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답답함이 많은 2021년이었습니다. 특히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며 혐오와 차별발언이 온라인을 넘실대는 시기였어요. 서울퀴어문화축제는 평소의 억압과 차별을 잠시 잊고 해방감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 올해는 꼭 오프라인으로 모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제 바람과 달리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요.
2020년 이후로 세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많은 행사나 이벤트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 변화가 가장 크게 체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작년에도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상담소가 온라인부스에 참여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 온라인 공간에서 흥미를 끌 수 있는 구성을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상담소는 이전부터 '적극적 합의' 개념을 제안해왔습니다. 2017년 발간한 중요한 판결 시리즈 <단 하나의 기준, 적극적 합의!> 자료집을 보면 아실 수 있는데요, 이후 섹스와 성폭력을 가르는 5가지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 핑크닷에서도 <나의 적극적 합의 점수는?> 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성적 실천 경험을 되돌아보는 참여형 부스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미투 이후 벌써 3년, 올해는 성적 동의를 넘어서는 <적극적 합의> 개념을 널리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스킨십을 시작하기 전, 단순히 '좋아!', '싫어!'를 확인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상대방과 관계맺는 과정에서 일상과 섹스 모두 상호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인식개선 캠페인과 함께 법 역시도 바꾸기 위해, 강간죄개정연대 활동도 병행하고 있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부스로 참여한 것은 이성애 연애각본에서 벗어난 다양한 경험사례가 퀴어 커뮤니티 내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참여형 부스 프로그램으로는 '적극적 합의 설문조사'와 '나의 적극적합의 유형찾기'를 진행했답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설문에 참여해주신 덕분에 약 1000명 가량의 응답자를 만날 수 있었고, 심층인터뷰를 해주신 분들의 재미있고 다채로운 실천 경험도 들어볼 수 있었답니다. 설문조사 내용은 올해 중 <적극적합의 가이드라인>으로 발간될 예정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상담소 홈페이지와 SNS를 놓치지 마세요!
마지막 프로그램은 <나의 적극적합의 유형찾기> 였는데요, 평소에 내가 하던 적극적 합의의 과정 성향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답니다. 아직도 링크는 열려있으니, 나의 유형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해보시고 나의 유형이 무엇인지 SNS에 알려주세요! 질문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질문도 슬쩍 공개할게요.
Q1. 섹스 장소를 고를 때, 주로 어떻게 골라?
A. "어떤 분위기의 장소가 좋을까?" 상대방에게 물어본다.
B. 평소에 상대방이 좋아하는 장소를 잘 기억해둔다.
Q2. 파트너의 스킨십 동의 여부, 어떻게 확인해?
A. 눈짓, 손짓, 분위기 등 비언어적 제스쳐
B. "해도 될까?" 직접 물어본다
Q3. 안전한 섹스를 위해 중요한 피임도구!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A. 어떤 피임도구가 있는지 파트너와 함께 찾아본다
B. 내가 먼저 정보를 찾아본 후 파트너와 공유한다
Q4. 스킨십 도중, 상대방의 의사는 어떻게 확인해?
A. 손짓,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
B. "좋아", "싫어" 등 상대방의 말
Q5. 섹스가 끝난 후,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을 땐 어떻게 할까?
A. 우리 다음엔 이렇게 해 보자! 즐거운 상호 피드백 시간을 가진다
B. 다음에 더 잘 하면 되지 뭐, 다음 섹스를 고대한다
Q6. 파트너에게 갑작스러운 섹스 제안을 받았을 때, 당신의 선택은?
A. "이러저러해서 좋아!" 확실한 이유와 함께 결정
B. "음..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네." 일단 시도해보자!
적극적합의 유형 테스트는 총 122분이 참여해 주셨어요. 테스트에 참여한 분들 모두 나와 파트너의 관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며, 상담소의 <적극적 합의> 프로젝트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다음달인 9월 30일 저녁 7시 반, <동의X동의, 적극적 합의!> 3부: 응용편이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니 잊지 말고 유튜브 구독해주세요!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닻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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