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부터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에 대한 정부와 서울교통공사의 탄압과 혐오 선동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장애인도 동등한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권리 예산을 촉구하는 지하철행동을 진행하고 있고, 진행상 어떠한 폭력도 없었음에도 단지 운행시간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기소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장연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 발언 이후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에 의한 무리한 진압이 발생하였고, 삼각지역 무정차 운행도 강행되었습니다. 또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전장연 활동가들은 무더기 기소되었습니다.
많은 인권시민사회종교단체는 장애인의 동등한 시민권을 요구하는 지하철 행동이 단지 지하철 운행시간을 지연시킨다는 이유만으로 탄압받고 무정차로 장애인의 집회의 자유 및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부정의하고 반인권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2023년 1월 19일 목요일 오전 9시, 혜화역 5-3 승강장에서 전장연에 대한 탄압 중단과 장애인권리예산 촉구하는 시민사회 지지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포함하여 102개의 단체가 공동주최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인 명숙님이 사회를 맡아 오늘의 기자회견 자리가 만들어진 이유를 설명해주셨고, 이어서 시민사회 다양한 자리에서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지지하는 이유를 발언해주셨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반성폭력단체이자 여성단체로서 전장연의 투쟁을 탄압하는 정부의 태도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는 방식과 유사함을 이야기했습니다. 시민들을 갈라치며 정작 평등한 삶을 보장해야할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정부의 행태를 지적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있는 정치를 요구했습니다. 아래는 발언 내용 전문입니다.
[발언] 1분도 늦출 수 없는 것은 인권과 존엄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동은)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진행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2021년 12월부터 시작되어 만 일 년이 넘게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이 시간동안 저와 많은 사람들에게 지하철 타기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가고, 출근을 하고, 약속에 가기 위해 지하철 게이트를 넘을 때마다 ‘누가 이 뒤에 남겨져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장연의 불법시위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라는 안내방송을 들을 때마다 비장애인으로서 누려왔던 공공교통의 이용이 누군가에게는 불법적 행동이 되고, 자연스럽게 여겨왔던 일상의 속도는 누군가를 배제하고서만 유지되었다는 걸 꼼짝없이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은 자신이 누려왔던 일상과 공간, 속도에 대해 무겁게 질문하고 말 거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지각 연대로, 후원금으로, 투쟁 현장에 포스트잇과 연대의 말로 진지하게 질문을 새기는 동안 서울시와 정부는 ‘장애인 기본권 보장하라’는 구호에 응답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 장애계 요구안 중 0.8%만을 반영하였습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였고, 강경 대응 기조를 연일 밝히며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제기한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관한 손해배상 1차 조정안에서 법원은 ‘전장연이 열차 운행을 5분 초과하여 지연시킬 경우, 서울교통공사에 1회당 5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언론을 통해 “1분만 늦어도 큰일 난다”면서 1차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국 2차 조정안에서는 ‘5분’조항이 사라졌습니다. 서울시장은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며 “시장으로서 더는 시민의 피해와 불편을 방치할 수 없다”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서울시장의 말에서는 왜 1년이 넘게 지하철 행동이 진행되었는지, 왜 21년간 ‘장애인 기본권 보장’이라는 당연한 요구가 유예되었는지, 오랜 투쟁을 통해 만들어진 장애권리법안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생긴 지금의 상황의 가장 큰 책임 주체는 누구인지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직 피해와 불편으로부터 벗어나 바쁜 일상을 살아갈 자격이 있는 시민이 누구인지만 남게 됩니다.
지금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성평등 실현을 위해 법과 정책을 마련하며 국가 성평등 추진 체계를 쌓아온 지난 운동의 성과들을 무화하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며, 구조적인 성차별을 마치 남성과 여성간의 이해관계의 문제로 치환하고 있습니다. 누가 수혜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 정작 시민들의 평등한 삶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임은 회피하고 있습니다.
저는 “1분만 늦어도 큰일난다”와 같은 말이 전장연을 비롯한 권리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협박의 말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과 혐오로 뿌리 깊은 폭력의 구조로 향하기를 요구합니다. 서울시장을 비롯한 책임있는 사람들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기 위해 이토록 긴박하길 원합니다. 시민과 시민 사이를 갈라치기 위해 골몰하는 정치가 아니라 누구도 남겨지지 않게,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노동하고 관계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데 몰두하는 정치를 바랍니다. 여성 3명 중 1명은 여성폭력 피해유형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하는 현실에 대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는 정부가 아니라, 일상적 폭력의 현실에 개입하기 위해 국가 성평등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정부를 요구합니다. 시민들을 겁박하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정치를 바랍니다.
지하철 행동이 1월 20일 재개합니다. 시민들을 쪼개고 편가르는 정부에 맞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전장연과 함께 계속해서 우리의 연결된 권리를 요구하고 싸워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외에도 민달팽이유니온, 홈리스야학,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에서 지하철 행동이 ‘왜 모두의 존엄을 위한 행동’인지 발언하고, 시민들의 권리주장을 탄압하는 정부에 대한 규탄을 이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 공동성명서 낭독이 있었습니다. 성명서 낭독에는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의 김소연활동가와 정치하는 엄마들의 정덕 활동가가 수고해주셨습니다.
