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에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시작이 된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2주년을 기억하며 장애인 기본권 보장을 위한 지하철 행동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모두의 존엄을 위한 권리운동, 지하철 행동을 지지하며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했습니다.
“모두의 존엄을 위한 전장연 지하철 행동 지지한다” 피켓 만들기
전장연의 장애인 기본권 보장을 위한 지하철 행동에 대해서 정부와 서울교통공사가 연일 강경대응 기조를 밝혔습니다. 실제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활동가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거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진행되는 역에 무정차를 강행하거나, 무리한 진압을 시도하였습니다. 장애인권리운동의 위축이 우려되는 시점에 전국집중결의대회가 시민들의 지하철 행동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고, 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을 촉구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어떻게 우리의 목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피켓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오이도역 리프트 참사 22주기 하루 전, 인턴 활동가 모자, 연님과 성문화운동팀 앎,동은이 상담소 1층에 모여 복작 복작 피켓 제작에 나섰습니다. 장애인권리운동의 문구들을 하나하나 피켓에 새기며 내일 있을 투쟁에 결의를 함께 다졌습니다!
장애인에게 권리를! 차별은 이제 그만! 동정은 집어쳐! 혐오는 쓰레기통에!
오후 2시 결의대회가 진행된 삼각지역은 수많은 경찰들이 배치되어 삼엄한 광경이었습니다. 승강장 안전문 앞에는 1-1칸부터 10-4칸까지 방패로 무장한 경찰 수백명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결의대회가 진행된 승강장 앞 통로에도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경찰들이 결의대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빙 둘러 에워싼 모양이 되었습니다. 또 결의대회 진행 내내 삼각지역장에 의해 끊임없이 경고방송이 진행되었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옥내 집회 시위에 대해서는 신고 규정 자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안전한 철도교통 유지’를 위해 제정된 철도안전법을 끌어다가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행위, 연설 행위 등”을 금지하려 했습니다.
한편 오전부터 이어진 지하철 행동에서 장애인 인권침해 상황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감시단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민변 소속이자 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도경변호사도 이날 8시에 오이도역에서 시작된 지하철 행동부터 함께하여 인권침해 상황은 없는지 주시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삼엄한 분위기 가운데에서도 지하철 행동을 지지하러온 수백명의 시민들과 장애인활동가들은 노래와 발언으로 뜨거운 연대의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결의대회는 4.16 합창단, 평화의 나무, 문화예술합창단 봄날 등 노래로 연대하는 시민들이 참여한 공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노래 공연이 지하철 플랫폼을 울리면서 수백명의 경찰들과 왕왕 대는 경고방송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지지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발언에서 권달주 전장연 상임대표님은 오전 8시부터 지하철 타려고 했지만 누구도 탑승하지 못했다면서, 22년동안 외쳤던 장애인 기본권 무시하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함께 외쳐달라고 발언하셨습니다. 일부 발언 공유합니다.
“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를 맞아 아침 8시부터 지하철 타려고 했습니다. 그 누구도 지하철을 타지 못했습니다. 경찰의 방패와 코레일 직원들에 의해서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우리는 큰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22년동안 외쳤던 장애인 이동권 무시하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외칩니다. 더이상 장애인 차별하지 말고 장애인 목소리 귀기울이십시오.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하십시오. 투쟁!”
