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페미니즘 신간 읽기 모임>의 2021년 마지막 자리가 있었습니다. 팬데믹으로 한 해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모임이 마지막을 기하여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니터에서만 만나던 얼굴들을 보니, 원래부터 오래 보고 지내던 사이 같은 친숙함과 처음 직접 만나는 반가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2021년의 마지막 책으로는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라는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글을 함께 읽고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모임 초반 저자 중 한 분이신 ‘푸른나비’님께서 책읽기모임을 직접 방문해주셔서 출판 후기도 들려주시고, 저자 친필 사인을 받는 자리도 가졌답니다!
독자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경험들을, 정제된 언어로, 글로 녹여낸 저자들의 용기에 대한 지지의 마음을 나누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이 독서의 경험이 단순히 친족 성폭력을 자극적인 사건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게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같으면서도 다른 각자의 경험을 여러 가지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일기 형식의 글, 저자 본인이 동시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되어 진행한 인터뷰 형식의 글, 마지막 장의 그림까지 다양한 형식이 등장해 저자들의 이야기가 더 다채로운 색으로 전달되었습니다.
혼자만 간직하고 있던 성폭력 경험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한 이후, 외부의 반응이 생존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 책에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정상 가족의 이상이나 경제권을 지키기 위해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는 엄마, 가해 사실을 부정하고 피해자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가해자 등은 보호 울타리가 되어야할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2차, 3차, n차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가족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외부의 개입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가족이 아닌 관계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했습니다. 특정 구성원의 희생이나 돌봄노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관계와 공동체가 되어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색해보았습니다. 그 예로, 2003년부터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생존자 말하기 대회와 작은 말하기를 통해 얻은 집단적인 치유와 성장의 경험도 공유되었습니다.
책모임과 함께 한해를 보내면서, 혼자 좋아하는 책만 읽다가 여러 참여자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읽으며 경험의 폭을 넓혀가고, 반강제성을 가진 모임에 참여하며 꾸준히 책을 읽고, 편안한 자리에서 책 내용과 어우러진 각자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상담소 소모임에서 만난 인연들이 또다른 페미니스트 공동체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 글은 박주현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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