[공동성명]
야만을 멈추고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지지한다!
윤석열 정부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등은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 투쟁을 탄압하지 마라!
우리는 우리는 묻고 싶다. 서울지하철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것인가. 대중교통은 중앙정부의 것인가. 대한민국은 비장애인들만의 정부인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라고 지하철 승하차시위를 한 지 만 1년이 넘었지만 결과는 매우 비참했다. 국회와 기획재정부는 전장연이 제시한 예산 증액분 1조 3,044억 원의 0.8%에 불과한 106억 원만을 증액했다. 예산은 축소됐고, 서울교통공사는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불법을 엄단하겠다며, 전장연의 시위를 불법으로 낙인 찍는 발언을 쏟아냈다. 수많은 경찰 병력을 동원한 것도 모자랐는지 급기야 지하철을 무정차하기까지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1월 10일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시위를 전개한 전장연과 박경석 대표를 상대로 6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2021년 12월3일부터 2022년 12월 15일까지 75회의 지하철시위로 운행 지연 등의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인과관계를 바꾸고 장애인들의 정당한 권리보장 시위를 탄압한 현실을 삭제한 적반하장의 태도다. 그동안 정부가 말하는 ‘시민의 안전’에는 장애인은 없었다. 지하철 차량과 승강기의 간격은 넓은 곳이 허다하고 승강기는 적을 뿐 아니라 위치와 경로는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장애인이동권의 보장은 교육권, 주거권, 노동권, 문화권 등 다른 권리와 연결된다. 탈시설 장애인이 지역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책정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애쓰기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시키려고만 한다. 현 정부의 정책은 그야말로 야만적이고 무책임하다.
지난 2023년 1월 2일 새해 첫 출근길의 시위만 해도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경대응 원칙을 기조로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하는 삼각지역(대통령집무실이 있는 역)에서 무정차를 하였다. 또한 경찰은 참가자의 8배가 넘는 병력을 동원했으며,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보안대를 수십명 동원했다. 삼각지역장은 지하철행동에 참여한 시민에게 주먹질을 하는 등의 직접적인 폭력까지 행사했다. 경찰은 폭력의 현장을 보고도 수수방관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승강기 운행을 정지하기도 했다. 지하철 무정차와 승강기 불법 정지는 장애인의 집회의 자유 및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부정의하고 반인권적이며 노골적인 장애인 차별이다.
법원은 12월 19일 전장연의 지하철행동에 대해 ‘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5분 넘게 지연할 경우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강제 조정을 결정했다. 전장연은 이를 수용했지만, 교통공사는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도 지연시킬 수 없다고 장애인차별을 선동했다. 비장애인 중에도 다리가 아프거나 노인이거나 아동인 경우 1분이 더 걸릴 수 있음에도 비상식적인 말로 겁박하더니 무정차하였다. 설사 장애인 1명이 1분 안에 탈 수 있을지 모르지만 5 명이 어떻게 그 시간에 탈수 있겠는가. 이것이 오시장이 말하는 시민의 안전인가. 장애인은 시민이 아닌가! 단 1분도 지연될 수 없다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지방정부의 정책이 인권이 아니라 이윤과 속도에 맞춰져 있음을 말해줄 뿐이다.
안타깝게도 1월 10일 낸 법원의 2차 조정문에는 5분조차 삭제됐다. “피고들은 원고가 운행하는 열차와 역사 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휠체어 및 기타 도구 등을 위치시켜 출입문 개폐를 방해하는 방식 등으로 열차운행을 5분을 초과하여 지연시키는 방법의 시위를 하지 아니한다” 는 1차조정문에서 “5분을 초과하여”라는 것이 빠진 것이다. 2차 조정안은 불복종저항시위의 방법만을 규제하는 내용으로 바뀐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장애인들의 정당한 불복종 시위 사건을 무더기로 기소한 것도 모자라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옛 공안부)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에는 교통·철도범죄를 전담하는 형사5부가 별도로 있음에도 옛 공안부에 배당했다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투쟁을 정권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본다는 뜻이자 이들을 공공의 적으로 취급하겠다는 선언이다. 장애인권운동가들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1월 19일까지 전장연은 탈시설지원 등 장애인권리 예산과 관련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지하철행동을 멈춘 상태이다. 면담 결과 여부에 따라 지하철행동은 재개될 것이고 그에 대한 탄압과 장애인혐오 선동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인권의 역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권력에 저항하며 권리를 진전시켜왔음을! 전장연의 불복종저항시위가 마침내 장애인의 권리 신장은 물론 모든 이의 인권을 한발 앞으로 내딛게 할 것임을!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야만적이고 장애인 배제적인 국가정책을 멈추는 행동이다. 우리는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전장연의 저항행동을 지지한다.
우리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장애인도 시민이기에 장애인권리예산이 보장되어야 하는 데에 동의하며, 이를 위한 전장연의 지하철시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윤석열 정부는 전장연의 정당한 집회시위의 자유, 볼복종 저항행동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하나,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애인의 권리 를 보장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라!
하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활동가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하라!
하나, 우리는 한국 사회의 야만을 멈추기 위해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전장연의 지하철행동을 지지한다!
2023년 1월 19일
(177개 단체 / 개인 59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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