박경석 전장연 상임 대표님은 거의 10분간 큰 목소리로 발언하시면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노동하고 관계 맺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일이 국가의 책무임에도 장애인 기본권을 비용의 문제로 만드는 정부, 기획재정부를 규탄하였습니다. 또한 장애인들의 싸움의 역사가 잊혀지지 않고, 계속 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함께 해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일부 발언 공유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시민여러분. 2001년도 오이도역에서 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떨어진 이후 21년이 지났습니다. 그 죽음을 이렇게 함께 기억하고 또 죽음의 의미를 같이 찾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어떻게 그시간을 견뎠는지.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존엄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22년을 외치며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힘든게 무감각한것보다 낫더라고요. 대중교통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죽어서 느끼는 고통이 무감각보다 낫더라고요. 무감각하게 살 수 없어서 우리는 이렇게 이 자리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행동을 하고 그 죽음을 기억하면서 싸우고자 하는 것은 승리하는 것보다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은 지금 경고 방송하는 삼각지역장이 아니고, 우리의 죽음과 존엄을 외면하는 한국 사회입니다. 우리는 21년 12월 부터 지하철 탔습니다. 수많은 욕설과 혐오 속에서 우리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시민 동지 여러분 T4가 뭔지 아십니까? 1939년 독일 나치가 장애인 삼십만명을 생체실험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T4는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생체실험해서 학살한 사건입니다. 그들의 그 논리가 2023년도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그대로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엘리베이터 설치해 달라고 하는 돈 드는 사람들로 여기는 것, 활동지원인에는 돈이 드니까 시설에 살라고 하는 것이 바로 T4입니다. 지역사회에서 관계맺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비용의 문제로 만드는 것이 바로 T4이고 지금 기획재정부가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싸우고 있습니다. 장애인 권리와 비장애인 권리는 나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서울시는 시민들을 갈라치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장애인도 갈라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싸우겠습니다.여러분도 함께 싸워주십시오.
잊혀지지 않겠습니다. 잊혀지는 장애인들의 역사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장애인도 교육받고 싶습니다. 장애인도 일할 기회를 가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을 격리하면서 반인권적인것을 인권으로 말한 것을 우리는 치욕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우리는 함께 살고 싶습니다. 함께 살게 해주십시오.
저희가 매일매일 한명이 있어도 두명이 있어도 외치는 구호가 있습니다. 함께 외쳐볼까요? 장애인에게 권리를! 차별은 이제그만! 동정은 집어쳐! 혐오는 쓰레기통에! 우리는 이제 지하철 행동을 할 것입니다. 지하철 같이 타는 것을 요구해주십시오. 우리는 바로 이 승강장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외치겠습니다. 지하철 문 앞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다시한번 외칩시다! 장애인에게 권리를! 차별은 이제 그만! 동정은 집어쳐! 혐오는 쓰레기통에! 투쟁!”
오후 3시쯤 결의대회를 마친 전장연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지하철에 탑승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승차를 시도한지 4분만에 탑승거부를 고지하고 안전문(스크린도어)전원까지 차단하며 지하철에 타지 못하게 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은 자리를 지키며 “장애인도 지하철 타게 해 주십시오”라고 외쳤습니다.
저는 이날 지하철 행동에서 전장연이 시민들에게 발표한 글을 함께 외친 것이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기억에 남았습니다. <대국민호소문>이라는 제목으로 시민들에게 지하철 행동의 의미와 함께해주시길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짧은 글이었는데, 이런 문장이었습니다.
‘지하철행동’은 장애인권리예산과 입법을 향한 ‘권리투쟁’입니다.
’지하철행동’은 ‘세상에서 목소리가 없다고 여겨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세상, 들으려 하지 않는 세상을 향한 실천이자 저항입니다’
시민여러분, 23년 새해는 탐욕스런 ‘권력투쟁’에 강요된 ‘각자도생’보다 권리를 향한 ‘연결과 관계의 공간’을 내어주시기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언론등에 보도를 통해 전장연 시위의 의미가 왜곡되었거나, 지하철 행동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설명을 제공할 뿐 아니라 계속 곱씹게 하는 좋은 문장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각자도생’보다 권리를 향한 ‘연결과 관계의 공간’을 요청하는 전장연의 제안은 제가 시민으로서 바라는 사회의 모양을 문장으로 잘 구성해주셨기 때문에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권리가 보장되면 누군가의 권리는 빼앗기는 파이싸움으로 곡해하는 말들이 많은 지금의 현실에서 든든한 사회적 연결망을 만들어가는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 속 돌아오는 길에도 왠지 모르게 힘이 솟았습니다! 장애인권리예산이 보장될 수 있도록 상담소도 계속 지지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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