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7일(목) 오후 7시 온라인 화상회의(ZOOM)으로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 5월 모임이 진행됐습니다. 이번 모임은 앎, 지은, 두라, 연을쫒는아이, 메릿 총 5명이 참여했습니다.
모임은 언제나처럼 한 달 간 다들 어떻게 지내셨는지를 물어보며 시작되었습니다. 여성주의 영화 매니아로서 새롭게 감상한 영화, 오랫동안 참여했던 독서 모임에서 여성주의 도서를 같이 읽고자 했던 노력,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경험했던 일들과 생각들, 병원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고민들, 여성 주의 활동가로써 바쁘게 보낸 시간들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열심히 이야기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금방 저녁 11시가 되어버려서, 참여 소감을 간단하게 말하는 시간을 가진 뒤 이번 5월 모임을 마쳤습니다.
모임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이야기를 몇 가지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의료 과실이 발생했을 때 해결 과정의 문제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한 분께서 의료 과실에 의한 피해를 경험했는데, 의료사고를 입증할 책임이 환자에게 있어 정신적인 부담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성폭력 사건을 제보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부당하게 큰 부담이 주어지는 것처럼, 의료 사고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피해자의 의무가 많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좀 더 찾아보니, 미국과 캐나다 등의 의료 선진국에서는 피해자의 회복에 중점을 두고 의학적인 전문 지식을 가진 의사면허관리기구에서 의료사고를 조사할 권한을 가지고, 과실 유무를 직접 규명해 의사 면허 취소 등의 징계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의사면허관리단체가 설립되지 않아 의료계 자율적으로 의료사고를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고, 환자들이 법적 소송을 위해 직접 의료사고를 입증해야만 했습니다. 또한, 의료 사고의 해결을 형사적 처벌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정말 잘못된 의료 시스템의 문제였을 경우에도 의사들이 형사 처벌을 받고 구속이 될 수 있어 의사들도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료가 아닌 방어진료와 과잉진료들을 자주 하게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가부장적인 남성중심 사회구조에 의해 여성과 남성 모두 억압받는 것과 같이, 잘못된 시스템에 의해 환자들과 의사들 모두 불필요한 부담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 일상을 살아가면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직장 동료들이나 친한 사람들에게서 나온 혐오 발언을 지적하는 것의 어려움도 서로 공감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직장에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강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폭력적인 발언을 들었을 때도, 홀로 공격받는 사람이 되기 두려워 화나더라도 참고 말을 하지 않거나 완곡하게 돌려서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을 떠올리고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도 일상 생활에서 페미니즘을 말하기 어려운 원인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남성을 싫어하시면 안 돼요~" 라며 페미니즘을 혐오라고 오해해서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페미니즘이 '남성을 억압하는 여성의 이기적인 사상'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페미니즘에 대해 강한 부정적인 감정을 쌓아 올린 사람들의 존재로, 많은 상황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남성이 수사가 시작되자 그 미성년자에게 경찰서 가서 "성관계를 안 했다"고 말하게 하려고 돈을 주었고, 참여자 한 분이 그러한 상황에 관한 증거를 수집해서 관할 경찰서에 넘기려고 했지만, 사건이 무혐의로 빠르게 종결이 돼버려서 결국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던 일도 인상 깊었습니다. 중국에 장기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분께서 중국 여성들의 여성주의 의식의 성장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저도 중국에서 비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한 뉴욕타임스 다큐멘터리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다큐멘터리에서 결혼하지 않고자 하는 딸이 자신의 결정을 존중해주지 않는 가족들에게 상처받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떠올리며 중국 사회의 변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이번 모임에서도 흥미로운 여성주의 도서와 영화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다양한 여성주의 이슈들을 소재로 한 영화 <메기>, 중화권 성소수자의 사랑에 대한 자아 성찰을 주제로 한 소설 『악어 노트』에 대해서 알게되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바로 읽어본 『악어 노트』는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였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방 모임을 마무리해야 될 시간이 되었고, 모임 참여 소감을 이야기를 하고 모임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슬픈 일, 좋은 일을 거리낌 없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에 이야기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안식처를 찾은 것 같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와 같은 소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이번 모임도 많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모두 다음 달에 건강하게 만나기를 빌어요!
<이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메릿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 5월 모임에서 언급된 작품들
이옥섭 <메기>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4867
김보라 <벌새>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4821
구묘진 『악어 노트』 http://aladin.kr/p/PLNsf
린이한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http://aladin.kr/p/aeLHV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http://aladin.kr/p/fULUv
Rachael Denhollander 『How Much Is a Little Girl Worth?』 http://aladin.kr/p/KegEc
뮤지컬 <프리다> 관련 기사 http://www.daili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736
2022년 정기 일정은 매월 세번째 화요일 저녁 7시-10시입니다. 다음 모임은 2022년 6월 21일(화) 오후 7시에 온라인 ZOOM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참여 안내에 따라 이메일로 참여 신청을 해주세요. 담당자가 확인하여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올해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는 월1회 여성주의 수다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하여 다른 주 목요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및 지지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신청해 주세요~ ◆ 일정 : 매월 세번째 목요일 오후 7시-10시 ◆ 장소 : 신청자에게 별도 공지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온라인 ZOOM을 통해 진행 ◆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02-338-2890, f.culture@sisters.or.kr) ◆ 신청방법 : 다음 구글 설문지 작성 https://forms.gle/WVcNJwHW22wX2Cbw6 또는 성문화운동팀 이메일(f.culture@sisters.or.kr)로 다음과 같이 참여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주세요! 제목 : [페미말대잔치] 회원소모임 참여 신청 내용 : 이름/별칭, 연락처, 참여 동기 * 담당 활동가가 참여 신청서를 확인하면 1주일 이내로 이메일 답장을 드립니다. * 신규 참여자에게는 모임 당일에 문자로 참여 안내를 보내드립니다. * 1회 이상 모임에 함께한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경우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를 보내 페미말대잔치 단톡방에 초대해드립니다. 이후 단톡방을 통해 참여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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