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회원소모임에서는 페미니즘과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퀴어 이론을 다루는 책인 미미 마리누치의 '페미니즘을 퀴어링!'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모임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어렵다고 느꼈고, 공부하는 자세로 읽은 책입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연구원이신 파이님의 성적 다양성과 섹슈얼리티에 관한 강의 자료를 함께 보고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고, 덕분에 관련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소모임에서는 생물학적으로 지정된 성별과 다른 내면의 정체성을 가짐에 따라 부조화를 경험하는 트렌스젠더와 성별 불쾌감(젠더디스포리아)에 대한 이야기부터 MTF(Male-To-Female)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 혐오 및 배제, 젠더프리 사회, 시스젠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권력적 위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여성은 이래야 돼, 남성은 이래야 돼' 하는 부분들이 없다면, 자신을 표현할 때 어떠한 억압이나 규제도 없는 사회가 실재한다면 트랜스젠더가 느끼는 것들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고, 젠더가 없는 상태가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또한, 젠더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우리로써 성별이분법적으로 구성되지 않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고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젠더가 중요하지 않은 사회적인 제도 및 정책 등을 상상해 나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는 의견도 공유되었습니다. 그 예로는, 여성∙남성의 표시가 없는 젠더프리 화장실과 그러한 표시가 있는 화장실을 동시에 한 층, 혹은 건물에 마련하는 것, 공적 증명서 등에 성별을 표기하지 않거나 여성∙남성 이외의 대안을 선택하거나 적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밖에, 성소수자 차별과 함께 실제로 여성 화장실에서의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부분도 같이 고려를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고민의 지점이 되었습니다. (사실 '젠더가 중요하지 않은' 사회적인 제도와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저인데, 이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젠더가 중요하지 않기 보다는 '여러 젠더가 존재함이 인정되고 존중되는 사회'가 더 이상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나아가, 별다른 복잡함 또는 어려움 없이 여성이나 남성으로 존재하는 시스젠더 정체성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내가 내 스스로를 여성인지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여성 시스젠더는 얼마나 권력적인 위치에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 그리고 살면서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곧 내가 우위적 사회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공유 되었습니다.
또한, 생물학적 여성이 아닌 페미니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오고 갔습니다. 여성의 몸을 가진 경험이 없기에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혹은 경험하는 것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나, 이러한 이유로 여성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퀴어 이론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 세상에 없던 경험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실제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고, 이러한 이론들이 어렵다는 것은 숙명적이라는 것, 그리고 이 어려움에 부딪치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라는 의견이 와 닿기도 했습니다.
끝으로, 소모임이 끝나고 다시 이 책을 찬찬히 보며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퀴어는 범주를 다양하게 하는 것이며 기존의 이분법에 도전하는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입니다.
"퀴어이론은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그럴 것이라 추정함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젠더, 섹스, 섹슈얼리티의 범주들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p. 71)
"이분법에 도전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것이 만들어내는 구별을 부인하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가령 여성과 남성 간의 구별을 부인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 … 이런 방법은 여성과 남성 간의 구별이 많은 트랜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기존의 이분법에 도전하는 방법으로 좀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단 두 개의 범주가 아닌 많은 범주가 존재하도록 추가적인 대안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pp. 111-112)
앞으로 퀴어에 대해 더 공부하고 알아가겠다고 다짐하며, 4월 소모임의 후기를 마칩니다.
<이 글은 박진선님 회원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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