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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4.7 선거 직후 서프러제트를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이었습니다. 분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줌에 접속했습니다. 역시나 투표권을 쟁취했지만 여전히 여성 정치는 요원한 것 같다는, 슬프지만 반가운 말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물론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영화가 보여주듯 지난한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지만, 행사하기까지의 환경은 너무나 달랐던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당시에 참정권, 투표권이라는 건 단순한 투표권이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권리이자 재산권에 대한 이야기이고, 모든 게 합쳐져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기억에 남습니다. 참정권 운동은 언제나 지워져 온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으로서 의미가 있었던 것이죠.
폭력적인 인생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영화라 힘들었다는 코멘트도, 한 여성이 운동가가 되고 깨닫는 과정에 기쁨이 있을 수도 있는데 잔인하게 보여준 것이 아쉬웠다는 코멘트도 있었습니다. 여성 안에서의 교차성, 계급과 인종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귀족 여성들이 시작한 참정권 운동이 점차 격화될수록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는 것은 주로 노동계급 여성들이었습니다. 영화 내 인종 다양성은 전혀 없었지만 실제 서프러제트 운동에는 인도계 여성도 있었고, 운동 내에 인종차별 흐름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백인 귀족 여성들이 주도하는 조직은 수직적이고, 한 사람(팽크허스트)을 우상화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리고 운동은 노동계급 여성 한 사람의 희생으로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그렇게 얻어낸 성과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을 지닌 여성의 참정권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노동계급 여성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 상황에서 하지 않을 수 없어서, 세상이 보기에는 계급을 넘으려는 시도(영화 속 경찰이 말하는 것처럼)겠지만 실은 연대한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운동가가 되는 순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떠나 불의와 싸우는 거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어요.
노동 혐오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영화 내에서는 동일임금을 받지 못하고 가사노동을 오롯이 떠맡으며 교육의 기회도 박탈당하는 여성의 삶을 보여주며 참정권 운동의 동기를 설명합니다. 그 노동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현대에서 복합적인 상황을 여성이라 겪는 일로 매도하게 되면 노동자로서의 연대가 어려워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배달업계가 남초라는 이유로 노동을 멸시하고 계급을 매기려는 시도가 여성 사이에 분명히 있다는 것과 그런 노동혐오를 신자유주의로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정답이라는 지적이 기억에 남습니다. 현실에 살고 있는 여성의 삶이 나아지려면 여성뿐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삶도 나아져야 하니까요.
한편 저는 이번 모임이 첫 참여였는데요. 내가 반한 언니, 라는 이름만 듣고도 하고 싶어졌었습니다. 콘텐츠 속에서 여성의 삶을 톺아보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내가 반한 언니’까지 함께 찾을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수록 처음 갖고 있던 나이브한 생각은 사라지고 점점 운동이란 뭔지, 현실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딱 꽂혔던 말이 있는데요.
서프러제트를 시작했고 이끈 팽크허스트는 파시즘에 찬성하고 파업을 억압하고 전쟁에 찬성했습니다. 여성도 시민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사회가 원하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자신을 연출해야 하고 그러자면 사회의 뜻을 더 강하게 지지했어야 할 필요도 있었을 거라는 이해도 함께했지만 그 도덕적인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끝에 한 분이 페미니스트로서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주장은 좀 더 발전하고 있구나, 팽크허스트보다 도덕적으로 나은 페미니스트가 되었네! 하고 말씀해 주셨어요.
서프러제트를 보고 함께 이야기한 4월 13일 내반언 모임은 예상치 못한 제가 반한 언니, 현재 싸우고 있는 우리 자신을 자랑스럽게 비춰주며 결론이 났습니다. 해방감과 고양감을 주는 2시간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내가반한언니 회원 '동주'님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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