠’라는 말을 하기가 힘들까? 라는 질문에서는 ‘오빠’라는 호칭과 권력의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미 '오빠'라는 단어가 너무 변질되어서 나이 많은 남성이 자신의 성적 매력이나 권력을 과시하려고 사용하는 말 같다는 얘기가 나와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연애 각본은 나이 많은 남자와 나이 어린 여성이 한 세트로 붙어 있는 게 익숙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견도 남겨주셨습니다. 또 누가 여성이라고 불리는지, 머리카락이 짧거나 덩치가 큰 외모이면 여성이 아닌 건지, 왜 누군가는 '오빠'라는 호칭을 강요받고 누군가는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지 못 하는가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습니다. 학생운동 할 때 여성운동가가 형이라고 부르는 것, 개그 프로그램에서 “넌 오빠라고 부르지 마” 라고 하는 것 등의 사례를 들며 어떤 상황에서는 '오빠'라고 부르는 게 투쟁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형님문화와, 나이 권력과 성 권력의 관계에 대한 생각까지, '오빠'로 시작했지만 불평등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머리카락 이야기도 깊게 나눴습니다. 머리카락이 짧아서 '누가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나눠주신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남자 쉐프가 삭발한 것은 되게 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자 쉐프가 삭발한 모습은 왜 볼 수 없을까? 하는 질문도 나왔고, 삭발한 머리가 아프거나 종교적 이유, 투쟁의 의미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헤어스타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말에는 다들 크게 공감했습니다. 여성들 모두가 삭발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우리는 왜 머리길이에 그렇게 큰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 진하게 남았던 이야깃거리였습니다.
온라인이어도 이 주제 저 주제를 오가며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어 깜짝 놀랐습니다. 온라인이다 보니 타국에 계신 분들과도 얘기 나눌 수 있고, 고립감에 더욱 취약한 시대에 함께 말을 건네는 공간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소감이 이어졌습니다.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도 이렇게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됐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5개월 만에 페미말대잔치에 왔는데요. 페미니스트로서의 우리의 삶은 어떠한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마음이 참 편해지고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사는 곳도, 생김새도, 나이도 다르고 익숙한 것도 낯선 것도 참 많이 다른데,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건 아마 서로 다른 우리를 살게 하고, 또 억압하는 것들의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말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연대하게 되네요. 오늘도 즐거웠습니다! 평생 이렇게 수다 떨며 살고 싶네요!
다음 모임은 3월 18일(목) 오후 7시 온라인 화상회의(ZOOM)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래 참여 안내에 따라 이메일로 참여 신청을 해주시면 담당자가 확인하여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올해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는 월1회 여성주의 수다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하여 다른 주 목요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및 지지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신청해 주세요~
◆ 일정 :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상담소 사정이 있을 경우 협의 하에 일정 변경) ◆ 장소 : 신청자에게 별도 공지(*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온라인 ZOOM을 통해 진행) ◆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02-338-2890, f.culture@sisters.or.kr) ◆ 신청방법 : 성문화운동팀 이메일(f.culture@sisters.or.kr)로 다음과 같이 참여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주세요!
제목 : [페미말대잔치] 회원소모임 참여 신청 내용 : 이름/별칭, 연락처, 참여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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