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화) 오후 7시 온라인 화상회의(ZOOM)으로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 3월 모임이 진행됐습니다. 두 달 만에 진행되는 모임인데다 마침 일정이 대선 일주일 후여서 평소보다 많은 참여자가 모였습니다. 이번 모임은 고유, 두라, 리나, 메릿, 보다, 앎, 지은, 찔레, 현진 총 9명이 함께했습니다.
처음부터 모임을 뜨겁게 달군 화두는 역시 대통령 선거였습니다. 너도나도 이번 대선 과정 및 결과에 대해 할 말이 많았습니다. 각자의 첫 마디에서는 충격, 절망, 우울, 분노, 좌절, 환멸, 비참함, 황당함, 두려움, 부끄러움……다양한 감정 언어가 나왔습니다. 신체적 고통까지 느낀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참여자 대부분이 대선 기간 동안에도 '정치'를 명목으로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여성혐오 선동에 힘들었다고 합니다. 비록 분석에 따르면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부동산 등 경제 관련 정책들이고 20대 정도만 젠더 이슈를 중요한 비중으로 고려했다고 하지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고 발언하고 '여가부 폐지'를 주요 공략으로 선전해온 후보가 48.6%라는 득표율로 당선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여성인권과 성평등에 얼마나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적대적인지 실감하게 했습니다.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 여부도 열띤 관심사였습니다. 참여자 중에는 각각 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생존자로서, 청소년으로서, 관련 기관 종사자로서 직간접적으로 여가부 사업의 수혜를 받은 경험이 있는 참여자가 많았거든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페미니스트로서 현재 여가부가 맡고 있는 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피해자 권익보호, 청소년 활동 및 사회안정망 강화, 경력단절여성 취업 지원, 성인지 정책 분석·평가 운영, 가족 돌봄 등 여러 업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잘 알기에 모두들 우려가 컸습니다. 아무리 다른 부처로 관련 업무를 이관한다 하더라도 전담 부처 폐지를 결정한다면 관련 업무와 예산이 축소되고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무시당할 가능성이 너무나도 크니까요.
언론은 계속해서 "국민의 절반은 여가부 폐지 찬성한다"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과연 여가부가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진행한 여론조사인지 의문스럽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실제로 '폐지 찬성' 또는 '폐지 반대'라는 이분법적인 여론조사에서는 '폐지 찬성' 응답이 높지만, '강화', '유지', '개편', '폐지' 등 선택지를 세분화한 여론조사들의 결과에서는 '개편' 응답이 '폐지' 응답보다 높습니다. 대선 전후로 온라인에는 현재 여가부 지원을 받고 있는 한부모 가정, 청소년, 생존자 등이 "여가부 폐지 되면 앞으로 지원 못 받게 되는 건지"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참여자는 그런 글들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합니다.
대선을 계기로 친구나 가족과의 가치관 차이를 새삼 깨닫게 된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거나, 선거 자체에 관한 관심도나 참여도가 다르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이 다르거나, 당선 가능성이 없더라도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소신투표'할 것이냐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아니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 중에 '전략투표'할 것이냐 판단이 다르거나……이런 차이들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참여자들은 이번 페미말대잔치에서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기탄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버리고 나니, 하나둘씩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순 없다는 다짐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역에서 여성들을 모아 '여성가족부 폐지 철회'를 촉구하는 오프라인 액션을 펼칠 예정이라는 참여자. 이번 출구조사 결과와 시사인 『20대 남자』, 『20대 여자』 등에서 발표된 성별·연령별 리서치 결과 등을 다시 살펴보며, 돌아올 6월 지방선거를 비롯한 차기 선거에서 어떻게 혐오 선동 정치를 막을 것인지 대응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참여자. 선거 이후 친구들과 함께 한국성폭력상담소가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진행한 "연대의 런데이"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다시 기운을 차렸다는 참여자. 백래시 세력은 남초 커뮤니티, 성범죄 가해자 카페 등에서 여성혐오로 의기투합하고 있는데 여성/소수자/생존자는 안전하게 정보와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너무 없는 것 같다며 대안적 커뮤니티를 마련하고자 하는 참여자. 공교육 내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참여자.
우리가 앞으로도 페미니스트로서 열심히 살아가겠구나,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날 때까지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일상을 지키면 좋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만나요!
<이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앎이 작성했습니다.>
2022년 정기 일정은 매월 세번째 화요일로 결정되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2022년 4월 19일(화) 오후 7시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참여 안내에 따라 이메일로 참여 신청을 해주세요. 담당자가 확인하여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올해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는 월1회 여성주의 수다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하여 다른 주 목요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및 지지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신청해 주세요~ ◆ 일정 :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10시 *다음 모임은 2022년 4월 19일(화) ◆ 장소 : 신청자에게 별도 공지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온라인 ZOOM을 통해 진행 ◆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02-338-2890, f.culture@sisters.or.kr) ◆ 신청방법 : 성문화운동팀 이메일(f.culture@sisters.or.kr)로 다음과 같이 참여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주세요! 제목 : [페미말대잔치] 회원소모임 참여 신청 내용 : 이름/별칭, 연락처, 참여 동기 * 담당 활동가가 참여 신청서를 확인하면 1주일 이내로 이메일 답장을 드립니다. * 신규 참여자에게는 모임 당일에 문자로 참여 안내를 보내드립니다. * 1회 이상 모임에 함께한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경우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를 보내 페미말대잔치 단톡방에 초대해드립니다. 이후 단톡방을 통해 참여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시끌시끌 상담소 > 상담소 소모임 활동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기]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 5월 모임 (0) | 2022.05.30 |
---|---|
[후기]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 4월 모임 (0) | 2022.05.09 |
[후기]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 1월 모임 (1) | 2022.01.26 |
[후기]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 12월 모임 (0) | 2021.12.28 |
[후기] 회원소모임 <페미니즘 신간 읽기 모임: 나는 싸우기 위해 읽는다> 2021년 11월 모임 (0) | 2021.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