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0일(목) 오후 7시 온라인 화상회의(ZOOM)으로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 1월 모임이 진행됐습니다. 이번 모임은 앎, 지은, 메릿, 고유, 혜민 총 5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달 페미말대잔치는 전날 쿠팡이츠 앱에 등장한 여성 혐오적인 테스트 페이지를 신고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탐사보도 기자 에밀리 창의 <브로토피아>에도 잘 정리되어 있듯이, IT기술 문화에서 미소지니(misogyny)는 만연하지만 자각이 잘 안되고 있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1973년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미지 처리 알고리즘을 테스트할 때 자주 사용되었던 표준 테스트 이미지는 '레나' 라고 불리우는 미국의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누드화보였으며, 이러한 성차별적인 IT기술 문화는 IT기술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작지 않은 장애물이였다고 합니다. 쿠팡이츠에서는 협력업체 콜센터의 직원의 잘못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여성 비하적인 내용이 들어간 페이지가 별다른 안전장치와 검수과정 없이 업로드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은 꼭 고쳐져야 될 점 같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이번달 남초 커뮤니티를 결집시킨 이슈였던 하태경 의원의 "알페스 제작유포 처벌법 발의"로 넘어갔습니다. 페미니즘의 '페' 만 나와도 검열을 하고 밴(강퇴)을 하는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의 규정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남성의 성욕을 희화화하는 성차별적인 그림(짤)들은 유머짤이라고 분류되어 별다른 제제를 받지 않지만, 댓글에서 '한남'이라는 단어만 써도 삭제가 되는 점들을 이야기하며 '중립'이 기울어져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회에서 여성은 신뢰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예를들어,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성이 여성을 신뢰하지 않고 여성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무의식적인 현상을 설명합니다. 이러한 현재 사회에서의 여성의 부족한 '신뢰 자원'은 여성이 자신이 당한 성폭력을 입증하기 위해 보여주어야 하는 무수한 증거들과 완벽한 피해자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남성의 단순한 주장 하나에 준비한 증거의 진실성이 의심받는 현실을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을 알아가는 사람들로서 공감하는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진정한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완벽한 페미니스트'가 될 것을 요구받는 압력도 언급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압력에 대한 이야기는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 ' 라고 자주 이야기를 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이어서,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끌리는 것을 따라가면서 삶을 살다 보니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다는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도 제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인정하게 된 계기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페미니즘에 관심은 있었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도 몰랐고, 지금까지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제가 페미니즘을 공부할 자격이 있는지도 스스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대학 교양과목을 듣던 중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을 읽어오는 숙제가 있었는데, 그 에세이를 읽으며 제가 페미니즘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구상할 수 있었습니다. 도나 해러웨이는 사이보그(cyborg)는 기계와 생물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며, 여성과 남성 같은 성이 존재하지 않는 등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 모순덩어리이지만, 근본적인 외로움을 해결하기위해 친화력(affinity)로 뭉치며 생존하는 존재라고 언급합니다. 도나 해러웨이는 "나는 여신이 되기보다 사이보그가 되겠다"라는 문장으로 에세이를 끝내며, 근본적인 정체성(essential identity)으로 결집하는 기존의 페미니즘의 대안으로 정체성과 관계없이 친화력(affinity)로 뭉치는 새롭고 기괴한 세상을 제안합니다. 에세이를 읽고나서, 저는 페미니즘에 참여하기 위해 중요한 핵심은 '페미니스트'로서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정의하고 찾는 것보다는 다른 페미니스트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라는 점을 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야기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먼저, 폭력에 노출된 친구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요, 친구가 폭력을 행사한 사람과 관계를 지속하더라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친구의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친구가 자신의 선택에 자책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외도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늦은 밤까지 신나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2022년 새해 첫 모임이었는데, 다양한 주제를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모임에서 건강하게 만나기를 빌게요!
<이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메릿님이 작성하였습니다.>
○ 이번 모임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소개한 작품들
에밀리 창 『브로토피아』 http://aladin.kr/p/VKCwE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 선언문』 http://aladin.kr/p/mLGBa
샤넬 밀러 『디어 마이 네임』 http://aladin.kr/p/nN2cw
크리스천 밀러, 켄 암스트롱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http://aladin.kr/p/zMMXb
수잔나 그랜트, 에일렛 월드먼, 마이클 셰이본 <믿을 수 없는 이야기> https://www.netflix.com/kr/title/80153467
더글러스 크림프 『애도와 투쟁』 http://aladin.kr/p/7Pgu6
에이버닐 닐 『그 남자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http://aladin.kr/p/w2Cos
정희진 『아주 친밀한 폭력』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개정판) http://aladin.kr/p/5Jxte
2월 모임은 담당 활동가의 사정으로 한 회차 쉬어갑니다. 2022년 정기 일정은 현재 논의 중에 있습니다.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참여 안내에 따라 이메일로 참여 신청을 해주세요. 담당자가 확인하여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올해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는 월1회 여성주의 수다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하여 다른 주 목요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및 지지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신청해 주세요~ ◆ 일정 :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2022년 정기 일정은 요일 협의 중) ◆ 장소 : 신청자에게 별도 공지(*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온라인 ZOOM을 통해 진행) ◆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02-338-2890, f.culture@sisters.or.kr) ◆ 신청방법 : 성문화운동팀 이메일(f.culture@sisters.or.kr)로 다음과 같이 참여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주세요! 제목 : [페미말대잔치] 회원소모임 참여 신청 내용 : 이름/별칭, 연락처, 참여 동기 * 담당 활동가가 참여 신청서를 확인하면 1주일 이내로 이메일 답장을 드립니다. * 신규 참여자에게는 모임 당일에 문자로 참여 안내를 보내드립니다. * 1회 이상 모임에 함께한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경우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를 보내 페미말대잔치 단톡방에 초대해드립니다. 이후 단톡방을 통해 참여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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